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김형경. 그녀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없다. 그저 유명한 소설가라는 사실 외에는. 그녀의 책도 <사람풍경> 이 한 권 뿐이다. 언뜻 그녀에 대해서 주워들은 내용은, 뭔지 몰라도 자살을 할 만큼 큰 아픔을 겪었고, 살기 위해 심리 분석, 정신학에 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정신분석을 받아 이제는 새로운 삶을 다시 살고 있다는 정도다.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고, 위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그녀가 많이 아팠다는 것. 그리고 그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그 노력의 결과로 그녀는 많이 성숙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녀의 아픔이 온전히 치유된 것일까, 라는 물음에는 자신있게 '네'를 외치기가 망설여진다. 그녀는 이제는 자신의 울퉁불퉁한 모습까지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그녀가 살아야 하기에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길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녀가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어쩌면 '이제 나는 괜찮아. 나는 이 문제를 겪으면서 더 성숙해졌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 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마음을 먹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견뎌낼 수 없으니까. 계속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이렇게 도닥이면서 휘청휘청 간신히 걷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한 번 생긴 생채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피가 나고 따갑고 쓰린 순간은 시간이 조금 지나면 회복되지만, 그 때 생긴 흉터는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인생의 굴곡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운 순간은 지나가지만 한 번 큰 고비를 넘긴 사람은 다시 그 고비가 없었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었다거나, 큰 사고를 당했다거나, 무서운 순간을 겪었던 사람들은 평생 그 상처를 가슴 속에 묻고 살아간다. 평소에는 멀쩡하게 지내는 것 같아도 그들이 겪었던 그늘은 완전히 그들의 마음 속에서 걷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그늘을 늘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숨 쉬기는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사람들은 이제는 괜찮다며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다 지난일이라고, 누구나 각기 모습은 다르지만 고비가 있다면서...  

 그래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가르쳤던 어른들이 밉다. 한 번 했던 고생은 그 사람의 인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사람의 이마에 깊은 주름을 만드는데. 그래서 겉으로는 밝아 보여도 속으로는 어두운 그늘 속에서 혼자 울게 되는데, 왜 굳이 그런 고생을 사서 하라고 했을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우는 일, 한숨 짓는 일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는 게 힘들어 주저 앉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지 않게 됐으면 좋겠다.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마냥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어린아이들처럼 마냥 해맑에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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