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출근했다.
당직 근무다.
작년에도 당직어있는데...
회사는 싱글들에게 너무나 배려가 깊은거 같다.
그러나 특별한 생산성은 기대하지 말았으면...

뭘할까, 인터넷 사이트만 뒤적거린다.
책이나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대학 선배에게서 이 책을 소개받았다. 2000년 어느 무렵, 함께 지방대학을 졸업하고나서 선배는 서울의 한 회사 3년차 직장인이고, 그리고 나는 지방에서 2년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회 초년병들이다.

추석이 지난 어느 가을,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핑계로 휴가를 온 선배와 오랜만에 대학때 자주 갔던 학교 근처 식당에 들렀다.  그 식당은 밥과 후식을 겸하고 있다. 전에는 '포키스(네번의 키스)'란 간판을 내걸고 있었으나 오랜만에 들러보니 간판이나 외양이 깔끔하게 바뀌어 있었다.  뭐니뭐니 해도 싸고 양많고 후식까지 먹을 수 있어서 시간 때우기에 안성맞춤인 식당이었다.  마침 일요일이라 "고화질" 이라 적힌 텔레비전엔 프로야구가  중계중이었다. 

선배가 느닷없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란 책이야기를 꺼냈다. 헉,  안읽어봤는데... 게다가 나는 야구에도 문외한이 아니던가. 대화에 일조를 하지 못하자 빨리 '삼미' 얘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밑도 끝도 없이 야구라니, 당시 그 이야기를 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책을 읽고서야 "삼미"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두어달 뒤에 알라딘을 통해 이 책을 주문했다. 마침 회사일로 지쳐갈 때쯤 가벼운 소설이 구미를 당기던 시점이었다. 책을 받아들었을때, 슈퍼맨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폼을 잡는 동그란 붉은 딱지가 눈길을 끓었다. 언젯적 슈퍼맨인가. 슈퍼맨의 촌스런 복장만큼이나 표지도 촌스럼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책표지가 촌스럽거나 말거나 어쨌든 책은 술술 읽혔다. 처음 반틈은 거의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읽어나갔으니 말이다. 

82년이 시작되던 1월, 인천의 어느 국민학교 졸업을 앞둔 12살의 소년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무렵 인천을 연고로 창단된 프로야구단 삼미 슈퍼스타즈. 주인공은 인천에 함께 사는 또래들과 함께 삼미 슈퍼스타즈 팬클럽의 어리이회원이 되어, 삼미 슈퍼스타즈의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는 열정적인 팬들이 되었다. 그러나 삼미는 그리 잘나가는 야구팀이 아니었다. MBC 청룡, 삼성, OB, 롯데 쟈이언츠 ... 등등 많은 프로야구팀 중에서 삼미를 응원한다는 것은 어린 나이에  패배감을 심어줄 수 있도 있는 일. 어쨌든 삼미를 응원하던 친구들이 배신을 때려도 주인공과 주인공의 친구인 조성훈은 끝까지 삼미를 응원한다. 

이 책에서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자, '기록의 경기'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삼미의 야구는 주인공의 인생을 이야기해주는 하나의 모티브이자, 상징물로 작용한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임에도 최악의 기록을 세웠던 삼미. "프로"가 되지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현실에서 유년시절을 벗어나면서, 점점 "꼴지"인 삼미를 악으로, 깡으로 치열하게 응원했던  그때의 그 열정과, 삼미 슈퍼스타즈는 잊혀져가는 먼 기억이 되어버린다.

