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1 (양장) - 제1부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틀을 깨는 일에는 항상 고통이 따른다

클라푸니 여왕의 결혼 비행이 그랬고, 103호의 손가락 원정이 그랬다. 각종 전투에서 새로운 전법을 시도하는 일도 그랬고 개미왕국에 도랑을 만드는 일도 그랬다. 모두 죽을 고비를 넘겼고 실제 많은 개미들이 죽었다. 개미들의 역사는 끊임없는 도전과 그 도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죽음들로 점철돼 있다.

실은 인간도 마찬가지. 벽에 낭자한 핏자국, 갑자기 몰려드는 쥐떼들, 그리고 아무렇게나 널려있던 해골들. 지하동굴로 내려간 사람들은 모두 밀폐와 어둠에 대한 두려움, 궁극적으로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했던 이들이다.

자기 벽을 깨야만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다.

103호는 인간들이 애지중지하는 특별한 개미가 되었다. 자신의 두려움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도망가고 싶었고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틀을 무너뜨렸기에 그는 인간에게 특별한 '혁명개미'가 되었다. 조나탕도 그랬다. 어두움에 대한 공포를 이겨냈기에 에드몽 웰즈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발견했고 '리빙스턴 박사'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개미의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자들만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다.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자신에게 주어진 좁은 현실에 안주하며 나름 안락한 생활을 할 것인가, 틀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 더 풍부한 삶을 살 것인가? 이 대답에 나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겠다, 고 말하려던 찰나. 아차차... 잊은 것이 있다. 성공한 주인공이 아닌... 실패한 희생자들... 내가 103호가 아닌 그를 따르던 23호나 24호, 9호나 큰 뿔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들은 모두 원정 과정에서 아쉽게도 사그라진 이들이다. 클라푸니 여왕이 아닌 교미 여행에서 죽은 수많은 암컷들처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도 도전하겠는가?

인생은 선택이다.

그래, 인생은 선택이다. 현 세계의 안락함이나 익숙함, 반면 새로운 세상이 주는 풍부함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겠다. 그렇다면 나는... 혹 실패하거나 죽임을 당하더라도 후자를 선택하겠다. 후훗, 그러나 나의 이런 선택은 내가 혁명적인 기질을 타고 났거나 남들보다 도전정신이 더 강하고 호기심이 풍부해서가 아니다. 현재의 틀이 답답해서. 아무 생각없이 주어진 루트대로 움직이는 개미의 지하동굴 세계가 지루하고 숨 막히다. 개미의 본능을 갖지는 못한 채 그저 모습만 개미로 태어났나 보다. 태어났으면 그저 본능을 따라 일개미면 일개미, 유모개미면 유모개미의 일을 하면 될텐데 어찌된 일인지 나라는 개미는 다른 일이 하고 싶어진다. 추상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것이 개미의 본성인데 나는 개체를 인정하지 않고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보는 개미집단의 전체주의가 끔찍하다.

문제는... 아쉽게도, 아뿔싸, 내가 103호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 나는 아쉽게도 원정대에서 낙오한 이름도 없는 개미였다는 것...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결국 해답은 현재에 있다.

결국 해답은 실패냐, 성공이냐가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있다. 성패를 떠나 한 걸음 한 걸음에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을 때, 새로운 탈출 그 자체로 즐거울 수 있을 때, 모든 이의 도전은 그것으로 이미 '완성' 아닐까.  나부터, 그리고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해, 아니 깨달았다 할지라도 실제로 그 즐거움을 누리지 못해 좌절하고 절망하고 주저앉아버린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몸소 이런 열정과 즐거움을 실천했다. <개미>라는 작품을 쓰기 위해 무려 12년을 투자하면서. <개미>의 성공 이후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 작가는 '달라진 것은 없다. 오직 지금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지 않은 채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에만 열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결국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그리고 자신의 삶을 위해 '현재를 사는 법'을 이야기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아니면 작가가 한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내가 특별히 이 점을 주의 깊게 들은 것일까?

<개미 세계 전설> 

가장 중요한 순간은? 

-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이다. 왜냐하면 누구나 현재에서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것과 맞서는 것이다. 만일 여왕이 자기를 죽이려는 병정개미를 처치하지 못했다면 여왕이 죽었을 것이다. 

행복의 비결은? 

- 살아서 땅위를 걷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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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순언니 2009-04-16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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