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매화향기 높은 학년 동화 4
장주식 지음, 김병하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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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 이야기를 이렇게 아이들에게 전달 해 줄 작가가 있다는 것이 고맙고 귀하다. 그러나 이 글을 '문학'이라는 잣대로만 보았을 때도 고맙고 귀한 문학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긴 역사 속 사건의 줄거리를 촘촘히 추려내려다 보니, 인물의 가슴 절절한 이야기는 묻혀 버린 것 같아 아쉽다. 불발탄이 터지면서 눈을 다친 진수의 아픔이나 고통, 슬픔 따위가 진하게 느껴지지 않고 그 진수라는 인물의 속내가 잘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진수의 고통, 슬픔 따위가 작품에 녹아들어 그로부터 고민이 싹트고, 문제 의식을 또렷이 갖게 되고 하는 과정들이 있었더라면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더 매끄럽게 진행되었을 것 같다.  경호라는 인물도 그렇다. 매향리를 떠나 서울에서 품을 파는 일꾼으로 살면서 한쪽 손을 잃게 된 경호는 그저, 그러한 이력을 가진 이로 보여질 뿐이다. 그런 고통을 겪으면서 그 인물은 어땠는지가 절절하게 그려져 있지 않다. 

인물이 또렷이 구체로 와 닿지 않으니 이야기는 줄거리만 남게 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더라고 '그리운 매화향기'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그것은 매향리에서 뚝심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감동스럽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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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옆동네 1 창비아동문고 212
김남중 지음, 류충렬 그림 / 창비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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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픕니다. 책을 덮고 나니 눈물 콧물 범벅에 배가 다 아파요. 배 속이 저도 슬프다고 아우성입니다. 광주 이야기. 그때 사람들 이야기. 마음에 굳은 심지 하나 가지고 한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 사람 사는 이야기가 어찌나 이렇게 슬프고 거룩한지!

초등학생이 읽기는 조금 길기도 하고 어려울 것도 같고요. 중학생부터 고등학생들한테는 꼭 추천해주고 싶어요. 작가가 수상 소감에서 밝혔듯이 '뼈를 단단히 해주고 바른 중심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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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의 결혼식 - 2004년 제10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비룡소 창작그림책 19
선현경 글 그림 / 비룡소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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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그리스의 스피나리라는 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동생과 그때 들러리를 섰던 딸과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 그림책을 썼다고 한다. 아이 말투로 아이 눈으로 본 이모의 결혼식을 생생하고 재미있고 들썩들썩 흥겹게 그렸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낯선 외국인 이모부에게 절대 뽀뽀를 하지 않겠다던 꼬마가 다시 만난 이모부에게 달려가 뽀뽀를 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웃음이 난다.

이야기 구성도 자연스럽고, 주인공 꼬마가 어떤 아이인지 느껴질 만큼 잘 그린 이야기이긴 하나 그림의 구성이 조금 아쉽다. 한 장면으로 느껴지는 펼침면에서 인물의 등장에 혼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펼침면 안에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면서 인물이 이곳 저곳에 배치되는 건 문제가 없겠지만(아니라면 인물의 배치로 인해 시간의 흐름이 자연스레 느껴진다면 문제가 없을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어색한 느낌이 든다. 그림책 문법으로 잘 진행하다가 뜬금없이 만화의 문법이 끼어든 것 같은 어색함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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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
장차현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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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써보려 하니 막막하다. 재밌고 좋은 책이라는 소개를 자알∼ 하고 싶은데 무슨 말부터 꺼내면 좋을까.

이혼하고 아이와 둘이 사는 엄마. 정신지체3급의 장애를 가진 딸과 사는 엄마. 자신이 여자란 사실을 좋아하는 사람. 몸의 요구를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떳떳하게 말하는 여자…. 그렇지만 이런 밋밋한 설명으로 책을 소개하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다. (흔들리는 버스에서조차 멀미를 이겨내고 읽게 만든 책인데!)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피잉∼ 돌기도 하고, 가슴이 싸아 하기도 하고, 속이 후련해지기도 하고, 지지를 팍팍 보내기도 했다. 아마 내가 여자여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여자로 키워지고 길들여지면서 갖게되는(주어지는) 가면 같은 것에서 작가는 많이 자유로워 보인다. 부럽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여자이면서 엄마로 또, 그 전에 한 사람이라는 걸 누리면서 살도록 어디 이 사회가 도와주기나 해야지!(밉살스런 눈으로 보지나 않으면 다행이고.)

여자 문제만이 아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이혼녀로 사회의 언저리에 살면서도 작가는 정말 당당하고 꿋꿋하다. 그게 그저 악으로 깡으로 안간힘으로 버티면서 그게 옳고 바르니까 그렇게 살아야지 하는 모습이 아니다.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긍정의 힘으로 피어나는 자연스러움, 꿋꿋함이다.(멋지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보면 좋겠다. 만화여서 편하게 볼 수 있고 재미도 있다. 재미뿐이냐 감동도 있다!. 장애를 갖은 아이, 은혜를 보면서 아 참 귀엽다! 하는 마음도 갖아보고, 이혼녀, 엄마, 여자가 얼마나 고달픈지도 같이 느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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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의 소녀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
티에리 르냉 지음, 조현실 옮김 / 비룡소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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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이다. 그런데도 더 이상 이야기를 담을 수 없을 만큼 탄탄한 글이다. 사라라는 여자아이와 담임 선생의 어린 시절 끔찍한 기억을 교차시켜 하나의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책 속에는 묘한 긴장감, 불편함, 두려움, 아픈 기억과 상처가 떠돈다. 작가는 그 상처에 대해 드러내어 말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팽팽하게 글을 이어 간다. 두 여자의 기억. 상처. 그 앞에서 처절한 눈물이 흐른다. 마음이 아프다. 이 문장 하나로 부족하다. 가슴이 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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