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스님과 나는 어두이 짙게 내린 뜨락에 서서 보름달이 떠오르길 기다렸다. 밤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별들이 총총했다. 이윽고 앞산봉우리 위로 보름달이 충만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중략)
보름달은 인간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무엇보다 스님의 건강과 지금 그 모습 그대로 우리 곁에 오래도록 있어주시기를 빌었다.(중략)
방으로 들어가기 전, 내가 스님에게 어떤 기도를 올렸느냐고 묻자 스님은 말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다 행복하기를 기원했습니다."

서문의 이 글귀를 읽고 과감하게 법정스님의 잠언집을 샀다. 책을 펴본 것은 류시화님이 엮었다는 점이었으나 서문의 이글은 웬지 한편의 그림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여러 시집과 번역서에 푹~ 빠져 있는 나 이지만 법정스님의 글은 읽어보지도 않았던 터였다
책을 잡는 순간 나는 거침없이 읽혀지는 단순하고도 간결한, 그러나 나의 폐부를 찌르는 글들에 머리 숙여 꾸벅~!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다는 것이 이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라는 구절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너무 긴장하지 말라. 너무 긴장하면 탄력을 잃게되고 한결같이 꾸준히 나아가기도 어렵다. 사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지금 이순간] 중에서"는 말은 지금 내가 사업을 위해 허둥대는 모습을 보시고 질책하시는 것 같았다.
외로움은 일종의 사치이며 남에 들킬까봐 두려워하는 그런 수치 정도로 알고 있는 나에게는 "너무 외로움에 젖어 있어도 문제지만 때로는 옆구리께를 스쳐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을 통해서 자기정화, 자기 삶을 맑힐 수가 있다. ... 따라서 가끔은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느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폐암으로 고생하시는 아버님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런 나에게 스님은 "살때는 삶에 철저해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때는 죽음에 철저해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고 일러주셨다.
[날마다 새롭게]와 [생활의 규칙]에서는 "때로는  전화도 내려놓고 신문도 보지말고, 단 10분이든 30분이든 허리를 바짝 펴고 벽을 보고 앉아서 나는 누구인가를 물어보라" 말씀하신다. 또한 "하루 한 시간은 조용히 앉아 있는 습관을 들이라."고 하신다. 늘 이런 생각하는 시간을 내야 한다고 생각은 했으나 이제는 운동보다도 일보다도 먼저 이 말씀을 실천할 참이다.
침묵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가도 가르쳐주셨다. "(중략) 어떤 생각을 가슴속 깊은 곳에 은밀히 간직해 두면 그것이 씨앗이 되어 싹이 트고 잎이 펼쳐지다가 마침내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마음에 와 닿는 글을 다 옮기려면 이 책 전부를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그리운 사람]을 적는다.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

곁에 있으나 떨어져 있으나
그리움의 물결이 출렁거리는
그런 사람과는 때때로 만나야 한다.

그리워하면서도 만날 수 없으면
삶에 그늘이 진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지극히 사무적인 마주침이거나
일상적인 스치고 지나감이다.

마주침과 스치고 지나감에는
영혼의 울림이 없다.
영혼의 울림이 없으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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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치스 2006-07-25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난 영문판을 받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좋은 책을 봤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