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에 의한 마케팅 vs. 원리에 의한 마케팅
내 친구의 아들인 자크는 최근 나에게 다음과 같은 수학 문제를 물어왔다.
“밥은 한 시간에 3마일을 걷고 짐은 한 시간에 1.5마일을 걷는다. 이들이 30마일을 걸어간다고 할 때, 두 사람이 동시에 도착하기 위해선 짐이 밥보다 몇 마일을 앞서 출발해야 하는가?”
자크에게 이 문제의 답을 가르쳐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수학 문제의 목적은 단순히 답을 아는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식의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원리로 풀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지식, 지혜, 그리고 이해
우리 모두는 H2O가 물의 화학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물의 화학식이 어떻게 생성됐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는 마케팅이나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어떤 시도를 통해 높은 트래픽, 높은 전환율을 기록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런 시도가 어떻게 높은 트래픽과 전환율을 유도했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중요한 것은 여러 번의 시도가 각각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 파악하고 그 원리를 따지는 것이다. ‘더 높은 전환율이 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풀이 방식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자크가 수학 문제에 대한 답을 알았다면 이는 "지식"을 얻은 것이다. 그는 같은 문제를 접했을 때 자신이 암기한 대로 옳은 답을 쓸 수 있다. 만일 자크가 문제의 풀이 과정을 습득했다면 이는 ‘지혜’를 얻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크가 그 풀이 과정이 왜/어떻게 해서 문제의 해답을 낼 수 있었는지 안다면 이는 ‘이해’를 얻은 것이다. 자크가 ‘이해’를 얻기 위해선 문제와 해답 사이에 여러 가지 관계에 대해 알고, 이 원리를 그보다 더 발전된 문제에까지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수소 분자 두개와 산소 분자 하나가 합치면 물이 된다는 사실을 배운다면, 우리는 이 공식을 여러 번 반복해 물의 화학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는 지식이다. 그리고, 수소와 산소를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 안다면 이는 지혜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분자가 왜 합쳐질 수 있으며, 어떻게 물이라는 성분이 만들어 질 수 있는지 안다면 이는 이해가 된다.
내가 ‘물의 화학식은 H2O이다’라고 알려주면 이는 물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공식을 가르친 것이 되겠지만, 물을 만들기 위한 지혜와 이해를 제공한 것은 아니다.
공식과 원리는 다르다
공식에 의한 과학은 기술자를 만든다. 반면 근본적인 원리에 기초한 과학은 예언자를 만든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공식에 의존하는 화가는 항상 독창성 없는 똑같은 그림만 그리지만, 근본적인 원리에 기초한 화가는 피카소, 렘브란트, 모네와 같은 예술을 창조한다.
마케팅에도 역시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공식에 의존한 마케팅 문구는 소비자들이 예상할 수 있는 뻔한 메시지가 된다. 공식에 의한 메시지는 대개 과거에 효과를 거둔 것들이다. 이것이 앞으로도,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계속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곤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 공식이 왜, 어떻게 효과를 거둘 수 있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여기 좋은 예가 하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어느 소비재 기업은 과거,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던 광고들을 수집해 최상의 광고를 만들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기업은 이 광고들이 과거 왜 그렇게 훌륭한 효과를 거두었는지를 알아내지 못했다. 겉보기에 이 광고들은 모두 너무나 달라서 좀처럼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이 자리에서 이 광고들의 공통점을 알려주진 못한다. 다만 이 역사적으로 유명한 광고들이 성공을 거둔 이유를 알기 위해선 인간 심리의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인간의 심리는 ‘카오스 시스템’에 끌린다는 원리인데 자세한 사항은 다음 사이트를 참조하기 바란다.
공식이나 이론이 사람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서점을 가 보면, “어쩌고 저쩌고 7가지 습관” “이래저래 9가지 법칙” “무슨 무슨 12가지 실수”와 같은 제목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제목들은 코리아인터넷닷컴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도 자주 써먹는 것들이다. (이런 제목을 쓰는 이유는 뻔하다.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이 말하는 공식과 이론을 달달 외워서는 절대로 원리에 도달하지 못한다. 과학 연구소에서 위대한 발명이나 발견에 성공할 때는 결코 기존의 공식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러나 풋내기 과학자들은 기존에 쓰던 각종 공식과 이론에 의존하면서 자신이 ‘지극히 과학적이다’라고 착각한다.
원리를 무시한 과학은 엉터리 과학이다. 원리에 대한 이해 없이 이리저리 공식만 대입해 좋은 결과를 얻으려는 시도는 수많은 엉터리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더 높다.
지금 자신에게 물어보자. 자신은 공식과 원리 중 어떤 것을 찾으려 하는지. 당장의 이익에 급급해 남의 공식을 도입한 결과를 얻으려 하는가,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근본적인 원리를 이해하려 하는가.
출처 : 코리아인터넷닷컴
저자: Bryan Eisenberg | 날짜: 2002년 03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