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 이런 책 어때요?!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이
2005년 겨울에 -  “청소년들에게 읽어 보라”고 권하는 책들

저희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http://www.readread.or.kr 모임은 학교는 물론 가정과 사회에 바람직한 독서 문화를 정착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즐거워하고 자신의 삶에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얻어 남을 위한 삶,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공동체적인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익혀 나가는 데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모임에서 2005년 겨울방학을 맞아 추천도서목록을 발표합니다. 지난 2000년 여름 방학 이후 12번째 방학추천도서목록입니다. ( * 주제별/상황별 추천도서목록 발표 20회 별도 ) 
이번 겨울 목록에서 가장 핵심에 둔 것은 책읽기의 본질이었습니다. 난데없이 왜 책읽기의 본질이냐구요? 그것은 책읽기가 삶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아이들과 가장 아름다운 삶이 어떤 것인지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어떤 아이가 ‘모두가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삶’이라고 하더군요. 그러자 다른 아이가 그런 삶은 있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 아이의 논리는 간단했습니다. 경찰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도둑을 잡아야 하지만 도둑은 도둑질을 해야만 행복한 거 아니냐는 것이지요. 그러자 다시 그 아이가 일어났습니다. 도둑이 도둑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도록 우리가 노력하면 되지 않느냐며 웃던 그 아이, 그 미소가 참 예뻐 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그러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인생의 선배인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책읽기가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기에 겨울방학은 더없이 좋은 시간이기도 하지요. 스스로를 온전히 되돌아보며 그동안 익숙하게 생각한 것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보는 시간도 갖고, 낯선 세계와 만나며 내공을 쌓을 수도 있겠지요. 이것이 아름다운 삶을 준비하는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방학 목록들은 이런 생각들을 모아 서른 권의 책을 선정하였습니다. 
 

우선 『바다소』, 『밤의 피크닉』, 『파디샤의 여섯 번째 선물』,『바람의 딸 샤바누』『프루스트 클럽』등 여러 성장 소설 속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의사가 돈 많이 버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하는 아이들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읽으며 의술은 인술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깨달았으면 합니다. 또한 『책만 보는 바보』,『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에서는 무언가에 미쳐서 살다간 선인들을 만나 진정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요즘 황우석 박사쇼크로 가장 객관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계가 난리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에서는 과학도들의 열정과 순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바람에 날려온 페니실린』이나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같은 과학책 속에서 과학의 진정한 의미는 인간의 진실한 삶을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얻어지는 것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과학도를 꿈꾸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들입니다.
여기에 낯선 것들과의 만남도 준비하였답니다. 무지와 야만의 세계로만 인식되던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오해를 날려버릴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사물들에 대한 고정된 관념을 새롭게 그려내고 있는 『김선우의 사물들』이 그것들이지요. 또한 쉽게 접하기 힘든 우리 화가들의 그림들과 만날 수 있는 『생각하는 그림들 -오늘』있는가 하면, 지금도 지구 저편에서 아파하는 아이들의 아픔을 담은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도 있습니다. 
그리고 긴긴 겨울 방학 동안 『유토피아』나 만화 『십팔사략』으로 시작하여 더 깊은 고전의 바다에 빠져 또 다른 책 읽는  즐거움을 느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책이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책만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열쇠라는 말은 더더군다나 아닙니다. 하지만 책은 다양한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여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이 책을 펼쳐들기를 바라는 것뿐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아름다운 삶, 행복한 삶을 위한 길을 찾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이 추천도서목록을 디딤돌로 삼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알차게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부디 모자란 부분은 더하고 틀린 부분은 고쳐서 활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2005. 12. 21.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운영진 일동 

* 이 목록은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출처를 밝힌다면 얼마든지 변형하여 활용해도 좋습니다. 단, 책따세의 사전 허락 없이 책따세 목록과 기타 자료를 상업적으로 절대 활용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때에는 법적인 책임을 묻겠습니다. 
* 이 목록에 대해서나 책따세에 관련된 문의는 모임 대표에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표: 숭문고 국어교사 허병두 : wisefree@dreamwiz.com 018-233-9199 
(* 그간의 자료는 책따세 홈페이지 www.readread.co.kr, www.readread.or.kr 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책 선정 과정에 대한 설명 ◎


- 책따세가 책을 고르는 기준 - 
먼저 교사들이 읽어본 책입니다. 각 분야에서 제대로 된 책인지를 교사가 읽고서 확인합니다. 책이 좋다고 판단되면, 그 다음에는 학생들에게 읽혀봅니다. 청소년 학생에게 공감을 얻느냐 못 얻느냐가 아주 중요합니다. 그간 대한민국의 청소년 권장도서는 주로 어른의 정서에 맞는 책들이어서, 책이 훌륭하더라도 청소년이 공감하지 못해서 끝까지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청소년의 반응을 살피지 않은 책은 책따세 목록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어떤 청소년 권장도서들은 학생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만들어지는데, 그런 도서목록은 다수의 학생들을 소외시킵니다. 모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어디선가 얻은 권장도서 목록에 따라 책을 한두 권 샀는데, 그 책이 도무지 읽히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그 청소년은 이럴 겁니다. “아, 역시 나와 책은 맞지 않아.” 권장도서 목록이 잘못되면, 청소년을 책에서 더 멀어지게 합니다. 
책 자체의 질과 함께, 요즘 청소년의 정서 감각이 청소년 권장도서에서는 무척 중요합니다. 


- 목록을 만드는 과정 -
먼저 책따세 선생님들이 각자 좋게 보는 책을 추천합니다. 여기에 책따세 홈페이지 회원 게시판에 올라오는 추천 책들도 포함됩니다. 이 책들은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서 탈락과 검토 여부가 결정됩니다. 이때 책 한권에 대해 적어도 선생님 두 분 이상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는 책 선정에서 독단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책에 대하여 책의 질이 떨어진다거나 청소년에게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면 그 책은 목록에서 빠집니다. 그래도 아쉽다는 의견이 나오면 검토 목록으로 옮겨둡니다. 찬반 의견이 날카롭게 맞설 때는 책따세 구성원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유대화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책에 대한 논의가 풍부해지지요.
여러 분야에서 좋은 책을 선정하는 작업이 끝나면, 교사가 책을 꼼꼼히 검토하고, 학생들에게 읽혀봅니다. 책따세 홈페이지 게시판을 이용하여 각자 자신의 판단을 올려놓으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서 다시 회의를 합니다. 검토 대상이 된 책들 가운데서 ‘넣을 책과 뺄 책’을 마지막으로 결정합니다. 그 다음 책마다 서평을 쓸 사람을 정하고 글을 씁니다. 책따세 서평은, 어떤 청소년에게 그 책이 어울리는지를 생각하고, 그 책이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 관심을 쏟는 데 그 특징이 있습니다. 

세상에 좋은 책은 많습니다. 거기서 책따세는 청소년이 공감하는 책만을 가려뽑습니다. 그래서 책따세 회의에서는 청소년들에 적합하냐 여부를 놓고 뜨겁게 논쟁이 일곤 합니다. 책따세 회의에 참여한 회원은 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누군가 강하게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 책은 목록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책따세는 최대한으로 책을 여러 권 추천하기보다는 최소한으로 좁혀서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책을 추천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 다만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좋은책이 일부 빠지는 경우도 있어 늘 안타깝기도 합니다.  
◎ 2005년 겨울, 책/따/세/가 청소년에게 권하는 책 목록 (분야별) ◎

-문학-
『푸른 하늘 저편』, 알렉스 쉬어러 지음, 화니북스 (중1부터)
『바다소』, 차오원쉬엔 지음․ 첸지앙홍 그림, 다림 (중1부터)
『파디샤의 여섯 번 째 선물』, 아흐멧 위밋 지음, 푸른숲 (중1부터)
『바람의 딸 샤바누』, 수잔느 피셔 스테이플스 지음, 사계절 (중2부터)
『달만큼 큰 미소』, 마이클 커제스 지음, 홍익출판사 (중2부터)
『붉은 스카프』, 지앙지리 지음, 아침이슬 (중2부터)
『프루스트 클럽』, 김혜진 지음, 바람의 아이들 (고1부터)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북폴리오 (고1부터)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마음산책 (고1부터)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오 미치오 지음, 청어람 미디어 (고1부터)
『유토피아』, 토머스 모어 지음, 서해문집 (고2부터)


-인문-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푸른숲 (중2부터)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2』, 박경철 지음, 리더스북 (중2부터)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고1부터)
『십팔사략 1~10』, 고우영 지음, 애니북스 (고1부터)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박노해 지음, 느린걸음 (고1부터)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휴머니스트 (고1부터)
『책만 보는 바보 -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안소영 지음, 보림 (고1부터)
『오카방고의 숲속학교』, 트래버스․앵거스․메이지․오클리 지음, 갈라파고스 (고1부터)
『김선우의 사물들』,  김선우 지음, 눌와 (고2부터)
『철학은 내 친구』, 위기철 지음, 청년사 (고2부터)
『다훈이의 세계 신화 여행』, 정다훈 지음, 휴머니스트 (고2부터)


