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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카엘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그가 자신의 고치에서 빠져나와 즐거워하고 즐겁게 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은 나 때문이었다.'
이렇던 한나와 미카엘도 결국은 서로를 지겨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부부로 변한다. 모든 연인들의 코스. 처음은 언제나 설레고 상큼하다. 서로에게 잘 보이려고,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상대방의 표정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살피고 그에 실린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온 몸의 촉수를 상대방에게 집중시킨다. 뭘 하면 좋아하는지, 자신의 어떤 면을 싫어하는지, 혹시나 내가 실수라도 하진 않았나, 함께 있던 장면을 계속 돌려보고 돌려본다. 하루 종일 상대방을 생각하고, 다음에 만날 때는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까,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얼굴에 미소를 띤다. 하루에 2시간 이상씩 통화를 해도 통화 종료가 아쉽다. 그 때는 하루하루가 싱글벙글이고 뭘 해도 신이난다.
그러다 그 연인들은 서로를 지겨워하는 부부가 된다. 신기하다. 처음엔 그렇게 서로 좋아서 한 시라도 떨어져 있기 실어하던 그들이 이제는 제발 한시라도 떨어져 있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되는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애쓴다고 해도 결코 가질 수 없는 마음도 있기 때문에. 얻고 싶은 마음을 얻지 못할 때 사람은 얼마나 비굴해지고, 초라해지고, 예민해지는지. 상대방의 기침 소리 하나에도 간을 졸이고, 상대방의 기운 없는 목소리에도 내가 뭘 잘못했나 주눅이 든다. 그뿐인가? 얻었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의 마음이 저 멀리 달아나기라도 한다면. 나를 위해 '고치에서 빠져나와 즐거워하고 나를 즐겁게 하려고 애쓰고' 있던 그 사람은 나도 모르는 새 낯선 표정의 이방인으로 돌변해 있다. 내 것이라고 확신했던 그의 마음이 손가락 사이로 속수무책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볼 때, 그 때는 또 얼마나 허망한지. 마음이 멀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 때. 말할 필요도 없다. 연애를 시작하고 끝내 본 사람이라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 때의 절망적인 심정을...
사람 마음이 오고 갈 때, 그 때의 기대와 아픔. 잘 알고 있어서... 그래서 누군가의 마음도, 내 마음도 다치지 않았으면 한다. 주고 받은 마음은 평생, 한결 같았으면. 안 될까? 마음이, 아프다... 마음은 원래, 항상 아픈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