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쟁이가 뭐 어때? 스누피 시리즈 1
찰스 M. 슐츠 지음, 김철균.박수진.김난주 옮김 / 종이책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삶이, 인생이, 아니 이렇게 거창하지 않더라도 나의 하루 하루가, 한 시간, 한 시간이, 월화수목금토일이, 지겨운 것 같기도 하고 이게 안정인 것 같기도 하고 무기력한 것 같기도 하고 반면 편한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아무 일도 없어서 변화가 없고 무미건조한 것 같아 우울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걸 감사할 줄 모르고 투덜대는, 배부른 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갈피를 못 잡고 휘청휘청 대는 요즘이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축 쳐진 어깨로 친구를 만나야 할지, 샐러리맨으로서 고만고만한 나의 현재를 마음껏 즐겨야 하는 건지, 요즘 나의 일상을 어떤 말로 정의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도무지 한 마디로 요약하기가 어렵다. 딱히 지금 상황이 아니면 행복할지 여부도 확신할 수 없는 이 어정쩡함이란. 고민만 커져서 머리가 윙윙거린다. 고민이 고민을 낳고 생각이 생각을 낳고 여러가지 잡념과 공상들, 헛된 희망과 불가능한 목표, 허황된 꿈과 비논리적인 상상들 때문에 현실과의 괴리는 점점 커진다. 그 벌어진 틈 만큼, 그 깊이만큼 나의 허우적거림은 더욱 힘겨워진다.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나도 모르겠는 내 속마음은 무엇을 바라고 있기에 유쾌한 나의 얼굴에 한숨을 지게 하는 것일까. 내가 원하는 건어느 정도의 명예도 가져야 하고 남과 다른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며 그러면서도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아야 하고 그러면서 나만의 개인시간도 가질 수 있는 생활이래야, 나는 만족하나보다. 위 요건을 다 갖추지 못하면. 다 안 되더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조건은특별함?! 무언가 남과 다르다는 명예?! 그랬나내가 그런 걸 원했었나

 

지금 회사를 그만 두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대학 졸업 후 계속 시험에, 취업에, 사회생활에 몰입하느라 쉼을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휴식 시간을 갖고 싶다. 마음껏 늦잠 자고 마음껏 빈둥거리고 마음껏 구경하고 걷고 늘어지고 책을 읽고 까페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가보지 못했던 곳으로 떠나고 햇살 좋은 오후, 사무실 책상이 아닌 상큼한 공기 속에서 산책을 하는 것. 요즘 내 꿈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들이다.

 

지금 마음 상태로는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식이다. 이렇게 내 인생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소리가 자꾸 들린다. 1년 쯤 쉰다고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는 쪽으로 추가 기울었다. 다만 그러면 내가 행복할 수 있을지, 하는 고민. 직업이 없어져 버려서 더 우울감 속으로 빠져들지는 않을지, 휴식 후의 삶에 대해 전전긍긍하며 고민하게 되지는 않을지. 내 인생인데 왜 내가 확신을 하지 못하는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내가 확실히 알지 못하는지, 그저 그런 경제적 안정과 자유 중 내가 더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왜 확실히 꼽지 못하는지, 세상은 왜 yes or no로 구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지.

 

생각이 너무 많아서이다. 즉흥적으로 지르지 못하고 항상 계획적으로만 움직여 왔던, 내 몸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이 빌어먹을 계획적 습성 때문이다. 하고 싶은 대로 바로 움직이지 못하고 이러면 어쩌지, 저러면 어쩌지를 고민하며 위험한 일은 하지 않는 나의 꼼꼼함 때문에. 그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상태로 오늘 나의 기분은 좋은 걸까, 나쁜 걸까를 고민하며 아침에 눈을 뜬다. 재미는 있네. 오늘 내가 행복한 걸까, 아닌 걸까를 직감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고민을 한 후 파악하다니. ㅋㅋ

 

그래서 스누피를 읽는다.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단순하게 유쾌해 지려고, 귀여운 캐릭터들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킬킬대려고, 아무 이유도 없이 울고 아무 일도 아닌 것에 웃어보려고, 세상이 주는 온갖 시름과 고민들을 떨쳐보려고, 스누피가 말하는 철학적인 질문을 과감히 무시하려고, 그래서 멍청하고 단순하게 내 식대로 하고 싶은 대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이리저리 뒤엉킨 머릿속을 만화책의 두께만큼 정리하는 데는 성공, 인생에 대한 나만의 해결책을 찾는 데는 아직곧 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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