-과학-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모리구치 미츠루 지음, 가람문학사(중2부터)
『사막에 펭귄이? 허풍도 심하시네』, 장 폴 크루아제 지음, 앨피 (중3부터)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이은희 지음, 살림 (중3부터)
『바람에 실려온 페니실린』, 권오길 지음, 지성사 (중3부터)
『일렉트릭 유니버스』,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생각의 나무 (고2부터)


-예술-
『천재성을 깨워주는 명화이야기』, 이명옥 지음, 다빈치 기프트 (중1부터)
『생각하는 그림들-오늘』, 이주헌 지음, 예담 (고1부터)
『청바지 입은 오페라』, 문호근 지음, 개마고원 (고1부터)
◎ 2005년 겨울, 책/따/세/가 청소년에게 권하는 책 목록 (수준별) ◎

『푸른 하늘 저편』, 알렉스 쉬어러 지음, 화니북스 (중1부터)
『바다소』, 차오원쉬엔 지음 ․ 첸지앙홍 그림, 다림 (중1부터)
『파디샤의 여섯 번째 선물』, 아흐멧 위밋 지음, 푸른숲 (중1부터)
『천재성을 깨워주는 명화이야기』, 이명옥 지음, 다빈치 기프트 (중1부터)

『바람의 딸 샤바누』, 수잔느 피셔 스테이플스 지음, 사계절 (중2부터)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푸른숲 (중2부터)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2』, 박경철 지음, 리더스북 (중2부터)
『달만큼 큰 미소』, 마이클 커제스 지음, 홍익출판사 (중2부터)
『붉은 스카프』, 지앙지리 지음, 아침이슬 (중2부터)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모리구치 미츠루 지음, 가람문학사 (중2부터)

『사막에 펭귄이? 허풍도 심하시네』, 장 폴 크루아제 지음, 앨피 (중3부터)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이은희 지음, 살림 (중3부터)
『바람에 실려온 페니실린』, 권오길 지음, 지성사 (중3부터) 

『프루스트 클럽』, 김혜진 지음, 바람의 아이들 (고1부터)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고1부터)
『십팔사략 1~10』, 고우영 지음, 애니북스 (고1부터)
『생각하는 그림들-오늘』, 이주헌 지음, 예담 (고1부터)
『청바지 입은 오페라』, 문호근 지음, 개마고원 (고1부터)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박노해 지음, 느린 걸음 (고1부터)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휴머니스트 (고1부터)
『책만 보는 바보 -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안소영 지음, 보림 (고1부터)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북폴리오 (고1부터)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마음산책 (고1부터)
『오카방고의 숲속학교』, 트래버스 ․ 앵거스 ․ 메이지 ․ 오클리 지음, 갈라파고스 (고1부터)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오 미치오 지음, 청어람 미디어(고1부터)

『유토피아』, 토머스 모어 지음, 서해문집 (고2부터)
『김선우의 사물들』, 김선우 지음, 눌와 (고2부터)
『일렉트릭 유니버스』,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생각의 나무 (고2부터)
『철학은 내 친구』, 위기철 지음, 청년사 (고2부터)
『다훈이의 세계 신화 여행』, 정다훈 지음, 휴머니스트 (고2부터)

『푸른 하늘 저편』, 알렉스 쉬어러 지음, 화니북스 (중1부터)

가끔씩 남편이나 딸아이에게 짜증섞인 한마디 말을 던지고는 급하게 출근길을 나설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저녁 때 다시 만난 가족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겸연쩍어서 미안하다는 말은 못한다 해도, 다시 웃는 낯으로 만날 수 있도록 그 시간까지 서로가 ‘살아 있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지금 당장 갑작스런 사고로 죽게 된다면, 무슨 일이 가장 마음에 걸릴까? 그건 자신이 미처 이루지 못한 원대한 꿈이나 목표가 아니라, 바로 가족에게 상처를 주었던 말 한마디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가족의 소중함을 실감했으며, 죽음의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나 사후세계에 대해 자유로운 상상을 하는 가운데 자연계 순환의 이치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마음이 평안해졌다. 이런 느낌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제목 : 유령들에게 너무 답답한 이승 세계--백혜영 학생(오남중 1학년)의 글
푸른 하늘 저편의 주인공 해리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화물차에 치여 목숨을 잃고 만다. 그래서 저승으로 가게 되는데 나는 그 저승에서 죽은 사람들이 등록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읽고 작가가 기발하고 재치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저승에서 죽은 사람이 등록을 해야 한다면, 또 그 때 내가 죽어서 저승에 갔다면? 나는 내가 죽었는지도, 왜 죽었는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 없어하면서 또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멍하니 서 있을 지도 모른다. 
해리는 아더를 만나 이승으로 내려오게 된다. 해리는 약간의 기대감 (아이들이 자신을 추모하고 있고 슬퍼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안고 학교로 향하지만 아이들이 유령이 된 해리가 그들의 옆에 있다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잘만 놀고, 해리의 말도 전혀 알아듣지 못하자 실망한다. 
하긴 나 같아도 실망했을 것이다. 비록 죽었더라도 버젓이 옆에서 말을 거는데, 알아채기는커녕 눈길조차 보내주지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내가 죽었는데도 마치 "걔? 걔가 죽었었나? 에이 몰라-" 하며 날 잊었다는 듯 해맑게 웃으며 놀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울분이 터지며 배신감이 솟아오를 것이다. 
그러나 해리가 펜을 정신력으로 움직여서 에기 누나에게 사과하는 부분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해리가 정신력이 부족해서 글을 쓰다가 멈추었지만, 내가 이런 걸 한다면 있는 정신력, 없는 정신력 모두 끄집어 내어 쓰고 싶던 말을 다 쓰고 갈 것이다)
다시 하늘로 올라간 해리는 아더와 아더가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아더의 엄마와 함께 블루욘더로 향한다. 나 같으면 블루욘더로 가기 전에 유령으로서의 삶을 이승에서 오래오래 즐기다가 가고 싶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흥미로웠고, 몇 번씩 다시 읽어도 전혀 질리지 않았다. 오히려 읽을수록 왠지 더 흥미로워진 것 같다. 나도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지금 뿌듯하고 재미있게 생활하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 해야겠다.                          
- 이민수 추천글 (서울 오남중 국어교사 clay68@hanmail.net)


『바다소』, 차오원쉬엔 지음, 첸지앙홍 그림, 다림 (중1부터)

“바다에 소가 있어요?” 한 동안 이 책을 들고 다니며 읽었는데 책 좀 권해줄라치면 설레발을 치던 녀석들이 던진 질문이었다. “그래, 진짜로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소야.” 그러면 “그런 게 어딨냐?”고 먼저 큰소리 쳤던 녀석이 머쓱해한다. 그럴 때를 놓치지 않고 멍석을 편다. 표지에는 들판을 뛰어다니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커다란 검은 소의 등에서 가느다란 줄을 잡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소년의 그림이 수묵화풍으로 그려져 있다. “바다소는 바닷가에 자라는 갈대를 맘대로 뜯어먹고 자라도록 놓아기른 소인데, 골격이 크고 성질도 바다처럼 거칠어. 옛날에 '바다와 나비'라는 시에서 ‘바다’는 무섭고 차갑고, 험하고 거대한 존재라고 했잖아. 아마 바다소의 특징도 그럴 거다. 나비는 여리고 약하고 작고, 도전했지만 실패하고 마는 존재라고 그랬지. 이 소년도 어리고 몸집도 작지만 약하지는 않아. 흙탕물소는 값이 싸지만 소년은 야성이 강한 바다소를 선택해. 자 이 부분만 한 번 읽어봐”하면서 책을 펴 주면 마다하는 녀석은 없다. 곰 같은 녀석이, 기운이 차고 넘쳐나는 녀석이 글자들의 이랑 속으로 들어간다. 바다소를 한 번 다루어 보러 들어간다. 
이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세계가 소용돌이 같은 아이들의 마음에 자리 잡아 들어갈 수 있을까, 제 마음의 결도 이렇게 순수하다고 느껴볼 수 있을까, 궁금한 게 많았지만 다 읽은 책을 건네주던 녀석의 부드러운 눈빛으로 답을 대신 얻는다. 『까만 기와』, 『상상의 초가교실』을 쓴 차오원쉬엔의 책이며 「바다소」외에 ‘뉴뉴’라는 소녀와 완이라는 소년의 우정을 다룬 「빨간 호리병박」, 나와 다른 처지에 있는 친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성장해 가는 소년들의 모습을 담은 「미꾸라지」, 어린 시절에 내면에 깊은 상처를 받고 문제아가 된 ‘아추’의 이야기를 다룬 「아추」가 실려 있다. 모든 글의 배경에는 작가의 고향 마을 강에서처럼 물이 흐르며, 상처 받고 외로운 작은 영혼들이 그 물빛 세상에서 실제로는 더 없이 아름답게 빛나는 영혼들이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 김태희 추천글 (경기 고양시 백마중 국어교사 pmfarmer@hanmail.net)


