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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평점 :
백년의 고독. 제목에 이미 암시돼 있다. 삶은 고독한 것이라는 걸.
먼저 삶. 삶은, 견디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들 그렇게 자신의 삶을 견뎌냈다.
누군가는 나무에 묶인 채 하루 종일 움직이지도 못하고 몇 년을 살았고,
누군가는 한 평생을 이루지 못하는 짝사랑에 매여 한숨으로 나날을 보냈다.
또 누군가는 자신의 방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않은 채 자신만의 세상에만 몰두했고
또다른 누군가는 동료의 배신으로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어느 한 사람은 이 모든 사건들을 지켜보는 고통을 한 평생 감내해야 했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다음은 고독. 고독이라는 단어가 꽤나 어렵고 엄숙하긴 하지만, 결국은 '혼자'라는 말이다. 골치 아프게 생각하지 않아도 '혼자'라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혼자 있을 때면 심심할 때가 있다.
혼자 밥을 먹을 때면 난감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우두커니 거실에 앉아 TV를 보는 것도 지겨울 때가 있다.
괜히 말이 하고 싶을 때, 수다를 떨고 싶을 때.
그냥 아무나 내 옆에 있어 줬으면 하는 때도 있고, 그리고 추운 날이면 괜히 누군가의 따뜻한 손을 잡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그럼 고독한 삶이 무엇인지는 알겠고... 그럼, '고독한 삶을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 번째 방법. 단순해지기.
멍... 한 채, 정신나간 채로. 어떤 생각이나 고민도 하지 않고 진지하지 않기. 웬만한 일은 웃어 넘기고, 괜히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고민하는 미친 짓 하지 않고 그냥 맛난 거 먹고 친구들 만나고 수다 떨면서 유쾌하게 지내기. 무슨 보람 있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괜히 목표 세우고 노력하다가 실패하고 우울해 하지 말고, 그냥 하루 하루 출퇴근 하고 밤에 집에 들어와서 드라마 보고 가끔은 쇼핑도 하고 그렇게 지내기.
이게 마음이 안 든다면 두 번째. 그냥 견디기.
재미있는 일 따위는 찾지도 말고, 인생은 다 그저 그런 거라며 딱히 우울해 하지도, 특별히 기뻐하지도 말고 그냥 그대로 받아 들이며 견디기. 특별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지만 죽지 못해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러 그러려니 하면서 하루하루 보내기. 딱히 살아야 할 이유도 없지만 딱히 죽을 용기도 없는 사람들에게 적합할 듯 하다.
마지막 세 번째. 목표에 집중하기.
그것이 돈이든, 성공이든, 일이든, 애인이든, 결혼이든, 아이든, 정신없이 무언가에 몰두하면 다른 잡념은 사라지는 법. 돈을 목표로 설정했다면 돈 버는 일에 여념이 없어서 하루가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를 테다. 통장에 쌓여가는 액수를 보며 울고 웃다보면 어느새 백년 중 몇 십 년이 후울쩍 지나가 있겠다. 두 번째 방법 보다는 이 방법이 좀 더 열정적으로 백년을 보낼 수 있겠다.
난 어떻게 나의 백년을 보내야 할까. 그보다 요즘 나는 어떻게 내 백년의 일부를 보내고 있는 걸까.
위 방법이 백년을 보내는 방법의 전부라면 두 번째 보다는 첫 번째나, 세 번째였음 좋겠다. 2010년의 끝자락에 와 있는 지금, 내 100분의 1을 잘 보냈는지, 또 다른 나의 100분의 1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