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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로알드 달 지음, 권민정 옮김 / 강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이야기. 이야기꾼. 각자 갖고 있는 저마다의 줄거리들. 이 세상의 무수한 스토리만큼이나 다양하고 가지각색인 각자의 인생들. 셀 수 없는 삶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나의 시간들. 너무 작고 사소한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도 특별하고 무거운 순간들. 내가 지나온 세월과 앞으로 꾸며질 나날들. 고비 고비마다 내가 부여잡게 될 것들과 꿈꾸는 별들. 반짝거릴 날들과 잔뜩 찌뿌려질 날들.
로알드 달이 마음대로 이야기를 지어내듯, 나도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한 번뿐인 나만의 삶을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게 전부다. 그리 엄청난 소원은 아니다,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아니, 뜻대로 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내 마음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자꾸 아프고 쓰리다. 아무리 힘을 내고 쥐어짜 간신히 일어서도 자꾸 넘어지게 된다. 넘어지고 일어서고, 넘어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했더니 이제는 지쳐서. 너덜너덜해졌다. 난 그냥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을 뿐인데. 그럴 뿐인데.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 그래야 마음대로 줄거리를 풀어나갈 수 있으니까. 날고 싶을 때 날고, 쉬고 싶을 때 쉬고, 자고 싶으면 잠들고. 맛있는 거 먹고 싶을 때 먹고 입맛이 없으면 온 종일 굶어도 보고. 웃고 싶을 때 환하게 웃고 울고 싶은 날엔 눈이 퉁퉁 부어 얼굴이 웃겨질 때까지 눈물을 흘리기. 내가 마음껏 하고 싶은 거라곤 겨우 이런 것뿐인데. 이 정도도 안 된다고? 누가 그런 잔인한 규칙을 정했지? 나는 동의한 적도, 이런 규칙을 들어본 적도 없는데. 내 주인은 난데, 그러니까 나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되는 건데, 왜 안 된다는 거야~
12월. 남들이 쓰는 내 이야기의 마지막 장. 그 때까지만 이다. 그 이후엔 기상천외한 나의 이야기를 써야겠다. 12월까지만, 참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