주인공과 친구 조성훈은 어쨌든 일류대라 칭하는 I대에 입학하게 되고, 88년 서울과 과천 사이의 한 철거민들의 집단 거주지에서 철거민들과 함께 한때 몸바쳐 '투쟁'을  벌이는 대학생이 된다. 그것도 잠시... 철학과르 다니던 조성훈이 홀연 일본으로 사라지고, 혼자 남게된 주인공은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의 사장인  조르바와, 그리고 알바를 마치고 가다 술에 취한 연상의 여인과 어줍짢은 사랑을 하며 대학생활을 그냥저냥 마감한다.. 그리고 졸얼장이란 걸 따고, 대기업에 취직하는데... 98년 IMF 를 겪으면서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퇴출당하게 된다. , 서른 초반의 주인공의 인생은 삼미처럼 낙오자가 되어버린 것일까.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걸까, 뒤돌아보지만...

해답은 홀연히 사라졌던 조성훈으 만나면서 찾게 된다. 너무나 오랜동안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이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는 것을.

친구 조성훈은  "치기 힘든 볼은 치지않고, 받기 힘든 공은 받지 않는" 삼미의 야구는 잘못된 것이 아니란 걸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삼미를 응원했던 자신들의 유년시절도 잘못된 것이 아니란 것도. 

잘못된 것이라면,  7~80년대 고도성장기, 산업화를 거치면서 자본주의사회는 프로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약육강식의 사회란 걸, 그리고 그러한 논리가 미국에서 이식되어져 왔다는 걸, 조성훈은 프로야구를 들어 이야기한다.

어쨌든 유신정권의 막바지에 태어나, 8-90년대 성장기를 거친 나 역시, 경쟁논리에 이끌려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란 데를 다니고, 또 직장을 다니고 여기까지 왔다. 여기가 인생의 2회말인지, 9회초인지 알 수 없지만 자본의 경쟁논리에 내맡겨져 살고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아니 수없이 해봤다. 그리고 나름대로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더딘 사회를 위해 일조해보려고 노력중인데, 사회적 시간은 점점더 빨리 흘러가는 듯하다. 

이러면서도, 내일 아침 출근시간 늦으면 안되는데... 불끄고 자야하는데, 하는 강박관념이 뇌리를 스며온다, 

90년대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90년대 안동을 대표할 수 있는 사건은 뭐가 있었을까. 오늘 밤 꿈에서 박하사탕의 설경구처럼, 거꾸로 가는 기차를 타봐도 좋을 일이다. 나의 90년대를 상징할 수 있는 사건이란? 뭐가 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여자 셋이 모이면 세상이 바뀐다"

극작/연출: 김인경
 극       단: 우금치



 




 

 

 

 

 

 


 



전통 마당극의 단골 등장인물인  삼신 할미가 무대에 등장해, 새로 세상밖으로 나갈 6명의 아이들에게 각각 성별을 결정해줄 찰라, 극이 시작됐다.

의성문화회관에 오랜만에 좋은 재밌는 마당극이 올려졌다. 극단 우금치의 "북어가 끓이는 해장국"이다. 대전에서 민족극운동을 펼쳐온 우금치. 재작년이던가? 성주 민족극한마당에서 노인문제를 다룬 '쪽빛황혼'을 본 이후 두번째 보는 작품이다. 

아이들은 각각 고추(남자아이)와 사과(?, 여자아이)를 부여받는다. 그 중에 여자 아이가 "나는 여자로 태어나기 싫어요"하며  자신이 차별받으며 살아왔던 전생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며 삼신할미에게 대항한다. 삼신할미는 요즘은 "남녀평등이나 여성상위 시대다 하면서 여자들도 살기 좋아졌다며 다시 한번 여자로 살아보거라"하며 설득하는데...

"이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 그것에 대해 '여성'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얼마전 직장내에서 차별문제로 골머리를 썪이던 내 경우를 생각하면 이번 마당극은 조금이나마  나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공연이었다. 아마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할머니, 아주머니 관객들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남성관객들도 한번쯤은 생활 깊숙이 스며있는 남성위주의 문화, 성차별적인 문화가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극을 통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극에서는 세쌍의 부부가 등장한다. 한 쌍은 맞벌이 부부, 또다른 한쌍은 중산층의 딸부잣집, 나머지 한쌍은 부인이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겨우  살아가는 부부. 이들 세부부가 일상에서 겪는 사례들을 현대사회에서의 '남녀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밀도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물론 극을 위해 약간은 과장된 면도 있지만 말이다.

