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조선왕조실록 1 - 개국편
박시백 글 그림 / 휴머니스트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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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먼저 든 생각은 작가가 대단하다는 거였다. 조선왕조실록을 자신의 스타일로 다시 만들어 내다니…. 이만큼 그리자면 조선왕조실록을 완전히 꿰고 있어야 할 텐데…. 방대한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사건에 대한 해석은 물론이고 인물의 성격과 특징 또한 또렷이 잘 잡았다. 여기에 재미도 있다. 기지 넘치는 구성력으로 킥킥 웃어 가며 읽을 수 있으니 그야 말로 금상첨화다. 중간 중간에 있는 '조선왕조실록 길라잡이'도 유익하고 장을 시작할 때 사진을 넣은 것도 좋은 것 같다. '역사'하면 지루하게만 생각해서 그간 역사책 멀리했던 분들(바로 나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먼저 읽은 분들의 한마디'는 왜 들어갔는지, 또 왜 그 자리에 넣었는지 조금 생뚱맞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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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나라 자장가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9
다이앤 딜론.레오 딜론 그림, 낸시 화이트 칼스트롬 글, 이상희 옮김 / 보림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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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자장가를 불러준다. 누가 아기에게 불러주는 것이 아니라 아기가 모든 존재를 하나씩 부르며 자장자장 다독이듯 잠을 재운다. 달 아빠, 별 엄마, 산 할아버지, 강 할머니, 큰 사슴 삼촌, 자작나무 고모, 부엉이 언니, 곰 오빠…. 아기가 자장가를 불러주는 대상은 호칭으로 알 수 있듯 아기의 식구들이다. 아기가 사는 집 둘레의 자연, 동물, 나무들이 아기에겐(북쪽 나라 사람들에겐)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인 것이다.

아기는 나른히 졸음에 겨운 시간에 자장가를 불러주다 스르르 잠이 든다. 아기 곁에서 식구들은 같이 잠이 들거나 아기가 잠드는 것을 지켜본다. 아기가 뒤척이면 다독이고 보살피면서 밤을 보낸다. 식구들은 정말 따뜻한 눈으로, 다정한 얼굴로 아기를 본다. 별, 달, 강, 산, 곰 나무 식구들은 그저 거기 있는 것으로 아기를 감싸 안고 있고 아기랑 같이 살고 아기랑 식구로 산다.

이렇게 따뜻하고 평화로운 자연과 사람을 담아낸 그림도 무척 좋다. 회화에 가깝기보다는 디자인에 가까운 상상력을 발휘한 그림이라고 할까. 그런 그림에 색감이 참 좋다. 눈이 많고 차가운 나라의 밤 분위기를 잘 살렸다. 서늘한 듯하면서도 포근하고 차가운 것 같으면서도 따뜻하다.

그림을 그린 작가들은 여러 민족의 문화를 담은 그림을 많이 그리고 그러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라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그림에 들어 있는 문양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아기가 졸릴 때, 아기 곁에서 이 그림책을 읽어주면 무척 좋을 것 같다. 물론 아기랑 같이 보면서 우리를 둘러싼 많은 목숨들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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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야기 - 찔레꽃 울타리 찔레꽃 울타리
질 바클렘 지음, 이연향 옮김 / 마루벌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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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울타리에는 무척 많은 식구들이 산다. 사과 할머니, 사과 할아버지, 마타리 아저씨, 마타리 아줌마, 마타리집 딸 앵초, 눈초롱이랑 바위솔부부, 머위, 댕이, 나리, 싸리, 머위 엄마, 머위 아빠…. 이렇게 많은 식구들은 한 식구처럼 사이 좋게 산다.

꼬마 머위 생일에는 온 동네 사람들이 들판으로 소풍을 가서 잔치를 열고, 눈초롱이랑 바위솔 결혼 때에는 냇물에 뗏목을 띄워 놓고 축하 잔치를 벌이고, 온세상에 눈이 가득 내린 겨울에는 얼음 강당을 만들어 그곳에서 밤새 춤을 추며 흥겹게 논다. 잔치에는 저마다 음식을 준비해와서 맛깔스럽게 차려놓는다. 돌능금을 굽고, 토끼풀 밀가루, 찔레 술, 양귀비 씨, 앵초 푸딩, 민들레 샐러드 들을 준비해 마음껏 먹는다. 결혼이나 눈 축제 때에는 춤을 추며 놀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잡고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짝을 지어 어지러울 때까지 춤을 추면서 지치도록 논다.

물론 놀기만 하는 건 아니다. 치즈 버터 만드는 공장에서 열심히 치즈를 만들고 물방앗간에서 밀을 빻아 밀가루를 만들기도 한다. 할머니도 부엌일을 하고 할아버지도 마을 저장 그루터기를 돌본다.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나서는 물레방앗간에서 시원한 물보라를 맞기도 하고 냇가에 꼬리랑 발을 담그고 편히 쉰다. 찔레꽃 울타리에 사는 식구들은 이렇게 산다. 몸 놀려 열심히 일하고 편히 쉬고, 즐겁게 놀면서 같이 산다. 한 동네 사람들이 한 식구다.

이야기를 보여주는 그림도 무척 아기자기하다. 집 안 구석구석, 창고, 부엌, 들판, 마을을 얼마나 꼼꼼하고 자세하게 그렸는지 모른다. 자연과 하나되어 사는 마을 식구들과 그 식구를 감싸 안고 유유자적 바뀌어 가는 계절이 너무나 아름답다. 나무딸기, 들풀들이 꽃피고 열매 맺고 잎사귀를 떨구고 다음 봄을 기다리는 모습들이 네 권, 계절 그림책에 잘 담겨 있다.

