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블루 - 그녀가 행복해지는 법 101
송추향 지음 / 갤리온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아무렇게나 자른 머리. 헐렁한 청바지와 큼지막한 점퍼. 어디든 신고 갔을 법한 운동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실컷 울어버린 부은 눈더풀. 책갈피 사이사이에서 발견되는, 그리고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상상되는 그녀의 모습들이다.

 경찰서 한 켠에 쪼그리고 누워 밤을 새우기도 했던 그녀. 트럭을 타고 해안을 따라 달리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그녀. 동해안인지 서해안인지 아무튼 어느 바닷가에서 놀러 온 아줌마 아저씨들을 위해 노래방에서 탬버린을 쳐주고 고기 몇 점을 얻어먹었던 그 시절이 가끔은 사무치게 그립다는 그녀. 그러나 아이가 생긴 지금은 따뜻한 방 한칸, 안락하고 안전한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는 그녀.

 그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참 자유롭구나, 바람처럼 사는 구나, 하고 생각했다가 기를 쓰듯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아직 많이 아프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구나, 라고 끄덕거리다가도 이럴 수도 있겠다, 이해하다가도,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며 한 발자국 물러서기도 하는 나.

 무엇이든 제멋대로 할 것 같은 그녀는 실상은 너무 많이 참았나 보다. 남편의 주먹질도 이해해 주고, 출산 후 자기 몸도 추스리기 버거운데 아픈 남편을 위해 미역국을 포기하고 함께 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아이를 내어놓으라는 시댁의 어이없는 땡깡에도 조금만 참아보자, 좋은 날 오겠지 힘을 내보고. 무엇이든 참기만 했던 그녀는 어느 날 하루 아침에 귀가 멀어 버렸단다.

그래서, 사람은 좀 예민하고 까다로울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억척스럽고 묵묵하고 꿋꿋한 것도 좋은데 그러다 보면 자신의 아픈 면을 잘 보지 못하니 말이다. 조금만 아파도 아프다고 찡찡대고 조금만 힘들어도 못 하겠다 나자빠져지고. 그래야 옆에 있는 사람들도 그 사람을 조심조심 다루어 주는 것 같다. 매도 맞아 본 사람이 맞고 욕도 먹어본 사람이 먹고 힘든 일도 겪어본 사람이 견디는 법.

그래서 나는 좀 더 예민해지고 까다로워지려고 한다. 더 엄살을 부리려고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나에게 말 한 마디도 더 조심해서 할 테니까. 자그만 일에도 파르르, 이마에 푸른 힘줄을 보이며 화를 내면 다른 사람들도 내 기분이 상할까봐 조금 더 조심스레 나를 대하겠지. 힘들 것 같으면 얼른 못하겠다고 내빼고 시름시름 앓고 창백해져야, 그래야 신도 나에게 힘든 일을 덜 주겠지.

그녀도, 너무 털털하지 않았으면 한다. 괜히 호탕한 척 웃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데서나 쭈그리고 앉아 잠들지 말고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에서만 눈을 붙이길. 아무거나 맛있다며 집어 먹지 말고, 예쁜 그릇에 담긴 맛있는 것들로만 입을 호강 시키길. 스스로를 아끼고 소중하게. 불면 날아갈 듯 놓으면 깨질 듯 자신을 애지중지 하기. 새침한 공주님처럼. 그래서 매일 매일 조금씩 나를 더 아껴주기. 그래서 매일 매일 조금씩 더 행복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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