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업 포스터, 우- 콜비 커틴>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살고 있는 10세 소녀 콜비 커틴. 그녀는 지난 2005년에 희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업> 의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예고편을 본 콜비 커틴은 <업> 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하지만 건강상태가 갑자기 나빠졌고 <업> 을 보기위해 극장에 갈 수 없게 되었다. <업> 을 보는 것을 마지막 희망으로 삼은 이 소녀는 그 희망마져도 이룰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콜비 커틴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픽사는 직원을 시켜 <업> 의 DVD를 콜비 커틴의 집에 보내주었다. 나빠진 건강에 시력마저 거의 잃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잘 볼 수는 없었지만 옆에서 그녀의 어머니가 말해주는 장면 설명을 들으며 끝까지 감상했다고 한다. 콜비 커틴은 애니메이션이 끝나고 7시간이 지난 뒤에 조용히 숨을 거뒀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암에 걸려 채 피워보지도 못한채 떠나야 했던 소녀의 마지막 희망을 들어준 픽사. 기본이 되어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성공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픽사는 내놓는 작품마다 빅 히트를 치며 대박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제작사다. <토이스토리 시리즈> 를 시작으로 <벅스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카>, <라따뚜이>, <월-E> 는 픽사가 내놓은 9개의 작품인데, 이 중 하나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작품은 없다. 픽사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위의 작품들의 이름은 다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픽사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업> 은 픽사의 10번째 작품인데, 특이한 점은 최초로 디지털 3D 기술이 사용된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다. <업> 은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칸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초대되는 영광도 얻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애니메이션인 <업> 이 초대되었다.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업> 의 흥행 성적또한 대단했다. 북미 개봉에서는 3766개의 극장에서 개봉해 개봉한 주말 3일 동안 6811만불이라는 엄청난 흥행 성적 내며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업> 의 주말 흥행수입은 픽사의 역대 흥행 수입 중 3위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또, 전체 애니메이션에서도 6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여러가지 요소가 애니메이션 <업> 에 대한 관심을 더욱 업 시켜준다. 관심을 안 가질수 없는 애니메이션이다.
<업> 은 78세 노인과 8세 소년의 특이한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풍선을 파는 풍선 장사였던 78세의 노인 칼, 그는 평생 남아메리카 모험을 꿈꿔온 노인이다. 결국, 그는 일생일대의 꿈인 남아메리카로의 모험을 계획하게 된다. 그가 계획한 모험 방법은 수천개의 풍선으로 그가 살고 있는 집을 통째로 들어올려 남아메리카 까지 날아가는 것이다. 그의 계획은 성공하게 되고 집은 하늘 위로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칼은 곧 자신의 집 안에 다른 불청객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불청객이 바로 8살 꼬마인 러셀이다. 이렇게 정확히 70살이 차이나는 칼과 러셀의 여행이 시작된다.
<업> 은 성우진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많다.
① <업> 에서 공사장 십장 톰 역을 맡은 존 라첸버거는 픽사가 내놓은 10편의 작품 모두에 더빙 출연한 유일한 배우다. 10편 작품 모두 출연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 그는 <토이스토리 시리즈> 에서 저금통 햄 역을, <벅스 라이프> 에서는 벼룩 P.T 플리 역을, <몬스터 주식회사> 에서 예티 역을, <니모를 찾아서> 에서 물고기 학교 역을, <인크레더블> 에서 언더마이너 역을, <카> 에서 맥 역을, <라따뚜이> 에서 무스타파 역을, <월-E> 에서 존 역을 맡았다. 모든 작품에 캐스팅 되었다는 것은 그의 연기력이 좋다는 것이다. <업> 에서도 그의 목소리를 잘 들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② <업> 에서 어린 엘리의 목소리는 피트 닥터 감독의 딸인 7살인 엘리 닥터가 맡았다고 한다. 그냥 캐스팅 된 것이 아닌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캐스팅 된 것이다. 그러니깐 <업> 은 부녀가 함께 작업한 작품인 셈이다.
