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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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책 취향이 그렇게 까다로운 편은 아닌데. 느린 이야기, 소소한 일상, 큰 사건이 없는 잔잔한 줄거리. 자그마한 목소리로 조근조근 들려주는 작가의 세심함을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모두 좋다고 이야기해도,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입이 마르게 칭찬을 해도 내 마음이 가지 않는 것들이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애초에 영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글이라 그런가? 영상으로 보면 어떤지 모르겠지만, 글로서는. 느리기는 하지만 구성이 엉성하고 세밀한 묘사는 부족하고 얼렁뚱땅 후루룩 넘어가는 장면들이 많이 보였다. 좀 더 촘촘하게 이야기가 쓰여졌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나도 감동적이다, 카모메 식당에 흠뻑 빠졌다, 핀란드에 가고 싶다, 사치에의 삶이 부럽다, 위안을 받는다, 이런 따뜻한 평가를 쏟아내면 좋겠다. 너무 비판적인가?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이미 음식을 소재로 한, 느림의 미학을 마음껏 발휘한 책들로 눈을 높여놓은 터라 이 정도로는 감동을 받지 못하나 보다. 때로는, 많은 경험과 수준 높은 체험들이 감동을 줄일 때가 있다. 나이 듦이란, 그래서 감동이 작아지는 것. 와, 하는 감탄과 휘둥그레한 탄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 그러나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더 높은 것, 완성도 높은 것을 추구할 수 있으니, 보다 나은 것을 구분해 낼 수 있으니, 그것도 감사할 일이다. 그래도 무엇에든 환호하는 어린아이의 호기심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빈번했던 놀라움이 사라지는 게 조금은 슬프기도 하다.

그럼 뭐, 새로운 자극을 찾으면 되지.  

그래서, 일상이 지난해 주인공들은 핀란드로 떠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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