『파디샤의 여섯 번째 선물』, 아흐멧 위밋 지음, 푸른숲 (중1부터)

어려서 옛날이야기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나를 보고 할머니께서는 “크면 가난하게 살껴~ 야그만 좋아하니께.”라고 경계하시면서도 늘 재미난 이야기를 구수하게 들려주셨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 어린시절로 되돌아가는 듯 행복했는데 아이들은 어떨까 싶어 도서실에서 여러 아이들에게 빌려주어 보았다. 그랬더니 후딱 읽고 와서 밝은 얼굴로 책을 내밀었다. 그것을 보면서 책 소개 할 일이 생기면 꼭 소개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이야기책이다. 
이 책은 이슬람권의 정취를 가득 담은 5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다소 복잡하다. 칭찬받기만을 좋아하는 파디샤(이슬람교를 믿는 나라의 왕)의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 총리대신은 파디샤보다 더 관대한 사람이 있다면서, 자신의 목덜미를 내리치는 사람에게 금화를 주는 이웃나라의 장님 이야기를 해 준다. 파디샤와 총리대신은 장님을 찾아갔는데 장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바로 들려주는 대신 이웃 나라에 금가루를 사람들에게 뿌리는 보석장수에게 얽힌 사연을 알아오면 자신의 이야기를 해 준다고 한다. 같은 방식으로 보석장수는 작업에 착수하려다 말고 벽에 부딪혀 피투성이가 되는 대장장이를, 대장장이는 다시 인품이 뛰어난 이웃나라 뮤에진(이슬람 사원에서 기도 시간을 알리기 위해 기도문을 읽는 사람)을, 뮤에진은 모자장수를 소개하여 총 5명의 사연이 등장하게 된다. 
이렇게 등장한 5명의 이야기는 모두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 교훈적인 가르침을 하나씩 던져준다. 
‘아라비안나이트’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우리네 전래동화처럼 친근한 이야기를 읽어 가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 한 권을 다 떼는(?) 기쁨을 맛보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아랍권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색감 풍부한 삽화와 표지도 매력적이다. 사족으로 궁금한 점 하나: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5편인데, 왜 여섯 번째 선물이라고 한 걸까? 
- 서경은 추천글 (서울 중앙여고 사서교사 snose@paran.com)


『천재성을 깨워주는 명화이야기』, 이명옥 지음, 다빈치 기프트 (중1부터)
  
미술이란 대중에게 쉽지 않은 영역이다. 특히 명작들은 왠지 우리와 동떨어진 어떤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창의성’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여러 명화들을 우리에게 쉽고 재밌게 소개한다. 새로운 미술을 만들어낸 화가들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었고, 그 독특한 발상은 어떻게 예술로 바꾸어버렸는지 하는 과정을 한편의 이야기처럼 재밌게 서술하고 있다. 김재홍의 ‘모자상’이 수학적 대칭을 이용하고 있고 또한 동강을 파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이야기나 데칼코마니나 피카소의 콜라주가 탄생하게 된 배경 등이 흥미로운 작품들과 함께 제시되어 미술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더한다. 책의 의도와 같이 책 속에 담긴 작품들은 확실히 창조적 영감을 줄만하다. 미술의 세계에 접해 보고 싶은 사람이나 창의적 사고를 배워보고 싶은 학생이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임영환 추천글 (서울 우신고 국어교사 choyain@hanmail.net)


『바람의 딸 샤바누』, 수잔느 피셔 스테이플스 지음, 사계절 (중2부터)

이 작품은 수잔느 피셔 스테이플스가 파키스탄의 시골 지방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얻은 생생한 정보를 바탕으로 쓴 청소년 소설이다. 
유목민의 딸로 자라난 샤바누는 강인한 생명력과 나이에 맞지 않는 생활력으로 척박한 땅에서의 모질고 바쁜 일상들을 의연히 살아낸다. 샤바누는 자신의 약혼자와 언니가 대신 결혼하게 되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 속에서 성장한다. 
지혜롭고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는 샤바누의 이모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강한 샤바누에게 삶의 지표가 된다. 남성에게 종속되어 평생 원치 않는 삶을 살아야 하는 그런 생활을 버리고 홀로 딸을 키우며 유목민의 삶을 살아가는 선구자와 같은 여인이다.
"비밀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거야. 그게 바로 가슴 속에 자리 잡은 영혼의 비밀"이라는 이모가 들려준 지혜의 선물은 샤바누의 가슴 속 깊이 자리 잡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사회의 관습, 종교적인 틀에 얽매여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갈망을 실현시킬 미래를 위해 꿋꿋이 내면을 가꾸어 나가는 샤바누의 모습은 성장기 소녀들에게 강한 메세지를 줄 것이다.  또한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게 하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 볼 기회도 줄 것이다. 아울러 문화적, 환경적으로 생소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다른 문화에 대한 선입관도 엷어질 수 있을 계기가 될 것 같다.
- 곽예리 추천글 (책따세 일산 모임 회원 lsksls nate.com)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푸른숲 (중2부터)

우리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보며 느낀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상으로 되돌아오면서 여행에서 깨달았던 많은 것들을 쉽게 잃어버리곤 한다. 한비야는 7년간의 세계 여행에서 얻은 것들을 잊지 않고 실천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다. 세계 오지 여행을 통해 남은 시간을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이를 긴급구호요원이라는 제2의 인생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내전, 언제 철수해야할지 모르는 긴급 상황 이라크,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아프리카, 세계의 화약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생각만 해도 끔찍했던 쓰나미 참사 현장, 그리고 가깝지만 갈 수 없는 북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아픔을 생생히 전달해 준다. 역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가난이나 내전의 원인부터 가슴이 저리도록 처참한 현실 소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까지 구석구석 짚어준다. 전 세계의 수많은 분쟁 지역을 둘러보다 보면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욕심에 희생된 이들을 보듬어 안는 것도 인간의 따뜻한 마음 아니던가.
최근 크리스마스실이 안 팔려 걱정이라는 기사가 났다. 핸드폰 요금은 몇 만원씩 내면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에는 인색한 아이들도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성적, 교우관계, 장래 희망 등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모든 고민이 집중되어 있다. 때로는 핸드폰에서 고개를 들어 좀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이 책에서 한두 꼭지만 이야기해줘도 아이들은 금세 눈이 휘둥그레진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보다 살아있는 이야기이기에 아이들은 귀 기울이고, 글쓴이와 같은 마음으로 느낀다. 
"우리나라도 어려운 사람 많은데, 왜 아무 상관도 없는 다른 나라 사람까지 도와야 하나요?"하며 의문을 제기하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더 권할 만하다. 삐딱하던 아이들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될 테니까 말이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실현해가는 책 속의 인물들은 아이들에게 그동안 무관심했던 국제뉴스에 귀 기울이고, 나보다 더 힘든 이를 위해 주머니를 열게 해 줄 것이다.
- 이수영 추천글 (서울 경원중 국어교사 may004@hotmail.com)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2』, 박경철 지음, 리더스북 (중2부터)

중학교 2학년 교실에서 장래 직업에 대한 글을 쓰게 하였더니 의사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지망 동기는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란다. 비단 의사가 아니라도 청소년의 직업 선택은 얼마나 돈을 잘 버는 직종이냐가 가장 중요한 조건에 들고 있는데,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아이들만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사람의 행복이 돈의 많고 적음에만 좌우되지 않는 것이라고 깨닫게 해 주어야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설계하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무엇을 생각하며 삶을 준비를 해야 할 지를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읽을거리이다.
이 책은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저자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물론 의사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수입원의 도구로 일을 하는 것이지만, 의사로서 지녀야 할 직업적 윤리가 있고 인간으로서 맞닥뜨려야 하는 희로애락이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 두 권의 책을 통하여 자신이 겪은 다양한 경험을 진솔하게 표현함으로써 인술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병원을 다녀가는 사람들에게 병으로 인한 아픔만이 있는 것이 아니며, 병을 치료하는 의사는 과학적인 잣대로 생명을 다스리는 역할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병원을 운영하며 견뎌야 하는 잡다한 사안들도 제시하면서 부러움으로 바라보는 의사들의 찬란함 뒤에 얼마나 큰 희생과 헌신이 따라야 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고 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무엇인가를 생각한 학생이 나중에 의사가 된다면 자신의 환자를 치료비 내는 고객이 아닌 귀중한 사람으로 맞이하는 자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의사가 되겠다고 희망하지 않는 청소년이라도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법을 이 책에서 건져 올리리라 믿는다.
- 박윤주 추천글 (서울 중평중 국어교사 byj16203@hanmail.net)



