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락 창비시선 295
정끝별 지음 / 창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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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집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는데. 나는 시는 예쁜 시들을 좋아한다. 아니다. 류해인 류의 시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정확한 정의는 아니다. 개인적인 시, 라면 조금 근접하려나. 사회 비판적인 내용이 아니라 인간 개개인의 감정이나 고뇌를 표현한 시들을 좋아한다.

 

 신문을 통해, 사회비판적 내용의 논설이나 사회 과학 서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과 위선과 허상을 고발하는 것은 충분하니, 시는, 시만은 순수하게 인간 내면에 집중했으면 하나 보다. 맨날 신문이고 토론 프로그램 등에서 떠드는 변하지도 않을 정치판이며 남녀 차별이며 인권침해며 고부갈등이며 사회적 약자며 노동착취며 유리 천장이며 행복지수며 머 이런 얘기들 말고 시에서는 인간 본연의 순수한 감정에만 집중하고 싶나 보다. 오염되지 않았으면 하는 순수랄까, 이런 것들을 막연하게 기대하는 것 같다. 비열한 사회 속에서 갖가지 더러운 꼴들을 보고 그 속에서 뒹굴지만 그래도 갓난아기의 해맑은 눈동자는 언제고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주길, 하는 아버지의 심정? 이런 건가?

 

 물론 내 마음대로 이래라 저래라 시인들을 시들을 좌지우지 해야겠다는 건 아니고, 그저 내 시 취향에 대해 잠시 설명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의 시가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다.

 

 불멸의 표절, 당신의 파업 등 그녀는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정끝별과 와락이 주는 시적 느낌과는 달리.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고, 앞에서 말했지만 그저 내 취향이 그렇다는 거다. 내가 위로 받는 시는 저항시가 아니고 서정시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이룰 수 없는 별은 많지만
 잊힐 수 없는 별은 많지 않다.

 

 내가 꼽은 그녀의 시 중 최고의 구절.
한참이나 이 구절을 몇 번이고 되뇌어 보았다.

일순간 마음이 먹먹해지는 시인들의 말들, 구절들, 입김들.

 

난, 이런 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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