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옹
필립 빌랭 지음, 이재룡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마음껏 사랑했구나, 이 두 사람... 파격적이고, 직설적이고, 솔직하다는 등의 감상은 아니 에르노의 작품에서 충분히 했기 때문에 철저하게 아니 에르노를 표방한 이 작품에 또다시 똑같은 평가를 되풀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되뇌었던 감탄을 질리도록 내뱉었더니 이젠 두 사람의 사랑이 보인다. 두 사람의 작품 모두, 주제는 사랑, 이었지... 잠시, 잊고 있었다, 사랑, 이라는 단어를...
나이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자신이 교수이든지 아니든지, 독자와 팬으로 만났든지 아니든지, 친구들이 경멸의 눈빛으로 바라보든지 아니든지, 그들은 주변 상황이나 사람들의 평판 등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은 오로지, 너와 나, 그리고 서로를 향한 뜨거운 열정, 이것에만 몰두하고 집중했다. 자신들의 욕망과 감정에 온 몸을 내던졌던 두 사람.
나도 이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와 나, 이 둘만 생각할 수 있다면. 서로의 직업과 각자의 사회적 지위와, 주변의 평가와 사람들의 시선과 상대방의 집안 분위기와 가정 형편과 종교 등등... 계산해야 하고 따져야 할 것들이 어찌나 많은지. 매일 밤 생각하고 한숨쉬고 두려워하고 불안해 하느라 내 감정은 항상 뒷전이다. 우선 순위에서 자꾸만 밀리는 불쌍한 내 감정. 마치 바쁘고 복잡한 어른들 세계에서 소홀해 질 수밖에 없는 어린아이 같다... 혼자 동그마니 빈 집에 남은 어린 아이.
<즐거운 나의 인생>, 이란 영화 에서 내 감정이 주인공이 되는 에피소드를 관객들이 한 번 정도는 볼 수 있을까? 꽤나 용기가 필요하겠지, 평소 내 성격에 비추어 보면. 혹시 모르지. 내가 회까닥, 미쳐 버리면 가능할지도... 나를 많이 사랑해 주고 싶은 비 오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