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지음, 이용숙 옮김 / 예담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예전에, 이런 글을 끄적거려 본 적이 있다. 이런 글, 이라 함은 비정상적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의미한다. 자세하게 글의 내용을 기술하기는 좀 어렵지만, 암튼 내 글에도 별별 이상한 사람들이 등장했었다. 재미있는 점은, 각각의 인물들이 자신의 비정상적인(통상의 사람들이 함부로 정해놓은 기준에 따르면 비정상적인) 면을 비정상적이라고 인정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상대방의 특이사항을 지적하면서 서로를 비난했다는 점이다. 결국 그들은 서로를 욕하면서 뿔뿔이 흩어진다. 좀 씁쓸한 이야기다.

음,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사실 그들의 모습은 나의 모습이었다. 아무리 무던해지려고 노력해 봐도 절대로 무던해 질 수 없는, 선천적인 나의 예민함. '정상'이라는 세상의 기준에 도저히 우겨넣을 수 없는 나의 독특함.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보기도 하고, 세상의 기준에 맞춰보려고 애를 써보기도 하고, 나를 자책해 보기도 하고 보듬어 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끄적거려 봤다.

작가도 이 글에서 그렇게 자기를 투영시킨 걸까? 가끔은 책상을 시계라고 불러보기도 하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사다리를 들고 여해을 떠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작가는 정상은 아니지만 독창서이 넘치는 주변인들의 창의력을 높이 평가한 걸까. 아니면 작가는 '정상'의 특에서 벗어나 홀로 힘겹게 세상과 대적하는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던 걸까.

이 책과 관련된 서평에는 유달리 '소외'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니, 소외된 인물에 대한 관대한 인정이니, 뭐 이런 말들 말이다. 작가는 안정적인 궤도에서 한 치의 일탈도 허용되지 않는 우리의 삶을 날카롭게 꼬집고 싶었나 보다.

허나 나는,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이런 의도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한 편 한 편의 글이 재미있었다. 시계에 앉아 책상을 바라보다가 양탄자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고 싶은, 장난기 가득한 아이디어가 퍼뜩 떠올랐다. 그래서 키득거리면서 후루룩 책장을 넘기고 또 넘겼다. 어릴 적 재미있는 동화책을 읽듯 말이다.

우리의 현실에서도 이런 변칙적인 행동들이 그저 '재미'로 받아들여지면 얼마나 좋을까. 미친사람도 아니고, 특이한 사람도 아니고, 신기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재미있고 유쾌한 기분전환 정도로 받아들여진다면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좀 더 과감해 질 수 있을 테다. 그리고 우리들은 좀 더 신나는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테다.

하지만, 나조차도 위와 같은 상황들이 현실 속에서 벌어진다면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퍼뜩 든다. 나는 특이해도 괜찮지만 상대방의 돌발행동에 대해서는 무척 엄격한 것이 모순적인 나의 잣대다. 학교를 다닐 때나 직장을 다닐 때 조금 유별나고 특이한 사람이 있으면 그들은 언제나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고, 나 역시 사람들과 함께 이상한 시선으로 누군가를 바라봤다.

이런 실정이니, 나 역시 누군가로부터 이해를 받는다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나는 엄격한 평가를 받고, 그래서 나는 자꾸 세상의 눈치를 본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모두 타인의 기준과 잣대 속에 자신의 삶을 우겨넣는 인생을 살고야 만다. 참 슬픈 일이다.

모든 초등학생들에게 이 책을 가르쳐야 한다는, 갑자기 무지 뚱딴지스러운 결론에 도달했다. 책의 등장인물처럼 엉뚱한 생각을 하고 마음이 내키면 그를 실행에 옮겨도 되고, 그리고 누군가가 그런 행동을 하더라도 재미있다고 격려해 줘야 한다고. 별 이상한 놈 다 보겠다는 비웃음 가득 찬 시선은 이제 그만 거둬야 한다고. 그렇게 가르쳤으면 한다. 갑자기, 선생님이 돼야 겠다는 또 무지 생뚱맞은 생각이 퍼뜩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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