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 지금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
신현림 엮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시를 읽는다. 마음이 스산하거나 와락, 울고 싶거나 혹은 날씨가 무지무지 화창하거나, 걱정이나 고민이 없이 마음이 여유로울 때. 그럴 때 나는 시집을 꺼내든다. 


 너무 어려워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시들도 있고 내 마음을 고스란히 완벽하게 알아주어 괜히 든든한 동반자를 만난 것 같아 설렐 때도 있다. 너무 우울하거나 마냥 해맑거나 사랑만을 로맨틱하게 이야기한 시들은 크게 마음에 와 닿지 않고, 그 사이사이 중간중간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잘 하면서도 속시원하게 가려운 곳을 꼽아주는 시들을 사랑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시 취향이 꽤나 어렵다. 나조차도 난 이런 시가 좋아, 라고 단언하지 못할 정도다. 


 아마 그 때 그 때 내 마음의 무게나 상황에 따라 읽을 때마다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고 그렇지 않는 구절이 있기 때문일 게다. 어떤 날은 너무 좋던 구절들도 시간이 흘러 다시 펼쳐보면 음, 뭐지? 하고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지는 말들도 있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밑줄 칠 곳이 한 군데도 없었지만 2년쯤 후에 읽어보면 맞어 맞어, 딱 내 마음이야, 라고 무릎을 치면서 빨려들러가는 시집도 있다. 


 이 시집은, 2011년 10월 18일에는 아무 느낌도 없이 맹맹했다가 2013년 5월 11일에는 마음이 쿵, 내려 앉을 것처럼 한 글자 한 글자가 나에게 정신없이 다가왔던 책이다. (책을 읽을 때 책 구석구석에 메모를 하기도 하는데 메모를 한 날짜를 보니 위의 두 날이었다.) 


 2011년에는 '... 내가 가진 시집들의 빈약함이라니. 좀 더 풍요롭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찬란한 시들을 읽어야겠다. 내 삶도 그러하기를.' 이라고 메모를 마무리 했고 2013년에는 '그리운 것들. 그리움의 댓ㅇ을 잡지 못해 마음이 쿵, 하고 무너져 내릴 때. 그럴 때가 있나. 날씨는 참 화창하다.'라고 적어놨었나 보다. 


 신현림 씨는 '재밌는 건 나이 먹을수록 시를 읽고 책을 보면서 외로움을 현명하게 처리하는 내공이 쌓였다는 거야. 진심을 털어놓을 친구들이 생기고, 갈 곳을 꿈꾸고 간식처럼 읽을 책과 시를 마련하며 사는 동안 나는 차츰 단단해져 갔어."라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기 불안할 때, 내 마음을 내가 어찌할 줄 몰라 나를 주체할 수 없을 때, 친한 친구들로부터 배신을 당할 때,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히 필요하나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어 철저하게 외롭다고 생각될 때. 그럴 때 시는 묵묵하게 나를 지켜주는 좋은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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