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엘리자베스 히키 지음, 송은주 옮김 / 예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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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삶은... 언제나, 결코, 평탄하지 않다. 광기어린 눈빛, 꺾을 수 없는 쇠고집,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동들까지. 때로는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 받기도 하고 외면당하기도 하는 '그들만의' 삶. 그래서 예술가들의 삶을 마주하면 항상 생각해본다. 생전에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라고.

클림트 구스타프. 그래도 다른 가난했던 예술가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웠으며, 당대에 인정도 받았던 행복했던 화가.(살아있을 당시 냉대만 받았던 다른 이들을 떠올리면 클림트는 얼마나 행복한가!) 금빛으로 도배된 자신의 그림만큼이나 화려하고 거만했던 사람. 그 자신은 과연 자신의 하루하루에서, 매 순간순간에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림에 대한 재능과 세상의 인정, 그에 따른 명성과 부, 나름의 성공. 그림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 자체는 크나큰 행복이었을 것이다. 비록 젊은 시절에는 쓰레기통을 뒤진 종이에 그림을 그릴 정도로 궁핍했지만. 분리파를 만들었고 많은 친구들과 그림에 대해 논했던 그다. 거기에 수많은 여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에밀리. 아! 에밀리도 있었다. 행복한 그의 모습들이다.

한편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 자신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며 타협할 줄 아는 지혜를 갖췄던, 언제나 함께 했던 동생을 갑자기 잃은 것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또 자신의 그림을 예술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보수파들의 낮은 안목과 예술계를 둘러싼 정치적 계산들. 이런 답답한 현실이 그를 화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한 사람만 사랑하지 못하고 여러 여자를 전전해야 했던 그 허무함과 상실감은 또 어떤지. 여성의 삶을 망쳐버렸다는 죄책감부터 시작해 에밀리에 대한 복잡한 감정들까지.

휴, 그의 삶을 되짚는 것은 이렇게나 벅차다.

에밀리에 대해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에밀리를 사랑하면서도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에밀리와 결혼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에밀리가 바빠지자 그녀에게 집착하기 시작하는 혼란스러운 그의 모습들. 죽기 직전까지 보고 싶어했던 '에밀리'. 몰랐을까 자신의 사랑을?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 한 것일까? 왜 그랬을까? 구속과 책임이 싫어서? 사랑에 서툴러서? 그림에 전념하고 싶어서? 여러 여자를 전전하면서 에밀리와 주고 받았던 반쪽짜리 사랑. 도대체 그는 왜 그런 힘든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도대체, 왜? 왜? 왜?

예술가들의 머릿속은 도무지 파악되지가 않는다. 이해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다. 그저, 힘들었겠구나, 외로웠겠구나... 생각할 뿐이다. 그래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해나가서 행복했을까. 돈이 없어 배 고프고 추워도, 사람들이 미친놈이라 손가락질해도, 사랑에 충실하지 못해 마음속에 으스스한 바람이 불어도, 그래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아 그 삶, 풍성했을까. 아니 어쩌면 행복했는가, 아닌가 하는 잣대로 그들의 삶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아마 꽤 어리석은 일일 지도 모른다. 그저 그이가 잘 견디어 냈구나... 자신을 믿었고, 방황했고, 좌절했고, 실망했지만,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길을 온전히 만들어냈구나... 생각할 뿐이다. 이기적이고, 무책임하고, 가끔은 거만하다 생각되는 그들의 삶에 내가 자꾸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의 족적이 지금까지 칭송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단순히 작품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외고집 발자국, 그 발자국들은 그래서 언제봐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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