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동물원 - 국어 선생님의 논리로 읽고 상상으로 풀어 쓴 유쾌한 과학 지식의 놀이터 1
김보일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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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일 선생님은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지만, 과학책을 아주 열심히 읽는 분이시다. 『국어 선생님의 과학으로 세상읽기』라는 책도 내셨는데, 거기엔 또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셨을지 궁금하다. 마침 『다윈의 동물원』을 끝냈으니, 이번에는 그 책으로 넘어가봐야겠다. 『다윈의 동물원』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생물과 진화에 대한 이야기가 잔뜩 실려 있다. 표지에 실린 작은 그림들이 무척 인상적인데, 그림을 모두 김보일 쌤이 직접 그렸다. 예전에 페이스북에서 김보일 쌤의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 역시 보통 실력이 아니었다! 국어를 가르치고 과학책을 읽고 다시 책을 쓰고, 마라톤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과연 선생님은 못하는 일이 있을까 싶은 생각에 살짝 질투심이 생긴다.

 

아는 이 중에 ‘오리너구리’라는 별명을 쓰는 친구가 있다. 처음 ‘오리너구리’라고 소개받았을 때 조금 놀랐다. 귀여운 여성이 굳이 저 독특한 동물을 자기 별명으로 쓰는 것이 신기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오리너구리가 무척 독특한 동물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좋아했다고 한다. 포유류로서 젖먹이 동물이지만 알에서 태어난다. 넓적한 주둥이는 마치 오리를 연상시키지만, 짧고 땅딸막한 몸통은 너구리를 연상시킨다. 게다가 이 특이한 동물은 발끝에 물갈퀴도 달려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동부해안과 남동쪽에 위치한 섬 태즈메이니아에만 살고 있다. 얘기를 듣고 보니 흥미를 가질만하다. 그렇다고 별명으로 쓰는 이유까지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뭐 별명이 굳이 그럴듯한 이유를 가질 필요는 없다. 게다가 그도 오리너구리도 둘 다 귀엽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멸종위기 보호종인 오리너구리처럼 그도 사람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갑자기 오리너구리 이야기를 꺼내는 건 이 책이 주로 독특하게 진화한 동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앞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오리너구리와 그 별명을 쓰는 친구가 떠올랐다. 이 책에 혹시 오리너구리가 나오는지를 궁금해 하면서 읽었다.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오리너구리는 왜 저렇게 독특하게 진화했을지 무척 궁금했고, 김보일 쌤이 그 궁금증을 풀어주기를 내심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내 기대를 저버리셨다.

 

그래서 홀로 백과사전을 검색해가며 가설을 세워보았다. 1) 포유류이지만 알을 낳는 것은 체구가 작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체구는 새끼가 충분히 클 때까지 뱃속에 품고 있기가 불편했고, 그래서 알 속에서 충분히 자라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2) 넓적한 주둥이는 진흙 속에서 갑각류와 연체동물 등을 쉽게 찾아내어 먹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3) 물갈퀴는 주로 냇가와 호수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헤엄을 잘 쳐야하는 생존조건 때문일 것이다. 2번하고 3번은 그럴듯한데 1번은 조금 애매한 것 같다. 뭐 오리너구리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앞서 짧게 말했듯이 이 책은 온갖 독특한 생물들과 인간의 특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두운 동굴에서 100년 동안 살아가는 ‘올름’이나, 스타쉽트루퍼스라는 영화에 나오는 항문으로 대포 같은 것을 쏘는 벌레의 원 모델인 ‘폭격수 딱정벌레’ 등 신기한 생물들이 잔뜩 나온다. 36억 년 전 ‘시아노 박테리아’ 때문에 지구에 산소가 많이 만들어졌고, 그래서 이 모든 역사를 시아노 박테리아의 탓으로 돌리는 글은 제법 재밌다. ‘코르티솔’ 이라는 호르몬에 대한 얘기를 읽으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고, 몸은 타자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는 말에도 역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에 채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축산업과 인간의 입맛에 대한 글도 관심을 갖고 읽었고, 공룡이 벌레들에게 멸종당했다는 설과 인간이 털 없는 원숭이가 된 것에 대한 가설 등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의 독특한 특징 하나는 가끔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과 김보일 쌤과의 대화이다. 이 분들은 책 제일 뒤에 있는 작가의 말 아래쪽에 소개되어 있다. 모두 페이스북에서 김보일 쌤과 친구를 맺고 있는 분들이다. 김보일 쌤이 예전에 가끔 단상처럼 어떤 동물에 대한 이야기나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던지곤 했는데, 여기에 달렸던 수많은 답글들 중에서 의미 있는 대화들을 추려서 책에 실어놓았다. 그때 그렇게 하나씩 던졌던 이야기들이 이 책으로 엮여 나왔을 줄이야! 게다가 당시에 열심히 읽어보곤 했던 대화들을 다시 책에서 만나니 재밌다. 즐기는 사람이 상상력의 눈을 뜬다는 김보일 쌤의 마지막 말씀을 되새기며 뭐든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가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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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4-06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어선생님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입니다.
모든 영역을 통섭하는 독서력을 지닌 분들이 아닌가 싶어서죠.
수능의 지문에는 철학, 예술, 역사, 과학, 생명 등등...
거의 모든 분야를 두루 망라하는 비문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걸 다 가르치시려면
세상의 모든 것을 모두 알고 계셔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곤하죠.
그래서 제일 무서운 분들은 철학이나, 과학, 역사 전공자분들이 아니라
국어선생님들입니다 ㅠ.ㅠ
그분들은 동양의 고전에서도 해박하시더군요.
4서는 물론 '시경'까지 줄줄 꿰시는 국어 선생님께...
제가 졌더랬습니다.

국어 선생님들의 가늠기 힘든 파워입니다 ㅠ.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김은빛님~

감은빛 2012-04-08 02:46   좋아요 0 | URL
늘 이렇게 댓글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늘 뒤늦게 답을 남겨서 죄송하구요!

차트랑공님의 말씀을 읽고나니,
확실히 그렇군요.
국어선생님들 무서운 분들이셨군요.
불행히도 제가 학창시절에 만난 분들은 그렇지 않았던 듯 합니다.
앞으로 국어선생님들과 좀 친해져서 가르침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