찔레꽃 울타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네 권이다. 시리즈라고 꼭 다 볼 필요는 없지만, 이 책은 네 권 다 보면 좋겠다. 찬찬히 여러 번 보면 더 좋겠다. 처음엔 글 중심으로 읽는다. 여러 이름이 나오니까 인물들을 잘 가려 보고, 들쥐가 먹는 음식이 많이 나오니까 그것들을 하나하나 상상해 본다.(밤 죽, 도토리차, 딱총나무꽃 술!) 그렇게 읽고 난 다음에는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쥐들도 보고 찔레꽃 마을도 보고, 부엌이랑 저장방에 뭐가 있나 보고 들판에 가득 핀 꽃도 본다. 여러 다른 꽃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보면서 내가 아는 꽃이 있나 찾는 것도 재미있을 거다. 그렇게 다 본 뒤에는 책 네 권을 주루룩 놓고 견주며 본다. 계절마다 다른 주인공으로 표지를 꾸민 거랑(찔레꽃 울타리의 주인공은 마을 식구들 모두다!) 그 주인공에 담긴 이야기랑, 주인공들을 감싸고 있는 울타리에 봉오리, 꽃, 열매, 낙엽으로 시간이 흐르는 걸 보자. 짧게나마 찔레꽃 울타리 마을에, 그 마을 식구들에 흠뻑 빠져보는 일. 무척 행복한 일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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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씨와 유령 선생 생각하는 숲 7
타카도노 호오코 지음, 이이노 카즈요시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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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씨. 지각 따윈 절대 하지 않고, 양복점에서 막 걸어나온 듯이 단정한 차림만 고집하고, 세상사에 귀를 기울이거나 누구와 떠들썩하게 수다를 떠는 법이 없는 진지한 씨. 진지한 씨는 너무 진지하게 살아서인지 친구가 없다. 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과를 되풀이할 뿐. 그런 진지한 씨에게 친구가 생겼다. 몇 대 째 진지한 씨의 집에 살고 있다는 유령 선생. 유령 선생과 진지한 씨가 삶의 작고 사소한 부분을 아기자기하게 나누는 모습이 무척 따뜻하다. 친구가 없던 진지한 씨이기 때문에 그 존재는 더욱 소중하다. 진지한 씨는 친구가 생기면서 웃음도 찾고 둘레 사람들과도 편한 관계가 된다. 있을 수 없는 유령 선생이라는 존재가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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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인 것 사계절 아동문고 48
야마나카 히사시 지음, 고바야시 요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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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사람을 확 잡아끄는 글을 만났다. 책을 놓기가 싫어서 사람 북적거리는 길에서 걸으면서도 볼 정도였다. 할 얘기가 정말 많을 것 같은데, 주절주절 떠들자면 한이 없을 것 같아서 몇 가지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첫째, 문장. 호흡이 짧고 간결하다는 말이 이렇게 딱 들어맞는 작품은 없었다!고 할 정도다. <내가 나인 것>의 문장은 짧고 간결하다. 군더더기가 없고 호흡이 빠르다. 지지부진한 설명이나 묘사로 독자를 지겹게 하지 않는다. 그럴 새가 없다. 빠르게 진행되는 사건에 따라가기 바쁘다. 대단하다.

두 번째, 인물.

1.가장 뛰어나다는 뜻의 히라타 히데카즈. 주인공이다. 엄마한테 훌닦이고 동생한테는 무시당하거나 핀잔듣기 일쑤에 학교에선 늘 벌을 선다. '가출을 하겠다'는 발언에 '니까짓게'하는 비웃음을 사는 (집에서만큼은!) 덜떨어진 애다. 이 덜떨어진 아이가 '내가 나인 것'을 찾아가는 과정! 진짜 대단하다.
2. 아무도 믿지 못하는 엄마, 남편도 자식도 끝까지 믿지 못한다. 더구나 어쩌면 사람을 이렇게 달달달달달달 볶아댈까! (내 모습은 아닐까 뜨끔했다. 으그…) 이런 인물 유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징글맞게 완벽한! 유형은 처음이다. 징글맞은 인물을 만들어 내는 솜씨! 또한 대단하다.
3. 엄마 치마꼬리에 딱 붙어서 정보원에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동생 마유미. 어른 앞에서 어떻게 하면 귀여움을 받고, 사랑받는지 알고 있는 여우다. 아니, 그냥 여우가 아니라 불여우다. 이 아이도 끝까지! 어쩌면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비열한지…. 엄마가, (선생님이), (학교가) 만들어낸 아이다. 안 되었다.

세 번째, 사건의 짜임새. 히라타 히데카즈가, 형 마사나오나 요시카즈가, 힘 없는 아버지가, 엄마 없는 나츠요가 '내가 나인 것'을 찾아가는 길. 이 모두가 대놓고 나는 내 길을 찾겠다고 수선떨지 않는다. 사건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모두 한가지 주제. '내가 나인 것'을 찾아갔다. 더구나 히라타 히데카즈가 내가 나인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해 혼이 빠질 정도다(ㅎㅎ). 아귀가 척척 맞는다. 대단하다.

'진실을 감추려 하거나, 맘대로 나를 주물럭거리지 마세요. 진실은 진실이고, 나는 나입니다!'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투덜이, 집에서만 형편없는 히라타 히데카즈를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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