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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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서 불행한가? 남들보다 차가 좋지 못해 기분이 상했는가? 명품을 입지 못해서 화난 적이 있는가? 대치동에 살지 못해서 아이들 교육이 걱정된 적이 있는가? 애들을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보냈어야 한다고 후회하고 있는가?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한번이라도 갖었었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이 책의 제목은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마라 (자유교육의 선구자 프란시스코 페레 평전)]에서 따왔다고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저자인 배우 김혜자님의 불쌍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의 맨 첫장을 열면 사회활동으로 말년을 보낸 배우 오드리햅번의 시를 볼 수 있다. 인터넷에 워낙 많이 퍼져있는 시인데...."매력적인 입술을 갖으려면 친절한 말을 하라.........날씬한 몸매를 원하면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줘라....한손은 당신 자신을 돕기위해, 그리고 나머지 한손은 다른사람을 돕기 위해."

[세계 인구를 100명으로 축소하면 50명은 영양부족, 20명은 영양실조이며 그중한명은 굶어죽어가고 있는데 15명은 비만이다.]라는 문구가 그림과 함께 실려 있다. 중간중간 처참하리만치 안쓰러운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택시안에서, 화장실에서, 사무실에서 틈틈히 책을 읽다가 눈시울을 적셨다. 통계의 허상이라고 얘기하더라도 하나만 떠 인용을 해야겠다. [인류가 화장품 소비에 180억달러, 향수 소비에 150억 달러, 애완용 동물 사육에 170억 달러를 쓰고 있을때, 그 뒤편에서는 아이들이 전염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1만달러면 이 도시의 아이들을 모두 예방 접종시킬 수 있는데..... 인도의 빈민가정은 하루에 10루피(30원), 한달에 296루피를 벌고 10루피로는 2,200칼로리의 식량을 살수 있고 과학적으로는 그정도의 열량으로는 가까스로 죽음을 면할 수 있다.]

책을 보면 사진의 아래에  이렇게 쓰여있다. [땅에 내려 놓아도 발자욱이 생길 것같지 않은 이 아이........신은 왜 아프리카를 만들었을까? 이렇게 모른체 할 것이라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저자는 말합니다. 자신이 종교인이면서도 가끔 종교가 싫어진다고요. 인류역사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일으킨 것이 바로 종교이기때문이랍니다. 지난 1백년 동안 지구상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날은 불과 14일이고 종교가 원인인 전쟁은 10분의 9를 넘는다고 합니다. 10분의 1이라도 종교인들이 참회를 해야하는데도 참회하는 종교인 특히 종교 지도자들은 거의 없어보인다.

다이아몬드로 유명한 시에라리온의 전쟁이야기를 하나 인용합니다. [소년병들은 임산부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남자 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내기를 한 두 배를 갈라 아기를 꺼내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수 없는 ......아들보고 엄마를 멈하라고 해서 싫다고 하니까 그 자리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목을 치고 엄마는 집단 성폭행을 했습니다.(중략) 반군인 소년병이 한 여인의 손을 잘랐습니다 그런데 손목이 다 잘리지 않고 끝이 붙어 있어서 사흘동안 그 손목을 달고 도망다니다가 돌을 날카롭게 갈아서 손목을 떨어뜨렸다고.....(중략)]

이런 전쟁이 지금 아프리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반군들은 먹을 것이 없는 소년들을 잡아다가 먹여주면서 마약을 먹이고 잔인하게 만들어 전쟁터에 보낸다고 한다. 이제 죄의식이 전혀 없는 소년병들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점점 더 잔인해지면서 그냥 장난 삼아 사람을 죽이고..... 정말 신이 왜 아프리카를 만든걸까? 아니 왜 가난을 모른체 하는 것일까?

이 책은 중간부분에 가면 처음의 자극적인 냄새를 조금 완화시키면서 배우 김혜자님이 어떻게 자선사업을 하게 되었는지를 아주 담담하게 적어가고 있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것이 아닐런지.

이글을 읽으면서 우리나라도 1993년까지 [월드비젼]이란 단체를 통해서 원조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해외에 자선사업을 한다던가, 큰 재난을 당해서 해외 지원을 한다는 뉴스가 나오면 늘상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나라에도 결식아동이 얼만데... 소년소녀가장이 얼만데... 등등" . 그런데 이책을 읽고나서 그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알게되었고 우리도 이제는 우리가 받았듯이 다른 나라에도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책을 읽는내내 떨쳐버릴 수 없었던 또 한가지는 "사람이 살면서 남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책을 덮으면서 그 영향의 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다시한번 정리하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나의 두 아이들이 남을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남을 돕는 방법상의 문제에서는 김혜자님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욺직여서 크게 도울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것조차도 사치스런 욕심으로 느껴졌지만 말이다.

저자 자신이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이 (내가 좋아하는) 류시화 시인의 도움을 받아서일 수도 있고, 저자가 글읽기를 특히 좋아해서 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읽기가 편하고 좋은 말들도 많고 가슴에 와 닿아서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그러한 모든 것들의 이유는 아마도 글을 머리로 쓰지 않고 가슴으로 썼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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