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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5월
평점 :
밑줄을 그러가며 읽지 않아서 딱 어느 부분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원했고 자신이 누리지 못한 것을 누리기 원했고 자신보다는 훨씬 더 잘나고 똑똑하고 중요한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나의 어머니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기를 원하셨는지. 문득 궁금해 나의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 엄마는 내가 어릴 때 어떤 사람으로 자랏으면 했어??'
'그건왜?'
'그냥 귱금해서 ㅋㅋ'
'기도하면서 너를 가져서 주안에서 이쁘고 착하게 쓰임받는 아이가 되는 걸 원햇지!'
'흠.. 어케 쓰임받는지 몰겠네!ㅋ'
'글쎄 주님 안에서 늘 기도하며 사는 게 아닐까. 자녀를 나아서 또 주님을 알게 가르치면서 사는 거.'
엄마와 주고 받았던 문자들.
짧은 문자 속에서도 그녀의 나에 대한 사랑의 두께,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앙의 단단함, 항상 기도를 하시던 든든한 모습, 그러나 기도 속에서도 늘 힘들었을 그녀의 얼굴, 뭐 이런 여러가지 것들이 투명하게 보인다.
그랬구나... 엄마는 내가 주님 안에서 이쁘게 쓰임받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구나... 엄마가 그토록 원했던 것을 나는 조금이라도 실현해 내고 있나? 허허. 이것 참 미안한 일이네.
어떻게 해야 엄마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는 나의 길들. 부끄럽기만 한 모태신앙. 그래도 노력이라도, 노력하는 척이라도 해봐야 겠구나.
가끔씩 뜬금없는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그리고 그 문자에 답을 보내주는 엄마가 있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