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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알랭 드 보통 지음, 지주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대로만 살면 그는 인격적으로 성공한 사람일 게다. 프루스트와 알랭 드 보통이 이 책을 통해 제시한 것처럼 불행을 통해 성숙해 나가고, 소소한 일들에 감사하고, 친구에게 적당히 아첨할 줄도 알고. 이대로 행동할 수만 있다면 그는 성인(聖人)이다. 허나 뭐든 말은 참 쉽다. 이런 문제로 골머리 싸매며 고민했던 프루스트, 과연 그의 삶은 성공적이었으며 타인으로부터 성숙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칭호를 받았을까? 그는 과연 행복하고 넉넉한 삶을 살았을까?
배울 만한 구절들이 너무 많아 딱 한 가지 주제만을 뽑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서평은 자유롭게 써야지, 다짐했는데 처음부터 삐딱선이다. 그리 악한 천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암튼 비틀어 보는 시각은 타고났나 보다.
그래도 귀엽긴 하다. 무의식적으로도 무언가 딴지를 걸고자 하는 나의 심술맞은 표정이. 걸리기만 해봐라, 기회만 엿보는 나의 준비된 표정이. 철없는 망아지처럼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모습이 그리 미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눈꼴 시린 자아도취겠지?
이왕 어이없는 자아도취에 빠진 김에, 프루스트와 알랭 드 보통과 나를 감히 비교하자면, 우리는(우리라고 표현하니 재미있다. '우리'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이렇게 낯간지럽고 어색한 단어가 됐을까.)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와! 내가 이렇게 주제파악을 못하는 사람이었나? 정제되지 않은 글쓰기는 때로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사색의 깊이와 인식의 심오함은 천지차이겠지만. 그래도 내가 친근하게 느끼고 '우리'라고 묶어버리면 아무리 대단한 프루스트라도 뭐 어쩌겠는가, 그냥 묶이는 수밖에. 갑자기 그들과 동일한 그룹에 속한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지니 이는 무슨 조화인지. 역시 자유로운 상상은 신선한 창조물을 만들어낸다. 하하.
그럼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는 그에 걸맞게 더욱 분발해야 하겠구나. 그래? 그럼 그러지. 뭐, 어려울 거 있나!
p.s. 대단한 서평이 나왔구나! 나답지 않은, 나다운가? 가끔은 이렇게 제멋대로인 것도 좋다. 누가 볼 땐 뭐하는 짓인가,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