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춤이다
김선우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이런 글은 처음이었다. 세세한 모세혈관 끝까지 일어나는 듯, 감각적이다. 달빛, 빨강, 향기, 나비... 화려하고 느린 손짓, 폭발할 것 같은 열정. 그녀의 글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다.


호기심이 무구하고 위태롭다.

화려하면서 적막한 움직임... 늙고 환한 나비.

가파르게 헐떡이고 있는 서로의 심장.

그 풋것은 맥박이 가팔랐지만.


그녀의 글은 섬세하고 예민했다. 글이 주는 자극이 너무 섬세해서 때로는 머리끝이 찌릿, 하며 신경질이 나는 듯 했다. 그녀의 글을 통해 묘사된 최승희는 차분하고 느리고 침착했지만, 격정적이었고 성난 파도 같이 역동적이었다. 누가 신경이라도 거슬리게 하면 곧 터질 것처럼 위험해 보였다. 두 가지 모순을 그녀와 최승희는, 잘도 그려냈다.


아름다웠다. 시인인 그녀가 묘사한 한 줄 한 줄이 아름다웠고, 최승희의 몸짓 하나하나와 그 몸짓으로 이루어진 삶이, 아름다웠다. 감각적인 시어들로 구성된 글을 읽어 내려갈수록 또렷한 영상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산뜻하고, 신선했으며, 숨이 막힐 듯, 세심했다.


작가와 최승희의 삶이 한데 엉켜 최상의 미(美)를 창출했다. 조선의 춤에 목숨을 건 최승희의 삶이 아름다웠고, 이를 시각, 미각, 후각 등 모든 감각을 이용해 써 내려간 작가의 글이 아름다웠다. 그녀의 삶과 그녀의 묘사, 그녀의 열정과 그녀의 전개가 명확하게 구분질 수 없게 마구 섞였다. 춤이라는 예술과 글이라는 예술이 뒤엉켜 극한의 아름다움이 탄생했다.


두 명의 그녀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지금의 내가 지켜본다. 인간 최승희는 죽었지만, 나는 지금 그녀가 빚어낸 춤사위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시간은 무심히 흘러가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나에게 남는다. 그녀의 글도 마찬가지일 게다. 아름다움을 후세에 남기는 이들은 분명, 행운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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