극에서 보여주는 남녀차별의 사례는 대충 다섯가지 정도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맞벌이 부부의 아침 출근 장면을 유재길과 이미경을 통해 보여준다. 풍물과 마임, 절제된 대사를 통해 똑같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여자들에게 편중되어 있는 가사노동을 표현했다.

황말녀와 그 남편, 그리고 그의 시어머니가 등장하는 중산층의 딸부잣집으로 마당이 바뀌고,아들을 낳기 위해 비상식적인 행위까지 마다 않는 현실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딸만 넷을 낳은 황말녀는 시어머니와 남편의 성화에 못이겨 온몸을 갖가지 기자도구로 치장하고, 돌부처의 코를 갈아먹고, 아미타삽신교라는 사이비 교주를 찾아 아들 낳기를 빈다. 

'북어와 여자는 사흘에 한번 패야한다'?는 통설이 심심찮게 얘기되는 현실을 슈퍼댁과 그 남편을 통해 보여주는데. 남편의 폭력에 의해 무기력해지는 아내들의 의식을 고발한다. 백수건달 백만수, 슈퍼마쳇을 운영하는 아내에게 얹혀살면서도 남편이라는 권위를 이용, 폭행을 일삼는 반면, 슈퍼댁은 여자이기 때문에 맞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식을 갖고 있고 모든 것을 인내한다.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직장내에서의 남녀차별문제,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여직원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직장내 성차별과 기혼여성에게 가해지는 보이지 않는 압력.

대충 뽑아놓은 남녀차별의 사례가 당하는 여성들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지많은 않은 문제다.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제도나 문화가 바뀌어야 할 부분도 있고, 의식이 개혁되어야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당하는 여성들 스스로가 문제의식을 깨닫고, 서로 연대해야 남자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이 극은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다.

서로 다른 처지에 속해있어서 서로의 고통을 외면하던 여자들이 동류의식을 확인하면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뭉치게 된다. 바로 주부 파업으로~ 아내들이 사라지자 남성들이 집안 가사일이며, 아이들 돌보는 문제 등을 떠안게 되는데. 이에 반해 남자들의 연대의식은  거미줄 처럼 너무나 강고하게 얽혀 있다. 한번 틈이 생기면 더 똘똘 뭉쳐진다.  같은 혈연, 지연, 학연... 같은 군대 등등. 


무대위에 권투링이 둘러쳐지고, 결론부분에 도달해 남여 격돌이 벌어진다. 끝까지 버티는 여성과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남성.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전선이 그어진 채 목소리를 높이는 남성과 여성. 계속되는 대립과 그 안에서 진행되는 대화로 상대방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는데... 극은 화해모드로 바뀌고 대동놀이로 남성과 여성과의 대화타협으로 끝을 맺는다.  

중간중간 관객들을 끌어들여 객을 극의 주체로 끌어들이는 장면은 마당극이 갖을 수 있는 묘미였다. 이런 현실비판 의식을 극을 통해 보여주는 것 자체가 마당극의 운동성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말이다. 

이번 극을 통해 거창하게 여성해방을 얘기하진 말자.  "여성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 "남성으로서 이해하고 양보하기"라는 명제라도 각자가 깨닫고 간다면 이번 극은 성공이 아닐까 싶다. 어디까지나 관객 입장에서 말이다.

