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 원재훈 시인이 만난 우리시대 작가 21인의 행복론
원재훈 지음 / 예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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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두 번이나 읽었다. 읽는 동안 환하고 따뜻해서. 그들의 얼굴에 퍼져 있는 잔잔한 미소가 나를 평온하게 만들었나 보다. 온갖 잡념들과 욕정이 사그라드는 것 같은 해방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조용히 '퐁퐁' 소리를 내며 솟아올랐다. 글 쓰고 책 읽는 동안 '행복했다'고 말하는 그들의 편안함이 나에게까지 전염됐다.  오랫만에 맛보는 힘찬 나른함. 그 오묘한 느낌이 좋아, 그래서 굳이 두 번이나 읽었다.

그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유년 시절이 어려웠음에도, 혼자인 것이 그리 외로웠음에도, 한동안 몸이 아파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음에도. 그래도 지금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다. 그들을 옭아매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그들의 얼굴은 평안, 그 자체다.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묵묵히 견뎌냈고 세상과 다른 기준으로 삶을 일궈낸 것이 행복의 비결인 듯하다. 그들은 자신의 아픔을 글로 승화시키려 했고, 그것으로부터 위안을 얻었다. 세간의 평가가 어떻든,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든 못 받든 그들은 꾸준했다. 지금 그들이 누리고 있는 행복은, 그간 허물어지지 않고 견뎌 냈던 단단함의 보상일 게다.

그래도... 이렇게 그들의 노력을 치하해도, 어쨋든 그들은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노력도 노력이지만 그들은 분명 재능있는 사람이니까.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으니까. 그건 진정 축복이다.

그래도... 다시 생각해보니 운만 있다고 될 일도 아닌듯 싶다. 기존의 것과 다른, 자신만의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그들은 이를 악물고 바둥거리지 않았을까. 그런  과정을 겪어서 인지 이제 그들은 삶에 초연한 듯 보였다. 억지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의 자연스러운 표정. 부드러운 바람 같았다.


그랬다. 책을 읽으며 행복했고 편안했고 따뜻했고 부러웠다. 읽고 싶은 대로 후루룩 읽기도 하고, 멍하니 느릿느릿 읽기도 하고, 창 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작가들이 말한 좋은 책 제목을 적어놓기도 하고.  별 거 안 했는데도 괜히 충만하다.

또다시 여유를 잃고 찌들 때, 다시 집어들어서 읽고 싶다. 그리고 주저리 주저리 말하기 보다는 여운을 조용히 느끼고 싶은 책. 나는 그랬다.  

 p.s. 가끔 서평을 쓰다보면 책을 통해 느꼈던 감정들을 말로 표현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울 때가 있다. 이번 서평이 그랬다. 기껏해야 편안했다, 따뜻했다라니... 빈약한 어휘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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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ghazikim 2009-07-0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글을 읽고 나서 저는 절대 돌아서지 않습니다. 돌아서면 잊어 버리기때문에.....쩝..그리고 책이 이야기 하는 것과 내 느낌을 다시 써보려 하면 어느샌가 느꼈던 감정과 내용들이 기억나지 않고..가물가물...하지만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저의 기억 속이나 마음 속 한 군데 남아있고 언제가 갑가지나타날 것을...

옥이 2009-07-0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우리도 알지 못하는 것들이 등장하고, 우리가 꿈꾸던 것들이 실현되겠지요~?*^^*
벵가지김님과 저는 나이차이가 나지만, 그런 면에서 우리는 든든한 동지이고 시퍼런 '청춘'인 것 같습니다. 벵가지김님과 같은 인생의 선배가 있어 감사합니다. ㅋㅋ 물론, 돌아서서 가물가물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사서에게 째려봄을 당하지만은요~ 푸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