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 수익률에 속지 말자 권성희 기자 / 12/03 12:03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4% 남짓에 불과하니 저축할 맛이 안 난다는 말들이 많다. 1000만원을 은행에 넣어봤자 일년에 이자는 40만원. 그것도 다 받는 것이 아니다. 이자소득세 16.5%를 제하고 나면 33만8000원 가량이니 금리는 3.38%로 떨어진다. 여기에 물가상승률(3%)을 감안하면 실질 금리는 0.38%에 불과하다.
그래서 은행 저축 외에 다른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주식 투자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1000만원 은행에 넣어둬봤자 한달에 기껏 2만8000원 받는데, 그나마 물가상승률 감안하면 사실상 한달에 3000원 남짓인데 차라리 주식에 투자하자? 이런 생각에는 원금조차 까먹을 위험이 있다는 이성보다는 잘 하면 두자리수 수익률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환상이 더 많이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설령 주식 투자로 일년에 두자리수 수익률을 올린다 해도 사실상 내 손에 들어오는 돈은 얼마나 될까. 명목 수익률과 실질 수익률을 냉정하게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최근 '명목 수익률 착시 효과'에 빠져 있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재미있는 계산 하나가 공개됐다.
미국에서는 "장기적으로는 주식의 수익률이 최고"라는 인식이 있어 주식 투자야말로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예를들어 50년전에 1000달러를 인덱스 펀드(시장의 간판 지수에 맞춰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했다면 연평균 11%의 수익률로 현재 자산은 21만2000달러로 불어나 있을 것이라는 계산법이 통용되고 있다.
미국의 거대 펀드회사인 뱅가드 그룹을 세워 인덱스 펀드를 대중화시킨 장본인인 존 보글은 그러나 21만2000달러는 명목상 계산일 뿐 실질적으로 손에 떨어지는 돈은 4300달러에 불과하다고 최근 밝혔다.
21만2000달러에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투자자산은 3만1000달러로 급감하고 여기에 투자 비용으로 연간 수익률에서 2%포인트를 제하면 자산은 다시 1만1600달러로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연간 수익률에서 2%포인트를 세금으로 제하면 결국 남는 돈은 4300달러 뿐이다.
50년전에 1000달러 투자해서 지금 4300달러라면 연평균 수익률은 3.3%. 명목 수익률 11%의 98%가량은 인플레이션과 투자 비용과 세금으로 날아가고 실질적으로 손에 남는 것은 3.3% 뿐이다. 이는 주식 투자의 최고 호황기였던 1990년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 더욱 놀랍다.
이는 주식 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재테크 칼럼니스트인 조나단 클레멘츠에 따르면 채권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도 제반 비용과 세금 등을 제할 경우 실질적으로는 연간 2%가량의 미미한 수익률 혹은 어떤 경우에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클레멘츠는 돈을 불리기 전에 새나가는 돈부터 막을 생각을 하라고 권고한다. 수익률 몇 %라는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세율과 수수료를 꼼꼼히 살피라는 것이다.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키우는 최선의 방법은 투자 수익률에 있지 않고 얼마나 모으느냐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돈을 불리는데 왕도는 없다. 먼저 있는 돈이나 아껴 모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