『달만큼 큰 미소』, 마이클 커제스 지음, 홍익출판사 (중2부터)

예쁘고 똑똑하고 운동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 언니와 비교해서 자신은 너무도 못났다는 자책감에 빠진 예민한 안드레아, 행동과 사고가 느린 다운 증후군의 벤, 언제나 제멋대로이고 걸핏하면 온몸이 경직되는 스티브, 세상에 대한 원망과 증오로 똘똘 뭉친 루이스.
이 아이들은 근본적으로 착하고 성실하고 똑똑한 아이들임에도 신과 부모와 교사들과 친구들에 의해,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의 편견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살아왔다. 학습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바보처럼 보이는 건 변변한 기회 한 번 주지 않으면서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운명이 마치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일이라도 되는 양 몰아세워 왔기 때문이다.
저자이자 지도 선생님인 커제스는 오랜 세월 특수교육의 현장을 지켜오면서, 미국 고등학교 최고 영재들만 참가하는 NASA주최 과학경시대회인 스페이스 캠프를 통해, 이 아이들에게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삶의 기회를 주어서 자기 삶에 도전하는 용기를 갖게 했다. 
삶의 대부분을 세상의 주변부에서 보내야 했던 학습장애아들, 그래서 자기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이들이 스페이스 캠프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자신의 감정이나 순간적인 화를 꾸욱 참아내는 모습은 안쓰럽다기보다 멋지고 자랑스러워 보인다. 결국 이들은 영예의 최우수 팀워크 상을 받는다. 그리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대해 적개심을 품고서 함부로 폭력을 행사했던 스코트가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최고 개인상을 받고서 메달에 매달린 리본을 가위로 팀원 수만큼  나누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땐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이 책의 표지 글을 보는 순간 장애인이라면 보통 아이들하고 어울려 겨루는 것도 힘겨울 텐데 영재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도전한다고? 기적이 일어났거나 봐주기 작전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특수교육을 받는 학습장애아들에 대한 나의 편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것은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었던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커제스 선생님과 로빈 선생님의 열정과 희생은 태양만큼 빛나는 희망을 선물한 분들이 아닐까. 
이 책은 세상이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며 남을 배려하고 남에게 보탬이 되는 삶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를 말해 준다. 달만큼 커다란 그들의 미소를 한 번 보면 이 세상에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는 없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윤영란 추천글 (책따세 일산 모임 회원 suwon0121@hanmail.net)



『붉은 스카프』, 지앙지리 지음, 아침이슬 (중2부터)

세상 어떤 일과 맞서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을 것 같은 당당함을 지닌 소녀! 
소년 공산당원임을 증명하는 목에 두른 붉은 스카프가 한없이 자랑스러운 소녀!
청소년기, 자칫 그 시기는 거칠 것 없는 영웅심에 가족과 이웃을 배반할 법도 한 상황에서 가족의 사랑과 정의를 택하는 매우 자랑스러운 주인공 소녀가 있다. 
이 소설은 순간마다 삶을 선택해야 하는 한 소녀의 절실한 갈등상황이 잘 표현된 자전적 성장 소설이면서 중국의 한 시대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또한 한 정치가의 오류가 한 가정을 뿌리째 뽑아버렸음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중국을 아시아 최고의 강대국이라고 하면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실제로 중국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이번 기회에 문화혁명의 한가운데를 지나온 듯한 감흥과 바르지 못한 정치의 폐해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송재율 추천글 (책따세 일산 모임 회원 agibuel@hanmail.net)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모리구치 미츠루 지음, 가람문학사 (중2부터)

고등학교 때 생물 선생님께서 토끼를 삶아 그 뼈를 맞추는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살아 숨쉬던 작고 예쁜 토끼가 죽어서 솥에 삶아지는 과정을 상상해보니 너무나 끔찍하여 속이 다 이상해질 지경이었다. 선생님이 나에게 아프냐고 물었을 때 나는 창백한 얼굴로 “상상이 돼서요”라 대답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살짝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여고생에게 ‘토끼 삶아 뼈 맞추기’는 잔인한 일이요, 징그러운 일이었다. 
이 책을 봤을 때 머리 속에 ‘토끼 삶아 뼈 맞추기’가 떠올라 그냥 지나치질 못했고, ‘사체를 줍는다고? 이건 토끼 뼈 맞추기보다 더 이상한 일이잖아!’라며 책장을 넘겼다. 책장을 넘길 때 마다 나오는 정성스러운 그림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평소에 관심 밖에 머물던 동물 사체, 골격 그림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징그럽고 이상한 것들이라 여겼던 벌레 역시 작고 귀엽게, 심지어 친근하게 다가왔다.
일본의 생물 교사인 저자는 숲 속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물을 탐구하는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였다. 사체에 붙어있는 진드기까지 관찰하며, 의문점이 나는 부분은 몇 년을 걸쳐 조사하고 기록한다. 이 책을 읽는 것은 곧 이런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생물에 대한 탐구 자세와 과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생물학 역시 시처럼 ‘작고 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됨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은 아이들 역시 그림이 사실적이고, 좋았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생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보아도 생물들이 사랑스러워 보일 것이다’라는 소감문과 밖에 나갈 수 없는 아픈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한 아이의 따뜻한 마음이 기억에 남는다. 비슷한 그림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아이와는 ‘비슷하지만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얘길 해주며 오히려 알찬 얘기들을 주고 받았다.
추운 날씨 탓에 집 밖으로 나가기가 내키지 않는 날에도 어딘가에서 꿈틀대고 있을 많은 존재들을 생각하며 책을 편다면, 어느새 봄이 기다려질 것이다. 
- 정수진 추천글 (서울 방원중 국어교사 betnwls@hanmail.net)



『사막에 펭귄이? 허풍도 심하시네』, 장 폴 크루아제 지음, 앨피 (중3부터)

날씨는 21세기에서 주목받는 문제 중 하나이다. 눈이 쌓이지 않을 정도로 따뜻한 겨울, 녹아내리는 만년설, 비정상적인 폭염 등 해마다 ‘아파하는’ 지구의 몸살을 취재하느라 뉴스나 언론사는 말할 것도 없고 각국의 과학계도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도 수면이 0.5cm 올랐고, 유럽에선 폭염으로 몇  천명이 죽었고. 이런 기사를 읽다보면 후손을 위해 지구를 보호해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솟아오르곤 한다. 그런데 이 모든 -비정상적인- 현상이 단지 몇 백 년을 주기로 일어나는 ‘정상적인’ 것이라면? 미비했던 예방책과 갖은 실수를 덮기 위해, 정치인들이 조작한 것일 뿐이라면?
이 책을 읽다보면 “아, 정말 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불안해만 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투머로우’를 보면서 솟았던 막연한 불안감을 차분하게 잠재워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이 책에 따르면, 태풍이 올 때마다 비정상적인 자연의 횡포라고 떠드는 것은 진작에 예방하지 못한 것이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정부의 그럴듯한 ‘변명거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속적인 산업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고? 탄소의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전체 지구의 대순환에는 코딱지만큼도 관여하지 못할 극미량이란다. 매년 남한 면적만큼의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헬 사막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던 건 겨우 4년 남짓이었고, 향후 1세기동안 온난화가 진행될 확률과 멈출 확률이 같다. 오히려 화산 폭발로 올 수 있는 빙하시대를 대비해 온실 가스를 농축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덧붙여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온난화를 걱정하는 입장에 있는 다른 책과 함께 읽는 것을 권한다.(예:『소 방귀에 세금을!』) 두 가지 주장을 동시에 생각해볼 수도 있고, 작가의 명쾌한 설명에 아무 비판 없이 넘어가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 빙하시대를 대비할 유일한 무기인 ‘온난화’에 대해, 좀 더 색다른 시각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이옥지 추천글 (경기 봉일천중 2학년 학생 okjiblue@dreamwiz.com)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이은희 지음, 살림 (중3부터)
 
