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영혼의 그림 여행
정지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그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뭐라고 뭐라고 쭝얼 쭝얼 그림에 대한 설명이며 작가의 감상이 씌여 있지만 머릿속에 남지 않고 모두들 휙휙 스쳐 지나간다. 너무 많은 작품과 화가에 대해 설명하려니 깊은 이야기가 나오지 못했다. 더 알고 싶다는 욕구로 인해 갈증이 더해간다. 더 세세히, 더 깊게, 더 자세하게. 그림이 아닌, 타인의 감상이 아닌, 화가 그 '사람'에 대해서...
닮고 싶어서... 그림을 그려낸 각각의 인생들. 간략하게 기술돼 있었지만 그들의 인생은 하나같이 순탄치 않았다.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세상으로부터 멸시를 받기도 했다. 친구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고 가난과 질병, 그리고 이 모든 것들로 인한 좌절감으로 인해 방황의 시기를 거치기도 했다. 화가들의 인생은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서 닮고 싶다. 그들을 힘겹게 했던 지독한 가난과 참을 수 없는 모욕과 무지한 세상의 조롱을.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던 그들의 억척스러운 고집과 뚝심을. 타인의 평가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을 미련하게 고집했던, 그들만의 결벽과 열정. 자기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애정,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밀려들었던 수많은 망설임과, 번뇌와, 고민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떻게 이겨냈는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사라졌을 때 어떻게 자신을 다잡았는지. 자신만의 고집을 끝까지 고수할 수 있었던 비법은? 한 작품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성장했을 그들의 모습까지. 이 모든 것들이 궁금해졌다. 나도 닮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