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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가시고기의 감동을 느껴 보셨나요?
소설가 조창인의 감성이 좋다. 그래서 "길"을 샀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감성을 가지고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샀다. 소설가 조창인은 쉽고 아름답게 글을 쓴다. 그래서 좋다. 여타 소설들처럼 미사여구도 없고 박학다식함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 놓지도 않는다. 빠르게 이해되고 깊게 감동을 준다. 그래서 애들에게도 마음놓고 사줄수 있다. 애들도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깊게 감동을 한다.
책을 처음 잡자마자 놓을 수가 없었다. 어찌보면 결과가 충분히 예측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에 꾸벅~! 큰 아이가 "재미있어요?"라고 자꾸 되묻더니 책을 놓자 마자 바로 읽기 시작했다. '가시고기'처럼....
가시고기에 이어 작가는 다시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거기에 29살의 건달을 보조같지 않은 보조로 줄거리를 만들어간다. 13살 '승우'는 달동네 맨 꼭대기집에 살고 있다. 어머니는 가출했고 아버지는 얼마 전에 다른 세상으로 갔다. 복지사 아저씨가 주는 13만원은 집세를 내고 나면 추운 겨울밤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넣고 잠을 청해야 할 정도로 궁핍하다. 더구나 불치병이 걸린 여 동생이 있고 승우는 왼쪽다리를 저는 소년이다. 더 최악으로 가야하나??? 그래도 승우는 공부를 잘하고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다. 그나마 공정한(?) 주인공을 만들어놨다. 철거가 시작되고 아래부터 서서히 집들이 무너지고 있을때 '날치'라는 별명을 갖은 삼촌이 불청객으로 쳐들어왔다. 여 동생이 엄마를 보고 싶어한다. 여동생이 죽어가고 있고 엄마를 만나야 기적이 일어날 것같다. 승우는 삼촌이 엄마가 있다는 여수 출신이고 여수를 잘안다는 이유로 날치는 승우를 이용하여 조직과 경찰로부터 쉽게 도망을 칠수 있다는 이유로 ....그렇게 셋이서 먼길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중간에 여자가 등장하고 날치의 어머니와 날치의 고향, 승우의 출생과 어머니, 외가집, 그리고 날치의 조직들이 복잡하게 얽혀지는 듯하다가 순식간에 결말로 치닫는다. 물론 결정적인 반전의 장치도 있다.
13살 소년의 눈이 요즈음 13살같지 않다. 오히려 천사의 눈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본다. 13살 소년의 시선과 생각이 사실은 주인공 "승우"같아야 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에서는 1열세살의 시선은 서른 한살의 시선이 된지 오래인것 아닌가...... 어린이는 어린이답고 어른은 어른다워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이런 명제는 아마도 '멋있게 늙기'보다 더 어려운 세상일 것이다. 이러한 세상에 순수함이 이렇게 감동을 줄 수있구나! 라고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작가의 솜씨와 주관에 다시한번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