몇 명 아이에게 책을 권한 후, 책을 읽고 나서 아이가 한 말은 “이 책은 우리 가까이에 있네요.”였다. 그 이유는 네 가지였다. 첫째, 각 주제가 뉴스나 신문을 통해 많이 접해 보고 생각해 본 내용이고 둘째,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이들의 입장에서 썼으며 셋째, 쉽게 풀어 설명을 해서 읽다가 다시 읽는 일을 하지 않게 한다. 마지막으로 과학에 흥미가 없어도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아이는 “딱딱한 과학책이 아니라 그냥 책 같아요”라고 말했다. 과학책과 책을 구별하는 우리 아이들, 이것이 바로 과학책 읽기의 현실이다.
이 책은 현대과학의 두 얼굴 ‘천사’와 ‘악마’를 동시에 보여준다. 지은이는 ‘과학이란 것은 논리적인 전개를 통해 도출될 수 있는 결과를 얘기해주지만, 그 결과를 거꾸로 돌아가거나 그 결과로 인해 가려진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과학의 발전이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밝음으로 인해 더 어두워지는 곳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다’라고 했다. 이 책의 특징은 과학의 양면성을 제시하면서 ‘우리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데 있다. 각 주제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을 함께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하면 좋겠다. 
지은이가 생활 속의 과학, 과학 속의 생활을 정겹고 친절하게 옆에서 이야기하듯 말하기에 읽기에 부담이 없다. 내용뿐만 아니라 책의 편집 또한 이해하기에 아주 적절하다. 여기저기서 과학책 읽는 소리가 들린다. 과학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
- 전선미 추천글 (충남 논산 연무고 생물교사 smjwits@dreamwiz.com)




『바람에 실려 온 페니실린』, 권오길 지음, 지성사 (중3부터)

이 책은 ‘세포’에 대한 이야기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생물학이나 세포학은, 보통 사람들에게 다가서기도 어렵고 일상과는 더욱 관계가 먼 전문적인 학문의 영역일 뿐이었다. 최근 인간의 DNA를 분석하여 노화와 병에 관한 인체의 비밀을 풀고자 하는 ‘게놈(Genome)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인간의 오랜 불치병을 치료할 대안으로서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세포’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하지만, 게놈 프로젝트나 줄기세포가 아니더라도, 세포는 이미 각자의 ‘나’를 이루는 일부이면서 우리의 일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겪는 일상에서 세포가 만들어 내는 일들을 아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독자는 자신이 겪는 많은 일들이 세포의 작용임을 깨닫게 되면서 세포와 생물학을 가깝게 느끼게 된다. 또한 이 이야기들은 세포학과 생물학의 전반을 이해하는 입문서로서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과학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서 생물학이나 과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진로에 한 걸음 다가서는 길잡이로서도 손색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과학에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권오길 교수는 ‘과학에세이의 개척자’라고도 불린다. 이 책이 있기 전에도 일반 대중에게 과학을 소개하는 책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적 사실들을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과학적 사실들이 우리의 삶에 던져주는 문제들에 대해 쉬우면서도 진지한 목소리로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하나, 하나 이야기들을 읽어 가는 동안 ‘과학’은 무엇이며, ‘과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의 바른 자세는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꿈꾸는 달팽이』이후 꾸준히 과학에세이를 써 온 권오길 교수의 아홉 번째 책이다. 장차 과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저자의 다른 책들도 뒤이어 읽어보기를 권한다. 
- 송인호 추천글 (서울 성심여고 국어교사 metaphor73@naver.com)


『프루스트 클럽』, 김혜진 지음, 바람의 아이들 (고1부터)

윤오는 전에 있던 학교에서 누군가를 아프게 한다. 하지만 그게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다른 곳으로 전학을 와서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힘든 윤오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모임 ‘프루스트 클럽’을 만든다. 그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과 어른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윤오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청소년기는 작은 것 하나로도 마음이 흔들리고 상처받기 쉬운 때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치유하기는 어렵다. 상처 입는 걸 두려워하면서 살지 말라는 오데뜨의 말처럼, 그 시절에는 작은 아픔도 크게 느껴져서 다른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주저할 때가 있다. 마음의 문이 닫혀있는 누군가의 마음을 열어준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이 책은 스스로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책이다.
재미있는 소설책을 권해달라고 할 때는 이 책을 권하기가 조금 망설여진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아픔을 감추고 사는 아이, 그래서 다른 친구를 사귀는 일도, 밝게 생활하는 것도 힘든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읽는 속도를 천천히 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 노훈금 추천글 (경기 경민중 사서교사 hungum@hanmail.net)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 지음, 웅진닷컴 (고1부터)

아프리카는 멀다. 비행기로도 19시간 정도라고 한다. 단지 그들과 우리가 거리상 멀리 있을 뿐일까?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미국보다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 더 먼 나라다. 우리에게 외국이란 일본과 미국이고 유럽정도다. 아프리카 하면 먼저 타잔이 생각나고 에이즈나 결식아동 그리고 처참한 생존의 현장이 떠오르고, 반듯하게 그어진 국가 경계선과 머리통 모양의 대륙지도가 생각난다. 그 정도의 상식이 아프리카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 있게 들어다 보면 눈물이 나는 대륙이 아프리카 대륙이다. 또한 인류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대륙이다. 독일인의 시각에서 쓴 책이지만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해서 좋다. 간간이 보이는 아프리카 화가들의 그림도 재미를 더한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슬픈 과거에 우리 역사가 겹친다. 
내년도 월드컵에 아프리카의 토고라는 나라와 예선을 치른다는 소식에 마치 이긴 듯이 좋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반대로 프랑스하고는 당연히 지거나 비기는 전략이 벌써 신문 지면을 메우고 있다. 토고는 정말 우리가 만만하게 볼 만큼 축구가 약한 나라일까? 그것이 우리의 아프리카 이해 수준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에는 아프리카 전문가가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했다. 
- 이정균 추천글 (경기 대화초 교사 le403@chol.com)

『십팔사략 1~10』, 고우영 지음, 애니북스 (고1부터)
  
18권의 중국 역사서를 간추려 편집한 증선지의 『십팔사략』이, 작고한 만화가 고우영님 특유의 해학과 유머를 보태 이렇게 재미있고 유익한 만화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굳이 길게 추천글을 달지 않아도 이 책에 손이 닿은 사람들은 꼭 책을 읽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이 지닌 미덕을 소개하고픈 마음이 ‘절로’ 일어서 이 글을 쓴다.
첫째로 이 만화책의 제일가는 미덕은 ‘재미’이다. 이 책을 쥐게 되면 열흘 동안 밤잠을 설치는 사람도 있고, 하룻밤을 꼴딱 새울 사람도 생겨날 것이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지금 당장 이 책을 구해서 한 번 읽어 보시라! 
둘째는 유용성인데, 특히 고등학교 학생들이 우리 고전을 읽을 때 도움이 될 만한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다. 국어 교과서에 실린 「허생전」에 나오는 번오기라는 인물, 「구운몽」에서 ‘형경이 역수를 건널 때 점리와 이별하는 듯’ 이 갖는 의미, 허균의 「유재론」에 나오는 범중엄, 진관, 반양귀, 왕부 등을 이해하는 것은 이들 고전문학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꼭 필요한 지식들이다. 고전문학을 읽을 때면, 어쩌면 우리 조상들은 우리 역사보다 중국 역사에 더 능통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데도 교과서 귀퉁이에 실린 몇 글자 주석들은 무미건조하기만 해서 전혀 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아 답답했는데,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역사 지식과 인물들을 만나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셋째는 이 책이 주는 영감이다. 학생들에게 이 책을 읽혀보면 이 책으로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중국 역사에 대한 흥미를 느껴 『중국 역사 오천년사』와 같은 책으로 나아가곤 한다. 게다가 그동안 『삼국지』와 같은 책은 우리 사회에서 처세술이나 권모술수를 위한 교본으로 읽혀온 것이 현실인데, 『삼국지』를 읽으면서 이 책의 삼국 시대를 함께 쥐고 읽는 학생들을 볼 때, 『삼국지』와 같은 책을 통시적으로 새롭게 접근하는 방식의 독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의 영감이 느껴졌다. 
겨울방학을 행복하게 해 줄 책으로 강추한다. 
- 이소연 추천글 (서울 서울고 국어교사 priti2@hanmail.com)



『생각하는 그림들-오늘』, 이주헌 지음, 예담 (고1부터)

글은 잠시 밀어 두고 책 속에 가득한 그림부터 만나 보자. 여러 편의 그림들 중에서 마음의 울림이 있는 그림 한 점을 골라 보자. 왜 그 그림을 골랐는지 책의 한 쪽 구석에 메모해 보자. 자, 이번에는 필자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필자는 그림과 삶의 접점에서부터 전문가처럼 딱딱하게 굴지도 않고 눈높이를 맞춰가며 이야기를 건넨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결국 그림에 투영된 자신의 삶을 마주하는 것임을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송필용의 '경포호'를 골랐다. 푸른 물살로 가득 채워진 그림이 답답한 나의 마음을 밀어주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서는 박재웅의 '다섯 개의 파'를 골랐다. 달랑 다섯 개의 파가 뭐냐 싶었는데 필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시간의 흐름 속으로 나도 따라 흘러가는 것 같았다.
즐거운 책 읽기는 공감하는 사람과 긴 수다로 이어질 때 더욱 빛난다. 나는 책의 한 쪽 구석에다 메모를 많이 하는데, 그 책을 아이들에게 빌려 주고 또 메모하며 보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들과 나는 선생도 학생도 아닌 그림을 함께 보는 친구처럼 가까워진 서로를 발견하게 된다. 
- 정윤혜 추천글 (서울 백운중 국어교사 mingima@freechal.com)



『청바지 입은 오페라』, 문호근 지음, 개마고원 (고1부터)

겨울목록 선정을 끝내면 학생들 기말고사 기간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니 학생들에게 ‘추천글’을 받아내기가 어렵다.
‘추천글’을 쓰기 위해 집에 가져다 놓은 책을, 방학을 맞아 모처럼 여유 있는 대학생 아들이 이리저리 뒤적여 보더니 탄성을 지른다. “아 내가 이 책 고등학교 때 보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래서 얼른 “그럼 네 후배들을 위해 추천 글 좀 써줄래?” 
이렇게 해서 얻은 글이다. 

