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 릴리에게 주는 편지 - 케임브리지 대학 노교수가 사랑하는 손녀딸에게 전하는 인류 성찰의 지혜
앨런 맥팔레인 지음, 이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의 지혜가 필요해, 동생에게 이 책을 빌렸다. 요즘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정답을 알지 못하는 문제들이 내 인생에서 자꾸 튀어 나온다. 여러 갈림길에서 어떤 길로 가야할지 자꾸 주저하게 된다. 예전에 선택했던 일들도 잘한 일인지, 다른 것을 선택했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지 계속 후회가 된다. 요즘에는 왜 이렇게 어려운 문제들이 많고, 갈수록 선택해야 할 것들이 많고, 그 선택들에 따라 인생은 왜 이리 극과 극을 달리는 걸까.  

 그래서 궁금했고 알고 싶었다. 나보다 훨씬 먼저 세상을 살아낸 사람들의 생각들을. 그들이 살아낸 인생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고, 인생의 길목길목에서 어떤 선택을 했으며 그것들로 인해 어떤 지혜들을 얻었는지. 실패와 방황을 줄이고 싶었고, 그래서 이 할아버지의 인생에서 내가 미리 빼먹을 수 있는 알짜배기 지혜들을 건져내고 싶었다. 그래야 내가 좀 덜 상처받고 덜 힘들어 할 수 있으니까. 내가 잘 모를 땐 더 잘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책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뻔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았고, A와 B 중 어느 것에나 장단점은 있다는 식의 설명. 그래서 한 챕터를 읽고나면, '그래서 어쩌라고, 둘 중 뭐를 선택하라고?'라는 답답함만 늘어갔다. 친절하고 자상할 것처럼 생긴 이 할아버지는 어느 것 하나 딱 뿌러지게 정답을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에이씨, 이런 얘긴 나도 하겠다.' 성질을 내고 읽던 책을 집어 던졌다.  

 결국은 그렇다. 정답은 없는 거였다... 인생의 지혜 따위는 애초에 없는 거였을 수도 있다. 설령 있다하더라도 이렇게 책 한 권을 달랑 읽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타인의 60년 인생을 책 한 권으로 홀랑 배우려는 내 얄팍한 계산이 애초에 틀려 먹은 거였다. 그리고 인생을 오래 산 사람도 쉽게 누군가에게 정답을 알려주지도 못할 것 같다. 100년을 살아도 잘 모르는 게 인생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평생을 궁금해하고, 고민하고, 답답해 하고, 일희일비하면서 살아가는 듯하다.  내가 나중에 할머니가 됐을 때, 나는 과연 내 손녀, 손자들에게 세상의 지혜는 말이다... 하면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다소 가혹하다. 다 살아봐야 음.. 그때 내가 그랬구나, 어렸구나, 잘 몰랐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게 인생이라니.. 그게 우리 삶의 숙명이라니... 미리 누군가가 살짝 귀띔을 해 준다면 훨씬 더 평탄한 길을 갈 수 있을 텐데... 덜 울고 덜 스트레스 받고, 덜 힘들 수 있을 텐데... 아무도 그런 도움을 나에게 줄 수는 없단 말이지.. 나는 가뜩이나 미련해서, 그래서 내 인생은 남들보다 더 꼬부랑 꼬부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