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오 아이 창비아동문고 221
문선이 지음, 유준재 그림 / 창비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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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

260쪽이나 되는 책인데, 그 분량을 받쳐주는 깊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새롭게 느낀 게 별로 없다. 생명공학이나 GMO에 대한 별다른 철학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다 나와 있는 답안들의 거죽만을 훑은 듯한 기분이랄까. 내가 어른 독자여서 그런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내게 새롭지 않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아이들에게는 새롭고 낯선 이야기일 수 있겠지. 이 부분은 그럼 이렇게 다시 말해야겠다. 어른 독자인 나에게는 별로 재미가 없었다. 물론 이 책이 아이들 책인 만큼 어른한테 이런 불평?을 듣는 건 사실 억울 한 일일 수도 있겠다.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정교한 과학 소설을 바랐던 것도 아니고, 또 나도 독자이기에 쓴다. 죄송하다!

그러고도 아쉬운 부분이 더 있다. 인물들의 상투성, 그들의 관계나 갈등의 상투성들이다. 이렇게 말하기엔 또 '나무'라는 캐릭터가 억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무'도 작가가 만들어내 조종하는 인물로 보이지 '나무'라는 인물 자체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더군다나 얘기들이 모두 주어져 있다. 미리 틀이 다 짜여져 있다. 정회장과 아들은 갈등을 한다. 늘 보던 그렇고 그런 갈등이다. 사람들은 데모를 한다. 늘 보던 그렇고 그런 데모다. 왜 갈등하고 왜 데모하는지, 그들만의 특별한 이야기로 생생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작가가 정해둔 길로, 얘기가 무난하게 흐르는 느낌이지 이야기가 생명력 있게 굴러가는 느낌을 찾기가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책에 몇 군데 더 살펴보아야 할 데가 있는 것 같다.

46쪽. 사랑 받고 /공부 시키고 (붙여야 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72쪽. 할아버,(지가 빠진 것 같다.)

87쪽. 맞장구치 듯(붙여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136쪽. 그러고보니(다 붙이는 게 맞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

확인해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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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우리문고 11
박정애 지음 / 우리교육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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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몇 개 축이 있겠지만, 크게는 여자 이야기다. 정신대 할머니, 그 할머니가 기르던 손녀딸 수경과 수향, 할머니가 며느리로 맞고 싶었지만 강간을 당한 남자에게 시집을 갈 수밖에 없던 목순, 이혼한 남자의 아이를 가져 지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혼자서 아이를 낳기로 한 이웃집 아줌마까지.
또 하나의 축은 세월이라고 할까 역사라고 할까. 우리내 근대사-그 가운데에서도 전쟁 이야기다. 전쟁으로 힘없는 이들의 삶의 결이 얼마나 많이 부서지고 망가졌는지를 작가는 생생하게 내보인다. 뒷표지에 적힌 심윤경의 말처럼, 찰떡같이 쫀득한 박정애의 문체에 이야기는 든든하게 힘을 받아 펄떡이며 살아 있다. 대단한 필력이다. 책을 손에 잡자마자 끝까지 단숨에 읽었다. 눈물을 꾹꾹 참아가며 열심히 읽었다.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여자 얘기를 하는 여자 소설가들의 소설에서 감동받는 어떤 게 있다면, 아픔을 속으로 끌어안으면서 받아들이고 삭여서, 그걸 자양분으로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말로 하니 재미없지만, 대단한 감동을 준다. 가시뭉치를 안으로 끌어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책이다. 많이들 읽었으면 좋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이 책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다), 섣부른 바람일지 모르지만 신나고 재밌는 여자 이야기를 보고 싶다. 늘 슬프고 아프고 힘겨운 얘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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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가 뭐예유?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8
김기정 지음, 남은미 그림 / 시공주니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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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 개, 무지무지하게 재밌다는 찬사로 리뷰를 썼다가 이태만에 고친다.

이 책 재밌다. 겉으로 보기엔 그렇다. 그러나 풍자의 대상 그 풍자의 알맹이들을 생각하면 기운이 빠지는 책이다. 이 책에서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은 '바나나가 무엇인지 모르는 시골 사람들'이다. 바나나가 무엇인가? 이 책의 배경이 되었던 시대에는 돈 있는 사람들만 먹을 수 있는 귀한 과일이었다. 그런 것을 모른다고,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두고 낄낄거린다는 건 '풍자'의 알맹이는 저만치 던져두고 형식만 빌어온 어딘가 이상한 '풍자'일 뿐이다. 나는 여태 그런 생각을 못하고 바나나께나 먹었던 서울 사람 처지에서 이 해프닝을 재밌다고 깔깔거리며 좋아했다.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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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남자들만 산다
고은광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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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기본으로 목소리를 내며 운동을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그냥 조용조용히 자기 삶을 바꾸면서 소문내지 않고 사는 게 가장 훌륭한 삶이 아닐까 하는 어떤 강박 때문이기도 하고, 남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지 않은 성격 탓이기도 하다. 그때문에 엄마 아버지 두 성을 같이 쓰는 이름들에 전적인 동의를 하면서도 내 이름을 바꾸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과도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아서, 삶은 그렇지 않으면서 모양만 갖추는 건 아닐까 싶어서 뭐 기타 등등.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내 반쪽짜리 성에 어머니 성을 같이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오늘 이메일 이름난에 있던 이름을 지우고 온쪽성에 이름을 붙여 고쳐넣게 되었다.

나도 이땅에서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서 고민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내 뼛속에 얼마나 많은 가부장의 잔제가, 관념이 자연스레 녹아 있었는지 책을 보며 새삼 놀랐다.

남자들과 여자들 모두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다. 어떤 느낌이 드는지, 책 내용에 얼만큼 동의하는지, 서로 얘기해가며 차츰차츰 바뀌어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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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의 눈 힘찬문고 20
론 버니 지음, 지혜연 옮김, 심우진 그림 / 우리교육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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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원주민들이 몰살을 당한다. 땅이 주는 것 이외에 많은 것을 욕심내지 않았던 원주민들은 이민자들이 보기에 게으름뱅이일 뿐이다. 게으르고 무식하고 멍청한 것들.

소크라테스는 노예와 노예가 아닌 사람이 장기구조조차 다를 것이라고 했다지 않나. 이민자들이 보기에 원주민들은 그들과 같은 사람이 아니다.

이민자들은 놀고 있는(!) 땅을 일군다. 거기에 양을 키운다. 양은 돈이다. 양을 먹일 땅을 넓혀갈 수록 부자가 된다. 더 부자가 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원주민들이 버려두고 있는 땅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 그들이 반항하면 총 한 방이면 끝난다. 원주민은 그들과 같은 사람이 아니니까.

구답이랑 유당은 예부터 호주에 살던 이들의 후손이다.(원주민이란 말이다. ^^;) 이 아이들의 가족은 작은 무리를 이뤄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았다. 땅이 사람을 보듬어주는 만큼 기대어 살다, 땅의 힘이 다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 다녔다. 하루하루 먹을거리만 있으면 족했다. 남겨두거나 내일을 위해 더 쌓아둘 필요가 없었다. 그들에게 자연은 넉넉하게 베풀어주었기 때문이다.

이민자와 원주민은 ‘자연’을 보는 눈이 다르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남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이, 남을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원주민의 땅에 이민자가 들어와 그렇게까지 원주민들을 몰살시키고 주인 행세를 할 수가 있었다.

원주민들이 어떻게 이민자들에게 몰살을 당했는지,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이었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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