사람들은 오페라를 접근하기 힘든 것으로 여긴다. 나 역시 그러한 생각 때문인지 여태껏 살아오면서 오페라를 몇 번 정도 밖에 관람하지 못하였다. 그 중 한번은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배낭여행으로 방문했을 때 관람하였다. 그때도 오페라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비엔나의 오페라가 유명하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서 구경하였다. (입석으로 관람하면 입장료도 싸다.) 사실 지금은 제목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느꼈던 것은 줄거리라도 대강 알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었다. 별다른 감동을 기대하지 않고 갔던 나에게 오페라에서 흘러나오던 음악들은 가사의 내용은 모르겠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훌륭하게 다가 왔기 때문이었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볼 때 『청바지 입은 오페라』는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20편의 오페라 줄거리와 그에 따른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 또는 필자의 생각 등이 쓰여 있다. 또 장면의 사진도 덧붙여져 있어 보는 즐거움까지 준다. 다만 ‘책’이라는 수단의 한계이겠지만, 오페라의 근간을 이루는 음악을 직접 듣지 못하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청바지 입은 오페라’ 읽기의 완성은 오페라와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이루어 질 듯 하다. 
이제 오페라를 눈으로 읽으신 분들, 오페라의 모든 면을 느끼러 공연장으로 가야겠다. 마치 청바지를 입듯 편한 마음으로 말이다.
- 서경은 추천글 (서울 중앙여고 사서교사 snose@paran.com)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박노해 지음, 느린걸음 (고1부터)

책 제목만 보면 아체는 사람 이름인 것처럼 느껴진다. 간혹, 지리에 밝은 사람에게는 지난해 할퀴고 간 쓰나미와 함께 기억되는 지명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낯선 이름의 아체는 인도네시아 제도의 수마트라 맨 위쪽에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이다. 인도네시아 석유의 20%, 천연 가스의 30%를 생산해내고 수출의 11%를 담당하고 있는 천혜의 땅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난 해 말, 쓰나미가 덮쳐 이곳은 지금 처절한 고통의 땅이 되어 신음을 하고 있다. 아체의 고통은 단지 쓰나미 때문만은 아니란다. 원래 아체는 강력한 독립국가로 아체만의 언어와 문화를 가진 ‘아체주’였다고 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군사 독재자인 수하르토에 의해 점령단한 후 지난 30여 년 동안 아체인들은 ‘자유 아체’를 부르짖으며 저항에 나서왔지만 2003년부터는 계엄 상태에 들어가 밤마다 총소리가 울리고 수많은 아체인들이 학살을 당해왔다고 한다.
이 책은 1980년대 노동자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박노해 씨가 쓰나미의 최대 피해 지역인 아체를 2005년 3월과 2005년 5월, 두 번에 걸쳐 방문하여 아체 지역의 피해 참상과 그곳 사람들의 고통을 흑백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전하고 있는 현장 리포트이다. 그러나 쓰나미 재해에 관한 단순한 리포트가 아니다. 아체 사람들의 분노와 빈곤의 원인, 정치적 억압에 대한 사회학적 보고서이면서 동시에 진정한 나눔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반성을 담고 있는 인문학적 보고서이다. 또한 고통스러운 이야기 끝에 한 편씩 만나게 되는 시들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와서 문학적 보고서의 역할도 충분히 하고 있다.
저자는 가난과 고통에 울고 있는 나라는 우리가 넘어온 과거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미래의 거울이라고 한다. 그 미래의 거울 속에서 제 앞가림에만 급급한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 혹시 우리는 새롭게 등장한 ‘작은 제국주의’의 모습은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강자의 우월감 속에서 가난한 나라를 활보하며, 그들의 눈물 흐르는 현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약자의 방관을 계속하는 이중성 속에서 지구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겨울, 값싸고 풍광 좋은 아시아의 휴양지를 찾아 떠날 여행 계획을 세우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반문을 한번쯤은 곱씹어보면 좋을 것 같다.
- 김란희 추천글 (책따세 일산 모임 회원 ranikimhee@hanmail.net)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휴머니스트 (고1부터)

우리 아이들이 역사를 싫어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역사서를 읽을 때의 딱딱한 느낌과 번거로움 때문이 아닐까? 그나마 한 번씩 펴보는 역사 부문 도서들은 대부분 암기 위주의 역사 공부에 지친 아이들을 더 피곤하고 질리게 만든다. 그 시대 상황이나 지리적 상황을 꿰고 있는 학생이 아닌 경우,  지리부도, 역사부도를 옆에 놓고 일일이 찾아보아야 책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살아 있는 세계사 교과서』는 한마디로 ‘친절하고 다정한 역사서’라고 말하고 싶다. 담고 있는 내용만큼이나 방대하고 다양한 지도, 그림, 연표, 사진, 도표 등이 책 속의 내용을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 책 속에서 우리는 교과서에서 접했던 유럽, 중국 중심의 역사 전개가 아닌 세계 각 나라마다 지역마다 소외되는 역사가 없도록 배려한 선생님들의 따스한 노력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세계사에서는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던 우리 역사, 중국의 변방에 위치한 나라로 중국사나 일본사에 잠깐 동승하던 우리의 역사가 세계 역사 속의 한 장을 이루고 있다. 책 간에 씌어진 ‘여성의 역사’, ‘청소년의 꿈’, ‘문화유산 나들이’, ‘시대와 만나다’ 등의 시리즈는 책 속의 책으로 다양한 문화, 인간상을 흥미롭게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창구가 되어 줄 것이다.
역사는 과거를 말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현재와 미래를 본다. 그래서 역사는 늘 우리와 함께 걸어가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책을 토대로 좀더 넓고 다양한 시각으로 씌어진 역사 관련 서적들을 읽어보고 기꺼이 역사와 친구 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 강숙경 추천글 (책따세 일산 모임 회원 muse417@hanmail.net)



『책만 보는 바보 -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안소영 지음, 보림 (고1부터)

두 종류의 벗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우(友)이고, 다른 하나는 붕(朋)이다. 나는 우(友)는 감정적으로 호감이 가서 좋아하는 벗이고, 붕(朋)은 생각이 서로 통해서 사상적인 사귐이 있는 벗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니까 붕(朋)은 같은 스승을 모시고 같은 책으로 함께 공부하면서 서로의 마음이 통하게 된 친구들이라고 하겠다. 만나면 무작정 기분이 좋아지고 나의 허물을 편하게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스스럼없는 우(友)도 좋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생각을 공유하고 뜻을 같이 하는 붕(朋)의 절실함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조선 후기의 서출 신분의 실학자 이덕무가 어떻게 책과, 같은 길을 걷는 벗들과, 스승과 사귐을 가졌는가 보여주는 책이다. 지은이는 그들이 후대에게 전한 글들을 바탕으로 해서 실제 역사와 자신의 상상을 엮어 자서전 형식의 책으로 풀어냈다. 지은이의 빼어난 글 솜씨 덕에, 2백여 년 전에 이 땅에 살다가 역사 속에 묻힌 한 인물이 역사 밖으로 걸어 나와 생생한 육성으로 나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에서 이덕무는 책에 대해 애틋하고 살뜰한 사랑을 지닌 학자로, 뛰어난 스승들과의 만남을 통해 더 큰 세계로 나아간 제자로,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운명을 규정짓는 신분제 사회에 대한 분노를 간직한 인물로, 하루 종일 수고해도 굶주림을 면할 수 없는 조선 백성들의 고통스런 삶을 해결하기 위해 실학자의 길을 선택한 지식인으로 그려진다. 모두가 따라가고 싶고 본받고 싶은 삶의 모습이나,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부럽게 여긴 것은 뭐니뭐니해도 그가 가졌던, 그의 곁에서 마음과 뜻을 함께 나누던 ‘붕(朋)들’이다.
“우리도 그대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말하게 되는 벗이었습니까?”
이덕무의 벗 박제가가 어려운 형편 때문에 오지로 떠나가게 된 벗 백동수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나에게도 자꾸 물어보게 된다. 
- 이소연 (서울 서울고 국어교사 priti2@hanmail.com)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북폴리오 (고1부터)

