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산골나그네 2003-10-14  

<막다른 골목집 친구>의 편집자께
먼저 제목에서 공격적 악의를 느끼셨다니 사과를 드리며 답글을 쓰겠습니다. 공격적 악의를 가지고 쓴 제목이나 글은 아니었지만, 책을 만드신 분이나 글을 쓰신 분께는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난을 할 것이냐, 애정어린 비판을 할 것이냐, 어느것이 진짜 의미 있는 논의를 가져올 것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선 반성을 해봅니다.

세 가지를 들어 말씀하셨으니 저도 세 가지 답변을 하겠습니다.

1. 제가 서평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의 질이란 일류 작가의 '출판된 책'에 대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동문학에서 손에 꼽을 만한 황선미라는 작가가 이 시대 아동문학의 흐름을 이끌어 나가고 만들어 나가지는 못할망정 (제가 보기에)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을 출판했다는 데 딴지를 걸어보고 싶었던 거죠. 작가 분께서 자신의 역할과 몫에 대해 더 책임감을 느끼고 책을 조금 적게 내더라도 신중하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고요. 여기에 그림의 문제나 표지의 컨셉 문제들을 모두 더해서 이런 제목을 쓰게 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목의 문제를 작품성에 제한해서 말씀을 하신다면 서로 초점이 달라지는 문제여서 답변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제목에서 공격적 악의가 드러난다고 한다면, 제가 부족한 부분이겠죠. 앞으로는 더 조심스럽게 서평을 써야겠어요.

2. 저는 작품에서 인물의 심리 묘사가 잘 되었다는 것, 인물의 심리가 단순하게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를 느끼고 있지 않습니다. 그 부분은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런 장점이 구태의연한 줄거리 문제를 아우르며 종호와 다빈이만의 특별한 이야기로 형상화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님과 의견이 다른 부분이 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뻔한 줄거리가 더욱 문제로 남게 되는 것 같고요.

3. 제가 화려한 표지와 제목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던 것은 제목과 표지 컨셉 사이의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는데, 제 표현으로는 그렇게밖에 이해하실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그림의 분위기, 본문 종이의 색감이나 느낌, 글의 내용, 제목, 표지 그림 같은 적어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일관된 컨셉으로 표지 작업을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부분이었어요. 하나의 일관된 성격과 느낌을 가지고 디자인을 하자는 것을 '고정된 사고'라 하신다면 더 드릴 말씀은 없을 것 같고요.
 
 
 


tooin 2003-10-13  

저는 <막다른 골목집 친구> 편집자입니다.
님께서 올려 주신 서평은 잘 읽었습니다. 말씀대로 악평을 써 주신 점이 저희에게는 채찍이 되어 앞으로 좋은 책을 더 열심히 만들라는 주문으로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부분에서 몇 가지만 편집자 개인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먼저 서평의 제목이 너무 작가에게 공격적인, 마치 악의를 가지고 쓴 느낌이 듭니다. 대한민국 아동작가 어느 누구도 아동문학을 물로 보지는 않습니다. 좀더 나은 작품을 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아동문학을 물로 보기 때문에 질 이하의 작품을 썼다고 평하는 것은 좀 심한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진짜 <막다른 골목집 친구>의 작품성이 아동문학을 물로 볼 만큼 하찮게 여기고 썼다고 생각하신다면 다른작품들을 좀더 많이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제목은 좀더 신중하게 달았으면 합니다.

두 번째는 뻔한 얘기라는 점입니다. 말 그대로 뻔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뻔한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고 수업하고 집에 오고 숙제하고, 학원가고 - 그런 것들을 피상적으로 본다면 지극히 뻔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호와 다빈의 심리 상태, 다빈이 엄마의 지나치게 차분하면서도 이중적인 모습 등은 결코 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침을 뭘로 먹는지, 아침을 먹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은 각각 다르기 마련입니다. 줄거리 수준으로 작품을 논한다면 거의 모든 작품은 원고지 2장 수준에서 끝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야기의 결말을 오픈된 공간으로 열어 둔 점은 지금까지의 작품들과는 다르다고 판단됩니다.

세 번째는 내용이 어둡다고 표지의 용지가 칙칙해야 한다는 점은 지극히 고정된 사고라 생각됩니다. 책을 보는 느낌과 작품을 읽는 느낌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님께서 올린 서평 역시 이 책이 받아야할 중요한 평가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주관적인 평가의 틀이 애정이라기보다는 마치 무언가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는 것 같아 놀랍고 당황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을 만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만 좀더 애정어린 눈길로, 학대의 채찍이 아니라, 충고의 회초리를 들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