* 2003년 12월 20일, 의성문화회관에서 "북어가 끓이는 해장국"을 봤습니다.
 토요일 오후고, 당직서던 날이라 취재겸 마당극을 보러 갔었는데,  공연장에 들어서니 문화지킴이의 은영과 그의 후배 지민, 그리고 민속학과 대학원을 다니는 언니(갑자기 이름 생각이 안나네요)가 와있더군요. 의외의 친구들을 만나 재밌게 봤던 공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불법자금 한나라당의 1/10 이상이면 대통령직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4당대표와 만나는 자리에서 한 이 발언으로, '도대체 대통령직' 몇번이나 거느냐고,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기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작년에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작년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노무현 집권 1년을 돌아본다. 당선의 카타르시스에서 개혁드라이브가 거듭  제동이 걸리자 안타까움과 조바심이 뒤를 이었다. 그런 중에 노무현의 국정운영이 개혁세력들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자 과연 노무현이 개혁적인 정치인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최근 그의 1/10 발언은 거기에 기름을 끼얹은 듯 하다.  

얼마전 세간에 '노빠'라고 칭해지고 있는 노사모와 국민의힘이 공동으로 전국을 돌며 낡은 정치개혁 49재를 지냈다. 희망돼지도 다시 부활시켰다.

노무현을 상징했던 희망돼지. 

한쪽에서는 사기돼지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비단 한나라당을 추종하는 세력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좌광재 우희정'이라 알려진 노무현의 측근이 대선자금 문제로 구속되면서, '노사모 국민의힘'은 또다시 주변의 눈총을 받게될 가능성이 크다. 더이상 희망돼지를 이야기하다간, 그들의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이르른 것이다.

부산역광장에서 49재 탈상 행사를 하던 날,  노사모, 국민의힘 회원들의 식지않은 열정은 충분히 감동이었다. 노무현의 1/10 발언을 그날 부산역광장에서 속보로 들었던 그들은  씁슬해하면서도 자신들이 만든 대통령에 대한 그 믿음을 정치개혁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뜻을 모으고 있었다. 1219 프라미스... 그들은 노빠지만 노무현의 가치를 사랑하는 노빠들이라고 말한다. 노무현의 가치를 곰곰히 생각해본다.  

진정 생활정치인으로 그들이 건강하게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그러기위해선 더 똑똑해져야 하고, 더 성실해져야 할 것이다.

노사모 회원은 아니었지만,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으로 그들과 나에게 주문하고 싶다. 나와 그들의 염원이 다르지않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방분권운동, 조·중·동 구독거부부터 하자
[지역언론통신] '지방 살리기' 입법 반대하는 언론에 더 무엇을 기대하나

 

미디어오늘 media@mediatoday.co.kr

 

▲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지방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국민대회에 참석, 지방분권 법안이 입법화 될 수 있도록 전국 각계각층의 역량을 총결집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방분권운동이 화났다. 지난 11월 18일 '지방살리기 3대 입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로 열렸지만 조·중·동 등 소위 3대 메이저 전국지에서는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다음날 지면에는 지방분권에 딴지를 거는 칼럼들이 줄줄이 실렸다.

이날 대회는 지방분권국민운동, 수도권살리기시민연대, 자치분권전국연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 전국지역혁신기업연합회, 지방의제21전국협의회, 분권과참여를위한시민사회네트워크, 경기시민포럼이 주최했고 전국지방신문협의회, 한국지역신문협회, 지역신문·방송사 등이 후원사로 나섰다. 그야말로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기관 단체들이 나섰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이제야 농민·노동자들이 과격 시위하는 이유를 알겠다"

그런데 이 대규모의 집회가 신문에 한 줄도 안 실렸다. 화가 날 법도 하다. 지역의 한 언론사 간부는 이런 사태를 보고 "나도 기자생활 30년 넘게 해봤지만 이제야 농민, 노동자들이 과격시위하는 이유를 알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반면 이에 앞서서 지난 15일 경기도 등 수도권 시장·군수들이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입법 추진에 대해 '수도권 역차별'이라며 대규모 항의집회를 평촌에서 가졌다. 4000여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이 집회에 대해서는 예고기사를 비롯해서 2∼3차례 보도했으니 가히 이들 신문의 입장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정신을 가다듬고 지방을 살리기 위한 지방분권특별법, 지역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등을 그들은 어떻게 다루었는지 사설이나 칼럼을 구체적으로 보자.