국어 시간에 소설 쓰기를 했다. 살면서 응어리진 것들을 소설로 풀어보자고 했더니 아이들은 소설가가 되어 소통하지 못한 감정들을 불러냈다. 처음으로 목격한 어른의 죽음, 외면해버렸던 외톨이 친구, 부모와의 대립과 화해와 같은 응어리를 꺼내놓고 끙끙거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소중했다. 『밤의 피크닉』을 읽을 때의 마음이 꼭 그랬다. 본인들이 상처라고 여겼던 것을 풀어보려고 혼자만의 내기를 걸고 끙끙거렸던 다카코, 마침내 마음의 숙제를 멋진 피크닉으로 바꾼 아이들은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이다. 
『밤의 피크닉』은 일본의 고등학교 연례행사로 전교생이 꼬박 하루를 80킬로 행군하는 ‘보행제’를 배경으로 그간에 얽힌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성장소설이다. 주연격인 도오루와 다카코의 갈등은 그들의 부모들에게 있다. 다카코는 도오루의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서 낳은 딸이고, 도오루 아버지 장례식에서 어린 도오루는 야무지게 자기를 쳐다보는 다카코를 처음 보게 된다. 어른들의 죄로 다카코와 도오루는 처음부터 서로를 쏘아보는 사이가 되었는데, 그 둘이 어쩌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 되었을까. 둘의 비밀을 모르는 친구들은 둘의 묘한 분위기에 둘이 좋아하고 있다며 일을 벌이고, 이런 상황에서 이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하룻밤과 낮을 꼬박 걷게 되었다. 이 책은 그 밤의 피크닉에서 둘 다 승리자가 되는, 참으로 기특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나는 소설을 아이들과 읽을 때면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인물, 꿀밤을 주고 싶은 인물을 꼽아보라고 말문을 연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특별히 꿀밤을 줄만한 인물이 없다. 다카코와 도오루의 친구들은 각각의 개성을 뿜으면서도 타인에게 정성을 다하는 인물로 그려졌으며, 추리소설을 읽는 듯 흥미진진하게 이어가는 책이다. 그 많은 인물들이 씨실과 날실로 한 폭의 다채로운 무늬를 만들어내는 책이니만큼 인물의 관계도를 그려가며 읽어보라고 해도 좋겠다. 
- 서미선 추천글 (서울 구룡중 국어교사 lechat84@hanmail.net)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마음산책 (고1부터)

  어린 시절 지도를 보면서 다른 곳은 갈색이나 푸른색인데 유독 옥빛을 띄는 신비한 지역이 있었다. 북극처럼 완전히 흰색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유럽의 갈색도 아닌 독특한 지역. ‘그린란드’ 이 곳엔 과연 어떤 사람들이 살고 어떤 문화가 존재할까? 
  이 책은 이 곳 그린란드의 피가 흐르는 덴마크인 매력적인 여자 스밀라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추리 소설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일어난 코펜하겐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어린 소년이 추락하는 사건. 모두가 단순한 실족사로 처리하지만, 같은 건물에 사는 스밀라는 소년의 죽음이 사고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얼음과 눈의 언어를 읽어 낼 수 있는 그린란드인의 피가 흐르는 그녀는 특유의 관찰력으로 소년이 눈 위에 남긴 발자국을 보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일반 하드 보일드 추리물과 비교를 해보면 냉소적이지만 인간의 신뢰를 잃지 않는 탐정, 인간이라서 약한 범죄자들, 작은 균열을 드러내는 커다란 시스템의 모순 등은 비슷하지만 ‘회색 뇌세포’를 이용한 추리보다는 직관과 몸으로 각종 위협과 폭력을 받아내며 바다, 얼음 위로 돌진하여 진실을 구하는 면이 인상적 차이다. 아마 서구인들과 동양인의 피가 흐르는 그린란드인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작품을 읽다보면 덴마크와 그린란드, 도시와 얼음, 서구 문명 사회와 자연 대치가 교묘히 녹아 있어 문명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눈과 얼음을 읽을 낼 수 있는 자연의 여인 스밀라는 우리에게 묻는다. 문명이라는 것에 함몰되어 그대들은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라고.
  긴 겨울 방학 눈과 얼음의 나라 그린란드와 덴마크로 추리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좋을 것 같다. 다만 추리 소설치고는 문화사적 지식, 수학적 지식 등이 깔려 있어 책읽기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책의 분량과 무게가 다소 어려울 수도 있음을 알고 접근하면 좋겠다. 
- 임영환 추천글 (서울 우신고 국어교사 choyain@hanmail.net)



『오카방고의 숲속학교』, 트래버스․앵거스․메이지․오클리 지음, 갈라파고스 (고1부터)

  이 책은 영국의 어느 놀라운 가족의 꼼꼼한 기록이다. 뒤늦게 진화생물학을 공부한 엄마가 다윈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싶다고 네 명이나 되는 자식들을 데리고 훌쩍 오카방고로 이주했다. 오카방고는 아프리카에서도 생태계의 보고라고 불리는 곳이다. 훌쩍이라고는 했지만, 수많은 책 상자를 챙겨서 이곳에 온 엄마는 캠프를 차리고 부엌에서 홈스쿨을 시작한다. 엄마가 가르치고 네 명의 아이들이 배우는 학교, 그것이 숲속학교다.   이 책이 놀라운 또 다른 이유는, 그들에게 주어진 삶을 어른의 눈이 아닌 그들 자신의 눈으로 꼼꼼하게 기록했다는 점이다. 선뜻 엄마를 따라가기에 두려웠던 초반의 트래버스, 남자형제 안에서 느껴야했던 메이지의 고민, 앵거스와 오클리가 아프리카에서 겪었던 놀라운 경험이 생생하게 읽힌다. 성숙한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교육이라고 하는가, 엄마의 몫은 어디까지일까, 읽는 내내 질문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쓴 기록이라, 중학생도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도서실로 몰려왔다. 추리소설을 독파하겠다는 아이에서부터 고전문학 목록을 손에 들고 오는 아이까지 방학을 앞두고 책 욕심을 세울 때다. 그 와중에 꾸준하게 공부방법에 관한 실용서를 읽은 아이에게 나는 『오카방고의 숲속 학교』를 권했다. 비록 실용서는 아니지만, 긴 안목으로 자신의 공부를 돌아볼 때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배움을 학교와 학원에 한정시키고 그 안에서 일희일비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트래비스네 가족들의 공부 방법은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아프리카에 가든, 혹은 영국의 대도시에서 살든, 도전적인 삶에 부딪치고 적응하고 꾸려나가는 모습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좀더 넓은 시야를 갖지 않을까 싶다. 읽는 와중에 새로 알게 된 사자에 대한 이해, 대자연과 가족에 대한 사랑도 가슴 뻐근한 감동이다. 
- 서미선 추천글 (서울 구룡중 국어교사 lechat84@hanmail.net)


『바람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지음, 청어람미디어 (고1부터)

이 책은 19살에 ‘알래스카’의 자연에 매료되어 그곳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는 일로 온 생애를 바친 야생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가 쓴 사진에세이다. 아무리 좋은 사진도 작은 책 안에 가두어 두고 보면 답답해지기 쉽지만, 이 책에 실린 그의 사진들은 알래스카의 차고 명쾌한 바람이 느껴지는 듯 생생하다. 하지만 이 책을 품안에 깊이 품게 하는 매력은 그 사진들을 둘러싸면서 자연과 삶에 대해 나직하게 들려주는 작가의 글이다. 
독자는 모닥불을 마주하고 앉아 인디언들의 삶에 대해, 자연에 대해, 삶의 편리함과 행복에 해 가만가만 생각해 보게 된다. 카리부(물소) 떼와 더불어 살아가는 인디언들은 작가의 입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오늘의 우리에게 전한다. “우리를 비롯한 모든 생명이 다른 생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그 고기를 입안에 넣음으로써 그 카리부의 생명을 자기가 잇게 된다는 것’
또한 이 책은 디지털 카메라나 카메라폰을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인터넷을 통해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는 요즘 학생들이, 사진 혹은 사진을 찍는 일의 의미와 사진 속에 담긴 피사체와 자기 삶의 관계에 대해 매우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도록 이끌어 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인디언의 삶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는 데 대해 놀라며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디언들이 어떻게 아메리카 대륙에서 사라져갔는지 이야기 해 주는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디 브라운)를 함께 추천하고 싶다.
- 송인호 추천글 (서울 성심여고 국어교사 metaphor73@naver.com)


