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예이츠
W. B. 예이츠 지음, 민병문 엮음 / 온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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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니스프리 작은 섬.
 한밤은 희미하게 빛나고 정오는 자줏빛으로 타오르며
 저녁엔 홍방울새 날개 소리 가득한 곳.

 

 이런 풍경을 보았단 말인가 예이츠는? 시인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범인들은 맡지 못한는 냄새를 맡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작은 것을 알아 차리는 신과 같은 사람들이다. 내가 시인을 꿈꾸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너무도 특별하므로. 그들은 남들과는 다른 예민한 눈, 코, 입, 피부를 가지고 태어났으므로.

 

 나는 한 번도 희미하게 빛나는 밤을 본 적이 없다. 자줏빛으로 타오르는 정오는 더더구나 본 적이 없다. 심지어 홍방울새는 들어본 적도 없고... 그는 이 모든 것을 보았고 느꼈고 알아냈던 사람이다. 놀라운 감수성. 단번에 이니스프리 섬에 가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단 몇 줄의 수사들, 말들, 단어들. 여행 홍보팀에서 일했으면 꽤 대단한 실적을 냈을 것 같다는 또 엉뚱한 생각.

 

 이런 시들을 자꾸 읽고 싶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설명해 주는 시, 예쁘고 환상적인 풍경을 내 머릿속에 기꺼이 펼쳐 내보여 주는 시, 황홀해서 고단한 하루하루를 단번에 날려 보내줄 수 있는 시.

 

 현실이 추악해서 자꾸 환상과 신기루를 좇는 걸까. 시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은 걸까.

 

 내가, 나이 들어 죽을 때
 어리석지만 열정적인 사람으로 기억되길.

 

 어리석은 사람이 되길 소망하게 된다. 더 유치하게 더 어린아이 같이 더 솔직하게 더 발랄하고 재미있게. 현실에서 아예 발을 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시 말하지만 난, 이런 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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