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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민선 작가가 그려낸 선연한 청춘의 순간들
정민선 지음 / 시공사 / 2010년 12월
평점 :
오늘은 유난히 서평이 잘 써지지가 않아 하루 종일 괜시리 산만하게 인터넷 사이트 이 곳 저 곳을 방문하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히 가라 앉지 않아 한 단어도 종이에 끄적이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을 정리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단어를 끄집어내 글을 풀어나가야 할지 무엇 하나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는 날. 평소에는 펜으로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종이에 끄적거리고 컴퓨터로 서평을 쓰는데 오늘은 이러다가는 결국 오늘 내에 서평을 쓰지 못할 것만 같아 직접 서재에 들어와 서평을 쓰고 있는 중이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해야 글이 써지는 법이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갈팡질팡 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 그만큼 뚜렷하지 않다는 의미고 생각이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은 곧 마음이 복잡하다는 것을 뜻한다.
내 심정이 복잡하구나, 지금.
감성적인 글을 읽으면 여기저기 툭, 툭,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나의 마음들이 하나, 둘 터져 나온다.
마음도 자꾸 쓰다보면 이렇게 굳은 살이 배길까.
그렇다면 얼마나 더 아파야 할까.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일이라는 데 사랑을 하는 것도 그 사랑이 끝나는 것도 하루하루 생채기가 늘어나는 것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사랑... 툭, 감정 주머니 한 곳이 터져 버린다.
먼지를 한 움큼 집어삼킨 것처럼 목이 꺼끌꺼끌한다.
이유도 모르는 채 가슴이 바삭바삭 탄다.
갈라진 마음을 반으로 쪼개면 이것저것 한 바가지는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산다는 게 때때로 이렇다.
목이 꺼끌한 것 같은 퍼석퍼석함. 버석거렸던 한 구석이 또 툭.
사라진 모든 것들은 어디로 갔을까.
빛나던 그 순간들은 어디로 갔을까.
울컥. 툭, 툭, 툭.
하나의 주제가 아닌 갖가지 다양한 감정의 모습들, 색깔들, 다른 종류들. 감성적인 글은 인간의 감정 이곳 저곳을 건들이기 때문에 그래서 딱 한 가지 단어로 요약할 수 없기 때문에 서평쓰기가 더욱 어렵다. 작고 작기만 한 내 마음 속 상자를 함부로 휘젓는 문장들, 단어들. 막대기로 휘저어진 물처럼 소용돌이 친다.
어지럽게 동요되는 여린 내 감수성이 좋다. 1년 365일 똑같이 담담하지 않아서 다행이고, 누군가가 내뱉은 한 마디에 밤잠 못 이루고 씩씩거릴 수 있어 행복하고, 똑같은 노래만 몇 날 며칠 반복해서 들으면 잠들어도 지루한 줄 모르니 감사하다. 내 마음은 그렇게나 예민하고 복잡하고 세세해 인간미가 있어 참 다행이다. 다른 사람이 아파해도, 나 때문에 상대방이 힘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뻔뻔이가 아니어서 어찌나 감사한지.
늘 시끄럽고 질서 없는 심장이 언제나 펄떡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