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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9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정명환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자서전을 읽는 이유, 그 사람을 알고 싶어서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성격은 조용한지 활발한지, 우여곡적을 없었는지, 원래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했는지, 생전에 부자였는지 가난뱅이였는지,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지 비판을 받았는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는지. 한 사람이 인생을 송두리째 알고 싶어서 자서전을 읽는다.
원래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많은 편도 아니고 다소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편인데 왜 다른 사람의 인생이 궁금할까. 동경인지, 동정인지, 동일시 혹은 공감인지. 나의 사생활을 감춰져 있는데 상대방의 일거수 일투족만 속속들이 까발려 지는데서 우월감을 느끼는지. 무언가 한 가지에 몰입하면 속속들히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일 수도 있겠다. 혹시 나와 닮은 점은 있는지, 또는 이 점은 분명히 다른지 비교하는 재미도 있고 살아 생전에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는지를 알게 되면 마음이 짠해지면서 더 애정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림이나 소설을 볼 때면 언제나 그 작가에게 관심이 쏠린다.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인 양 그에 대해 상세히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러고 보면 그 화가든, 작가든 무언가 매력이 있어서 내가 끌리는 걸 수도 있겠다. 모든 사람을 다 알고 싶은 건 아니고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가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늘은 사르트르가 나의 관심 속에 들어왔다. 사르트르 책은 이번이 처음이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그는 한 권 만큼의 분량이다. 그는 어렸을 적에도 조숙했던 것 같고, 아버지가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불우하다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어느 정도 낙천적인 성격이었던 걸까. 여느 어린 아이답게 마냥 해맑고 순수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할아버지나 어머니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표정이나 대사를 해야하는지 이미 6살인 나이에도 알았고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연극을 할 수 있을 만큼은 약았던 것 같다.
"내게는 진실이라는 것이 없었다."
위와 같이 고백하는 것을 보면 한편으론 솔직하긴 한 것 같다.
성품은 온화했던 것 같고.
"나는 폭력도 증오도 모르고 질투라는 이름의 그 괴로운 수련을 겪지도 않았다 어려운 고비와 마주쳐 본 일이 없는 나는 우선 현실이 상냥한 변화만을 지닌 것으로 생각했다. 그 누구의 변덕도 나를 지배할 수는 없었다."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사람이 온화한 법이니까.
그러나 재미있거나 유머러스하지는 않았던 듯 하다. 생각이 너무 많고 진지해서. 조금 유쾌한 사람이 좋은데.
한 권만 읽고 확정짓기에는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까뮈와의 우정은 어떠했는지, 부인과는 어떠한 사랑을 나누었는지, 왜 세상의 비판을 받았는지,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지.
딱히 어떤 점에 끌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를 더 알고 싶다. 너무 진지한 면이 조금 부담되기는 하지만, 20세기 최고의 지성이었던 그와 좀 더 친해지고 싶다. 얘는 왜 이렇게 진지한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