동아일보는 지방분권운동의 집회가 있은 다음날 <행정수도 반대 주장 검토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찬물을 끼얹었고, 그 다음날에는 최상철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신행정수도 재고를 촉구하는 국민포럼 공동대표)의 <수도이전 국민투표 거쳐야>라는 제목의 '시론'을 통해 쐐기를 박았다.

이에 앞서 11월 7일 사설 <행정수도 총선전략용은 안 된다>, 10월 20일 사설: <지방언론 정부 지원 의도 뭔가>, 10월 16일 사설 <지역 균형발전, 명분만으론 안 된다> 등을 통해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해서 반대입장을 명확하게 했다.

조선일보는 지방분권의 집회가 있던 당일 전상인 한림대 교수의 '시론' < 행정수도, 국민투표 고려를>라는 제목의 글에서 소모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이밖에도 독자들의 의견 <행정수도 통일 이후 생각해야>와 '조선일보를 읽고' <정치논리 앞선 신행정수도 건설>등 독자들의 입을 통해 반대의사를 밝혔다.

중앙일보는 11월 7일 사설 <행정수도, 국민합의가 먼저다>, 11월 19일 사설 <원로 학자들의 신행정수도 반대>를 게재해 공식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이들 기사와 사설, 칼럼 등을 읽으면서 해당 신문에 대한 분노보다는 여전히 이들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의 기관, 지역민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먼저 솟아올랐다. 아니, 처음 지방분권운동을 논의하면서 언론을 잘 이용하여 여론을 확산시키자는 얘기가 나올 때부터 진작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 소위 '언론활용론'이었는데, 이 언론활용론은 지난 2000년 총선연대 때부터 이미 한 번 실패를 보았던 논의였다.

당시 조·중·동, 특히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취재거부를 하자는 제안을 언론운동단체들이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활용하자는 주장이 우세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는 처음에 총선연대의 낙천 낙선운동을 지지하는 척 하더니 "니들이 무슨 자격으로 낙천 낙선자를 선정하느냐? 시민단체는 법을 어겨도 되느냐?"는 식으로 매도하는 등 많은 활동가들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국민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등에 비수가 꽂히는 아픈 경험을 하고도 또 이번에 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 말이다.

지방분권운동 첫걸음은 언론운동으로부터

지방분권? 서울에 근거지를 둔 그 메이저 언론들이 이에 동조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큰 오산 아닌가? 이제서야 지방분권운동 일각에서 이들 메이저 신문의 구독거부운동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물론이고 지방대학, 지역에 소재한 각 기관에서 구독거부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뒤늦게라도 그걸 깨달았다면 정말 다행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지만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그들이 과연 지역의 발전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고민을 하고 노력해왔는지를 말이다. 오히려 자전거니, 비데니 하는 경품으로 지역의 신문시장을 초토화시키지 않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40면이 넘는 지면 중에 고작 중부권이니 하는 1개 면을 할애해 지역의 소식을 싣는다는 자체가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분권운동을 하는 전국의 자치단체, 대학, 기관들에게 정중하게 제안한다. 지금부터라도 조·중·동 구독거부운동을 즉각 펼치자. 지방살리기 3대특별법이 설령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메이저 전국지들이 지방을 초토화시키는 한 분권은 어림도 없다. 분권운동의 첫걸음은 언론운동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희창 / 대전충남 민언련 사무국장, 지역언론개혁연대 사무국장

 
우희창 사무국장은 90년 대전매일신문사에 입사해 10여년간 지역 일간지에서 기자생활을 하다가 2000년 시민운동가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현재 대전충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국장, 지역언론개혁연대 사무국장,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