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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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경주의 교동 법주도 최부잣집의 가주였다고 합니다.
이 집안은 최치원의 17세 손인 최진립과 그 아들 최동량이 터전을 이루고 손자(19세 손)인 재경 최국선(1631-1682)으로부터 28세 손인 문파 최준(1884-1970)에 이르는 10대 약 300년 동안 부를 누린 일가를 일컫는 말입니다.

<300년 만석꾼 집안의 15가지 비밀>

1. 부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위만을 갖는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을 하지 말라. ..그것은 당신의 정치적 구조를 경험한
      최진립의 뼈아픈 교훈으로, 벼슬을 하면 욕심의 끝이 없어 권력에 맛을
      들이게 되고 결국에는 권력 다툼에 휘말리게 되어 권력 구조가
      바뀌면 철저히 보복당해 가문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2. 한국적 인간관계에 바탕을 둔 노사관계를 실천한다.
3. 함께 일하고 일한 만큼 가져간다.
4. 군림하지 않고 경영하는 중관 관리자를 세운다.
5. 양입위추라, 들어올 것을 헤아려 나갈 것을 정한다.

6. 받은 만큼 사회에 환원한다.
7. 때를 가려 정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늘린다.
8. 지나치게 재산을 불리지 않는다.
9. 근검절약 정신을 실천한다.
10. 이루기 힘든 일일수록 겸손한 마음으로 행한다.

11. 주변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게 한다.
12. 자신을 낮춰 상대가 경계하지 않도록 한다.
13. 덕을 베풀고 몸으로 실천한다.
14. 2등을 위해 1등만큼 노력한다.
15.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기쁘게 버린다.


<재산을 쌓아가는 기본>

최국선이 세 아들에게 말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로부터 이재의 원리는 들어올 것을 헤아려 나갈 것을 정하는 것 즉, 양입위출이 기본이다. 무릇 재물이란 한도가 있고 쓰기는 끝이 없으니 미리 들어올 것을 알아서 거기에 맞춰 쓰지 않으면 나중에는 견디지 못하고 자녀의 교육도 혼인도 시키지 못하여 가난한 사람이 되는 이가 많으니 두려운 일이다.
만승천자(1만대의 수레를 출동시킬 수 있는 천자)라도 재물을 절약하지 아니하면 그 나라가 망하거늘 하물며 일반 사람의 집이야 절약하지 않으면 어디서 재물이  생기겠느냐. 풍년이나 흉년이나 가을에 거두어들일 곡식의 수량을 헤아리고 제사는 정성으로 하되 장만하기를 지나치게 하지 말고 부질없이 헛되이 소비하지 말며 의복과 음식을 너무 사치스럽게 하지 말되 마땅히 쓸 데는 아끼지 말라. 까닭없는 일에는 터럭 끝만큼도 허비하지 말고 의복과 음식을 보아 가며 하고 헛된 낭비를 하지 않으면 모자라지 않게 쓸 것이다.

항상 여유를 두어 질병에 약값을 없게 하고 쓸 일이 없거든 자손을 위하여 논발을 장만함이 또한 옳은지라. 가정을 일으키는 방법은 절약하여 쓰는 것 밖에 없느니라.
-전진문, <경주 최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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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잎의 여자 1

--언어는 추억에 걸려 있는 18세기형 모자다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야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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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집중속에 있는 것도 아니었고 분산속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모르기는하되, 삶은 그 전환 속에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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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2권 합본) - 우리 소설로의 초대 4 (양장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영웅의 이야기를 이렇게 색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작가의 탁월함에 감탄하면서...

영웅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었다. 서양의 영웅처럼 비 인간적이지 못한 영웅이 아니었고 역사 속에서 지나치게(?) 묘사되는 영웅도 아니었다. 그저 한 인간이기에 전쟁이 두렵고 적이기게 베어야 했던 한 명장의 심정이 담담히 그려져 있다.

한 사회인으로서, 조직내에서의 구성원으로서의 심적 갈등, 신하로서 임금에 대한 사랑과 임금에게 당할 것이란 두려움,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전편에 흘렀다. 명장은 고뇌한다. '자연인으로써 자연사'하고 싶으나 자연사할 수 없을 것이란 불안과 두려움이 한 영웅을 초라하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자연사란 것이 적의 칼에 의해 죽는 것이라고 결론을 맺을 수밖에 없는 영웅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였다.

'적이 나를 죽이면 적은 임금의 가슴에 칼을 꽂을 것이고, 임금이 나를 죽여도 적은 임금의 가슴에 칼을 꽂을 것이다.'란 말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으며 임금과 그 주변에 대한 불신을 표출한다.

주인공의 고뇌를 멋지게 표현한 문구로 글을 맺는다.

적의 살기가 제풀에 흩어질때 나는 함대를 집중했다. 적이 항로를 오인해서 긴 물목으로 들어설때 나는 집중했다.
.....(중략)...
삶은 집중속에 있는 것도 아니었고 분산속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모르기는하되, 삶은 그 전환 속에 있을 것이었다.

개별적인 살기들을, 눈보라처럼 휘날리며 달려드는 적앞에서 고착은 곧 죽음이었다. 달려드는 적 앞에서 나의 함대는 수없이 진을 바꾸어가며 펼치고  오므렸고 모이고 흩어졌다.(중략)
나를 이동시키면서 고정된 적을 조준하는 일은 어려웠고 나를 고정시키고 이동하는 적을 조준하기도 어려웠다. 나을 이동시키면서 이동하는 적을 조준하기는 더욱 어려웠으나, 모든 유효한 조준은 이동과 이동 사이에서만 이루어졌다.
내가 적을 조준하는 자리는 적이 나를 조준하는 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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