③ <업> 에서 먼츠의 개 더그의 목소리는 공동 감독 및 시나리오 제작자 밥 피터슨이 맡았다. 먼츠의 개 더그는 개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는 개로 나중에는 러셀, 칼의 친구가 된다. 밥 피터슨은 <몬스터 주식회사> 와 <니모를 찾아서> 에서도 더빙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④ <업> 에서 주연 급인 8살 소년 러셀의 목소리는 조던 나가이가 맡았다. 러셀 역 더빙 오디션에는 450여명이 참가했는데, 캐스팅 된 것은 오디션 참가자가 아닌 형을 따라 오디션 장소에 온 조던 나가이였다. 단순히 오디션 현장을 구경하러 왔다가 캐스팅이 된 것이다.
그 외에도 희귀새 케빈의 울음 소리 중 일부를 감독인 피트 닥터가 녹음 하는 등 많은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또, 영화 속에서도 재밌는 점이 많이 숨어 있다.
<업> 에서 칼이 출두했던 법정의 방 번호가 A113인데, 이 번호는 존 라세터, 브래드 버드, 피트 닥터, 앤드류 스탠튼이 함께 공부했던 CALARTS의 방 호수라고 한다. 그들은 모두 픽사의 제작자들이다. 더 재미있는건 'A113' 이라는 번호는 픽사의 모든 애니메이션에 등장한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을 보며 찾아보는 것도 정말 재미있을 것이다.
이전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소품들이 많이 나왔다. 칼의 집이 처음 하늘로 올라갈 때, 한 소녀의 방을 지나치는 장면에서 등장한 공은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 <룩소 주니어> 에 등장했던 공이다. 그리고 칼의 집이 시내 위를 나는 장면에서 잠시 등장했고, 영화 끝 부분에서 아이스크림 가게 앞 주차장에서도 등장한 '피자 플래닛' 트럭은 <토이스토리> 에 처음 등장했던 트럭으로 픽사의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에 카메오로 출연하고 있다고 한다. 앞에서 말한 아이스크림 가게의 이름은 실제로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있는 '펜톤스 크리미 아이스크림 가게'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펜톤스 크리미 아이스크림 가게'는 피트 닥터 감독과 제작자 조나스 리베라의 집 근처에 있는 가게로 두 사람이 가족과 함께 자주 가는 곳이다.
수천개의 풍선을 매단 칼의 집이 하늘로 떠오르는 장면은 실제로 촬영한 장면인데 사람 크기의 집을 제작해 실제 헬륨 풍선을 매달아 떠오르게 했다고 한다. 칼의 집이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에서는 20622개의 풍선이 사용되었고, 하늘에서 떠다니는 장면에서는 10297개의 풍선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를 계산하면서 실제 집이 떠오르는데 필요한 풍선의 수도 계산했는데, 실제로 집이 하늘로 떠오르려면 2천6백5십만개의 헬륨 풍선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칼이 늘 꿈꾸던 낙원 '파라다이스 폭포' 는 세계에서 제일 긴 폭포인 베네수엘라의 '엔젤 폭포' 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는데 애니메이션 속에서 폭포를 좀 더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서 엔젤 폭포보다 3배나 길게 설정했다고 한다. 또, 폭포와 다른 것들을 제작하기 위해 주요 스태프들이 베네수엘라로 답사 여행을 떠났는데 그 곳에서 스태프들은 극성스러운 개미, 독사, 전갈 등을 만나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들의 제작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리뷰를 작성하며 알고 있던것은 물론,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되었는데, 결국 <업> 에 대한 내 관심과 기대는 상당히 업 되었다. 영화 속에 숨겨진 재밌는 요소들의 존재를 알고 나니 직접 극장에 찾아가 그것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빨리 <업> 이 극장에서 개봉을 했으면 좋겠다. 가끔은 이런 순수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가족 단위로 극장을 찾으면 좋을 듯.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에어컨이 빵빵한 극장을 찾아 커다란 스크린으로 영화 한 편보면 최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