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이다
성석제 지음 / 하늘연못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누가 그랬던가. 작가 성석제를 '낙천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작가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선천적 우울함이, 그에게는 없다고 말했다. 장난꾸러기 같은 웃음이 아직도 작가의 사진에서 묻어나온다. 그는 뭐든지 신나는 사람이란다. 글을 쓰는 것도 재미있게 쓰고, 작가가 되기 전 회사도 신나게 다녔단다. 50년 정도 세상을 살다보면, 인생의 신맛과 고달픔을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장난기도 사라질 만한데, 작가 성석제는 그렇지 않다.


이 책에도 작가의 위와 같은 성향이 그대로 녹아있다. 이야기는 우울하지도, 절망적이지도 않다. 심오하거나 어렵지도 않다. 그저 '이야기'일 뿐이다. 무언가 큰 깨달음이나 교훈을 주는 것 같지 않다. 옛날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셨던 전래동화처럼 짧고, 재미있다. 심지어 글을 읽고 나면 "뭐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 싱겁고, 단순하고, 가벼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고압선에서 튀는 불꽃같은, 서늘한 한 줄기 바람처럼 흘러가고 벼락 치듯 다가오는 우연과 찰나의 연쇄가 나를 흥분시킨다.'라고 말했다. 그렇구나. 짧은 이야기 속 한 장면, 한 장면에서 그는 전율을 느끼는구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어찌 보면 시답지 않은 한 순간, 한 순간 속에서. 어찌 보면 장난인 것 같은 허무맹랑함 속에서, 그는 무엇인가를 느끼는구나.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은 그런 짧은 찰나, 작은 순간들의 끊임없는 연결이다. 사람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에 울고, 웃고, 행복해하고, 불행해하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작은 것들의 파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순간순간을 망각하며 산다. 마치 더 크고 중요하고 엄청난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 착각하면서. 초등학교 단짝 아무개와 뒷산에 올라가 아카시아를 따먹으며 장난치던 그 순간, 중학교 소녀 시절 버스 정류장에서 자주 마주치던 이름 모를 한 남학생에 대한 짝사랑, 눈이 오는 날 연인과 함께 걸으며 들었던 철지난 유행가. 참 많은 순간을 보내왔지만 또 참 많은 것을 잊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소소한 것을 아예 인식하지도 못한다.


글을 쓰면서 제일 곤혹스러운 것은, '내 글이 너무 사소한 것은 아닌가.' 혹은 '내 글이 너무 가벼운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다. 분명 어느 날에는 그것으로 인해 신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유치하게만 느껴진다. 글이라 함은,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보다는 좀 더 무게 있는 문제를 다뤄야 하고, 무언가 큰 줄거리 속에서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항상 시달린다.


작가는 그렇지 않아서 '좋다.'(이 '좋다'라는 단순한 표현도 마음에 든다. 무언가 거창한 수식어나 고급스러운 단어 대신, 그저 밑도 끝도 없는 '좋다.'다.) 마음이 가는 대로 표현했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서술했고, 자신이 마주쳤던 아주 아주 작은 이야기들에 집중했다.


나를 스쳐갔던 아주 아주 작은 이야기들도 참 많다. 단지 내가 잊었거나, 사소하게 생각했거나, 무언가 다른 일에 지쳐 망각했을 뿐이다. 많은 이야기들이 나에게로 왔었다.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되살려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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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6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은 소소한 얘기를 써 놓은 책같은데, 내용이 뭘까?

옥이 2010-08-17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려줄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