『유토피아』, 토머스 모어 지음, 서해문집 (고2부터)

토머스 모어는 목숨을 걸고 신앙과 양심을 끝까지 지킨 중세 영국의 지식인이다. 그는 헨리 8세 아래서 공직 생활을 하며 가난한 민중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으나, 자신의 신앙과 양심을 지키고자 헨리 8세에 맞서 런던탑에 갇히고 마침내 사형대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저자가 유토피아 섬에 관해 들은 것을 기록하는 형식의 공상과학소설로. 유토피아 섬과 영국의 현실이 고스란히 또는 슬그머니 대비된다.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이 소용돌이치는 당시 유럽의 최고 지성인이 보여주는 통찰력과 상상력을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다. 
‘지금 여기’에서 새로운 유토피아를 그려야 할 우리 청소년, 바로 예비 지식인들이 읽으면 좋은 고전이다. 실제로 고2 이상이면 당대의 현실과 이상, 토머스 모어의 관계를 자신과 오늘의 현실과 풍부하게 관련지으면서 읽어갈 수 있다. 토머스 모어가 어떤 주제를 잡아서 어떤 방식으로 제시하는지 확인하게 해 보면 특히 좋다. 자연스럽게 문제 의식과 논술 능력을 키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풍부한 관련 도판과 짧고도 요긴한 해설을 덧붙여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고전을 흥미롭게 전달하게 한 편집과 역자의 노력도 돋보인다. 
- 허병두 추천글 (서울 숭문고 국어교사 wisefree@dreamwiz.com)

『김선우의 사물들』,  김선우 지음, 눌와 (고2부터)

사물은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너무 많아서 그저 그렇게 본다. 그러다가 무엇이든지 찾고자 하면 없다고 법석이다. 손톱깎기가 그렇고, 머리빗이 그렇다. 바늘이라도 찾으려면 집안이 뒤집어 진다. 사물을 보는 시각과 관점에서도 차이가 난다. 과학자는 분석하려고 하고, 법률가는 검토하고, 사업가는 이익을 생각한다. 그러나 시인은 관조한다고 하던가?
늘 우리 일상에서 보는 사물을 관심 있게 보는 행위가 사랑이다. 사랑은 관심이다. 학생들에게 이 책에 소개된 사물을 관찰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은이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그렇게 늘 보던 사물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관점과 관찰은 그래서 늘 우리에게 적절한 긴장감을 주고 그 긴장감으로 새로운 시각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방학 중에 이 책에 나오는 사물들을 연결해서 생각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예를들면 ‘의자’에 앉아서 ‘거울’을 보면서 ‘지도’와 ‘사진기’를 자세하게 살펴보고 ‘휴대전화’로 그 소감을 친구에게 말한 후에 ‘숟가락’으로 밥을 먹고 ‘시계’를 보면서 ‘쓰레기통’ 옆에 놓은 ‘걸레'를 본 소감을 적어 보는 것도 이 겨울 방학에 좋을듯하다. 
올 겨울 방학에는 사물을 관찰하는 새로운 관점과 그 진지함에 빠~져 봅시다!
- 이정균 추천글 (경기 대화초 교사 le403@chol.com)



『일렉트릭 유니버스』,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생각의나무 (고2부터)

지금 이 순간 전기가 없다면? 이 글을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쓰지 않아도 될 터이다. 이 책은 전기에 대한 이야기니까. 전기라는 자연현상을 발견하는 과정과 인간 생활에 실용화하는 과정을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학생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전기를 과학사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이해를 돕는 방법일 수 있다. 지은이가 사물을 보는 눈은 유쾌하다. 이것은 과학의 대중화에 적합한 글쓰기로, 과학책 읽기의 가장 난제인 무거움을 가볍게 한다. 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아 이해가 어려운 분야이어서, 이 책은 더욱 빛을 발한다. 더구나 참신한 편집도 매력적이다. 책의 뒷부분에 ‘뒷이야기’ ‘더 깊이 읽기’ ‘더 읽을거리’ 등.
아이들에게 읽혀보니 의견이 다양하다. “개인의 일화를 통해 접근하여 읽기가 편했다. 자연스럽게 과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장점이다.” “전기를 누가 발명했고, 발명하기까지의 뒷이야기와 공식이 탄생하는 배경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뒤에 다시 설명하는 방식의 구성과 편집이 좋다” “과학책은 이해가 안 될 경우 다시 반복해서 읽고 또 읽어야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이 책은 계속 읽어갈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의견과 “물리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특별히 전기에 관심이 없는 아이는 읽지 않을 것이다.”라는 상반된 의견까지. 
개인적으로 욕심을 더 부린다면 물리 분야는 특히 기초용어와 개념을 모르는 아이들이 많기에, 기초용어에 대한 설명이 글의 바로 아래에 있었으면 좋았겠다. 모르면 낯설어 할 것이고, 읽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지은이의 의도대로 ‘아이디어가 잉태되고 나아가 현실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게 되어 과학과 기술에 대한 발견의 즐거움을 느끼기를 바란다.
- 전선미 추천글 (충남 논산 연무고 생물교사 smjwits@dreamwiz.com)



『철학은 내 친구』, 위기철 지음, 청년사 (고2부터)

학생들과 함께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관계에 대한 짧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에서는 컴퓨터가 인간을 단순노동에서 해방시킨다고 했다. 또한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에게 꼭 축복은 아니라고 한다. 수많은 반찬으로 잘 차려진 밥상 앞에서, 어떤 것을 먼저 먹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처럼 너무 많은 정보 앞에서 자신이 갈 길을 찾지 못한 채 헤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인문 정신이 필요하다. 역설적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문학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것이 그 글의 결론이었다. 
이 글을 읽고나서 나는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인문학의 대표적인 학문이 뭐지?” 대부분 학생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다음에 내가 이렇게 힌트를 주었다. “보통 점을 보러 어디로 가지?” 학생들은 철학이라고 쉽게 대답했다. 학생들 대부분은 철학하면 따분한 과목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철학을 전공해봤자 쓸모가 없다고 믿는다. 대학로 한 모퉁이에서 사주팔자나 궁합을 보는 철학관을 떠올리는 정도가 학생들이 철학을 이해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철학을 바르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책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철학은 내 친구』는 돋보이는 책이다. 이 책의 미덕은 고등학생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다. 저자는 이야기 말투로 철학에서 많이 쓰이는 개념을 잘 정리하고 있다. 개념을 자세히 설명하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예들을 보여주는 데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철학을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 철학적인 사고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실제로 이 책을 본 후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있었다. 물론 이 책이 철학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 책이 다른 철학책을 읽게 하는 좋은 발판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겨울방학동안 철학의 세계에 흠뻑 빠져보는 건 어떨까?
- 조영수 추천글 (서울 창문여고 notshy0120@paran.com)



『다훈이의 세계 신화 여행』, 정다훈 지음, 휴머니스트 (고2부터)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어렸을 적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어 들었던 옛날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제는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가물거리지만 포근하고 재미있었던 그 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런 옛 기억을 떠올리며 첫 장을 펼쳤건만 내 눈에 들어온 컬러 사진들은 시골에서 도시로 상경했을 때의 놀라움과 같았다. 
이 책의 저자 다훈이는 2004년 여름에 소아시아, 터키, 그리스, 스페인, 탕헤르, 카르타고 등을 다니며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로마 신화 뿐이 아니라 신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수메르 신화, 성서, 이슬람문화 등에 대해 말해 주고 있다. 게다가 마지막에 있는 유럽 미술관 편에 있는 신화와 관련된 그림 소개로 인해 그리스-로마 신화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기행문이지만 문화보고서와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나누어진 문화 역시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것과 옛날 이야기인 신화가 신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보너스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 책에 실린 많은 사진과 그림들이다.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다훈이가 다닌 곳을 함께 공감할 수 있을 정도인 풍경 사진과 신화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과 조각품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가지고 있다. 또 하나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 떠올렸던 질문들에 대한 다훈이의 답변이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전지전능한 하나님은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에 접근하도록 하셨을까? 니체는 왜 신은 죽었다고 말했을까? 신화 속에서 여성은 약한 존재, 나쁜 존재로 소개되는 걸까? 등등. 갯벌 속에서 진주를 캐내듯 찾아보면 어떨까? 
이 책과 더불어 우리 신화에 대한 책들(『살아있는 우리 신화』, 『우리 신화의 수수께끼』등)을 읽어 보며 동․서양의 신화를 비교해 보면 더욱 좋을 듯싶다.
책을 펼치기 전에 그리스-로마 신화나 그리스 문화에 대한 개괄적인 정보를 파악하고 접근하면 이 책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 권효진 추천글 (경기 부명고 국어교사 yinhye@hanmail.ne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