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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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 일까? 그녀는 바람처럼 자유로운데 반해 나는 철창안에 갇힌 사자처럼 힘이 빠진게. 용기? 난 용기가 없어서 이 모든 것들을 훌쩍 벗어놓고 떠나지 못하는 건가?  그건 아닌 것 같다. 떠나기 위해서는 무슨 대안이 있어야 하니까. 대안이 아니더라도 계획은 있어야 하니까. 지금 내가 당장 외국으로 떠난다 하더라도 난 지금 마땅히 무엇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다 때려치고 여행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니까. 그 발판을 만들기 위해 난 오늘도 인내의 시간을 보내는 것 뿐이다. 현실이 싫다고 도망치듯 짐을 싸 떠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긴,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그 발판을 위해 현재를 꾸역꾸역 보내는 것 자체가 용기가 없는 걸까? 허허. 그렇게 비난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세운 나의 법칙이다. '다른 시간을 위해 현재의 시간을 볼모로 잡아서는 안 된다.'는 그녀의 말이나 '내가 투자할 시간, 투자할 돈, 그렇게 해서 딴 학위가 나에게 확실한 미래를 보장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한 인생은 한 순간도 나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그녀의 충고도 결코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다. 내가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난 지금의 것을 잃어버리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는 아니니까. 언제든지 털어버리고 날아갈 수 있지만, 그리고 지금껏 그래왔지만, 지금 내가 이 시간을 버티는 것은 그것이 꿈을 위한 투자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버리는 것은 쉽다. 오히려 싫은 것들을 부등켜 안고 있는 것이 더 큰 훈련이다. 나는 그렇다.

그렇다면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녀에게 있고 나에게 없는 그것은 뭘까. 뻔뻔함. 나는 뻔뻔함을 꼽았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뭐라고? 뻔뻔함 이라고? 야! 넌 충분히 지금도 뻔뻔해!"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녀의 말처럼 '관습에 저항한 자에게 끊임없이 날아들 전방위 공격이 내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게 할 뻔뻔한 자아를, 완전히 다름 궤도의 삶을 구축했는지 여부가 선택의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아팠다. 날 향해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자들의 깐죽거림이. 너는 왜 고분고분하지 못하고 딴지를 걸어서 분란을 일으키냐는 '평화주의자'들의 못마땅한 눈빛이. 날 향한 돌팔매와 웅성거림이 나를 위축되게 만들었고 심지어 자책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난 '모난 돌'이다. 계속 뚜들겨대는 망치가 아파서 나는 모난 돌인데 동그란 돌인척 그들 사이에 끼어앉아 있었다. 나의 모남을 감추느라 이불을 뒤집어 써보기도 하고 목도리를 해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더 눈에 띌 뿐이었다.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이불과 목도리로 인해 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냥 스스로 나 자신을 인정해주자고... 괜히 어설프게 그들인 척 하지도 말고, 나의 모습을 혐오해 다른 이가 되려고 애쓰지도 말고. 그냥 내 모습을 받아들여주자고.

그렇게 약한 사람이었던가, 내가? 타인의 시선과 질책에 그렇게 신경쓰던 사람이던가? 우습다. 어짜피 그런 손가락질은 '한심한 것들'하며 콧방귀 뀌고 넘어가던 난데, 갑자기 왜 약한 모습을 보이는지. 나도 이런 면이 있구나, 그 인간적인 모습에 따뜻한 시선이 머문다. 하지만 감성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것은 여기까지! 어짜피 동그라미가 못될 바에야 모난 돌은 모난 돌임을 깨끗하게 인정하자. 오히려 더 날카롭고 더 까칠하게 날을 세우며 내 뒤에 올 모난 돌들을 위해 망치를 맞아야지. 신경 날카로운 고슴도치처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빵빵해진 복어처럼. 그래, 나는 모난 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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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순언니 2009-04-1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뻔뻔한 다중이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