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살아요 - 효재 에세이
이효재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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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처럼 살아요.

효재처럼? 어떻게 사는 게 효재처럼 사는 건지 생각해 봤다.

느리게: 쉴새없이 바쁜 현대인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그녀.
여유있게: 몇 시에 볼까?라는 질문에 7시나 7시 반이 아닌, 그냥 '이따 봐'라고 대답하는 그녀다.
별나게: 조금은 별난듯 하다. 인형을 좋아하는 거며 남편과 떨어져 사는 것 하며.
소중하게: 생명 하나하나, 풀 한 포기도 귀하게 여기는 그녀.
재미있게: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자수놓고 한복 만들고 보자기를 만들고 하는 모든 일들을.
여리게: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여려 보인다. 소녀처럼.
안타깝게: 그녀를 보면서 이런 마음도 그냥 들었다.
사랑스럽게: 사랑스럽다. 남들은 다들 싫어하는 설겆이도 조심조심하는 그녀의 모습이.
성숙하게: 사람은 나이를 하나 둘 먹을수록 성숙해져야 한다는 그녀의 말에 괜히 뜨끔했다.
아름답게: 화려한 옷을 입지도, 진하게 화장을 하지도 않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지금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다.
조용하게: 살면서 큰 소리 한 번 치지 않았을 것 같다. 조근조근, 차분차분.
정감있게: 효재에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밥을 해 먹이고 부채며, 나물이며 선물을 나누는 그녀의 모습에서 넉넉한 마음이 느껴진다.
따뜻하게: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녀.
그러나 조금은 외로운 듯하게: 가끔은 외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난 자수 놓기도 싫어하고 부채 만들기도 싫어하고 설겆이는 더더군다나 싫어해서, 효재처럼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한 번 효재에 놀러가고 싶다. 가서 효재 선생님이 주시는 밥도 얻어 먹고 싶고 보자기 싸는 법도 배우고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선물도 받고 싶다. 정원을 느릿느릿 돌아보기도 하고 집안 구석구석 배어있는 선생님의 정성을 천천히 둘러 보기도 하고.

그러면 며칠 푸욱 쉰 것 처럼 힘이 날 것 같다.

왜 그런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 곳에 다녀오면 모든 걱정과 불만들이 사그러들면서 편안한 경지에 이르를 것만 같다. 타인에게 휴식을 주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그저 찾아가 한동안 바라만 보고 있어도 위로가 되는 사람. 눈물 나게 서글픈 날 무작정 찾아가 차 한 잔 함께 마시고 싶은 사람. 마주보고 앉아 함께 마시는 그 한 잔의 차 향기로 억눌렸던 모든 것들이 해소되는 그런 사람...

켁! 택도 없다. 그러기에 나는 너무 조급하다. 속이 좁다. 넉넉치 못하고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어림도 없는 소릴게다. 타인에게 쉼을 주기 보다는 오히려 타인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기 위해 헤매는 게 나라는 사람이다.

그래도 아직은 어리니까! 물론 10대 20대라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은 30밖에 안 됐으니까. 지금부터 계속 연습하고 노력하면 효재 선생님처럼 50이 됐을 때는 누군가에게 평안함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어리니까, 어리니까라고 되뇌이며 지금의 부족한 모습을 합리화하기는.

어느 토요일. 무작정 놀러 가고 싶다. 밥 먹고 차 마시고 선물도 받고. 효재 선생님의 넉넉한 마음으로 풍성해지고 싶은 그런 날, 결례를 무릅쓰고 불쑥 찾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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