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 1950년, 받지 못한 편지들
이흥환 엮음 / 삼인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본래 지나간 일에 대해 미련을 많이 두는 편이다.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그 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그 당시 왜 더 잘하지 못했을까,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내 모습은 현재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었을까, 등등 예전 일은 곱씹고 또 곱씹는다. 예전에 그 친구는 잘 지내는지, 잠시 잠깐 만나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그들의 안부도 불쑥불쑥 궁금해 지곤 한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별로 건전한 취미가 아니라는 것은 아는데 괜히 지나가고 사라지고 스쳐가는 것들이 아쉽고 그립고 애잔하다. 


 그래서, 이 책에 눈길이 멈췄다. 전시 상황에서 혹은 전쟁을 앞두고 자신들의 닥쳐올 운명을 모른 채 가족과 친구와 상사와 애인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개개인의 구구절절한 사연들, 이야기들, 그 마음들. 그러나 결국 단 한 마디도 전달되지 못했다니 보낸 사람이나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나 얼마나 애가 타고 답답하고 속을 끓였을까. 편지가 부식되고 부서질 만큼 시간도 오래 흘렀고 그래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분들도 있을 것이고, 혹시 생존해 있더라도 분단이라는 뼈아픈 상황 속에서 상대방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고 평생을 살았던 그 분들의 마음은 얼마나 문드러졌을 것이며, 얼마나 시렸을 것인가. 


 무조건 살아남아 아이들을 지키고 전쟁이 끝나면 바로 만자나는 남편의 편지, 세간살이에 미련을 두지 말고 빨리 피난을 가라고 다그치는 남편의 편지, 월북해 인민군이 된 아들이 전라도 고향의 어머니께 소식을 못 드리고 입대해 죄송하다고 조아리는 편지, 폭격 맞아 돌아가신 아버지 사망소식을 놀라지 말라며 누이에게 전하는 오라버니의 편지, 빨리 돈을 부쳐달라고 떼쓰는 아들의 편지, 자식을 셋이나 모두 전장으로 보낸 어머니를 위로하는 편지, 몇 번이나 편지를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답장을 받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빨리 답장을 해달라고 촉구하는 아내의 편지 등. 어려운 상황에서 종이와 연필 구하기도 어려워 급하게 휘갈겨 간신히 부쳤던 이 많은 말들은, 결국 전달되지 못하고 허공으로 흩어졌다. 전시 상황에, 게다가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쓴 편지가 얼마나 잘 전달됐을까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허공으로 흩어진 간절함들이 눈물겹고 안타깝고 쓰리다. 마음이 뿌예진다. 


 이들은 다시 소식을 전하고 받았을까. 서로 다시 두 손을 부여잡고 그 동안의 고생들을 어루만져 줄 기회를 가졌을까.  이제는 떨어지지 말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붙어있자 다짐할 수 있었을까. 생전에 얼굴 한 번 쓰다듬어 볼 수 있었을까. 한 사람 한 사람 이들의 사연이 궁금하고 아프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내 성격도 어딘가에 소중하게 쓰여 평생 울 것같은 심정으로 살아온 이들에게 작지만 무언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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