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폴리아모리스트. 박현욱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에 나오는 덕훈의 아내 인아는 폴리아모리스트다. 셋 이상이 결혼하고 성과 자녀 양육 등 모든 가정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 그들은 컴퍼션(compersion)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내세우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랑하는 것을 볼 때 따뜻한 감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인아는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다. 덕훈도 사랑하기에 이혼은 하지 않았다. 두집 살림을 하는 것은 두 배로 힘든 것이 아니라 서너배는 더 힘들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행복하다. 당당히 그녀의 주장을 밝히고 상대방을 설득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었기 때문이다. 일부일처제를 당연시 하는 한국사회에서 일부다처제도 아닌 다부일처제를 실천에 옮긴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행복'이란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것. 그리고 '쟁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의 화자는 덕훈이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인아다.

한편 덕훈은 어떤가? 그는 인아의 행동을 받아들이지 못해 사이비 결혼을 하고 몇몇 여자들과 섹스를즐겨도 보지만 알맹이가 없는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그는 괴로워하고 '정상적'인 단란한 가정을 꿈꾼다. 그럼에도 그는 인아를 떠나지 못한다. 그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아이와 떨어질 수는 없다는 이유로... '행복'을 위해서 그는 폴리아모리스트가 되든지, 인아를 떠나야 했다. 행복은 결단과 포기, 고통의 감내라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용기 있는 인아를 마냥 두둔하고, 미련했던 덕훈을 비겁했다 마냥 비판할 수 없는 것은 왜일까. 그놈의 지긋지긋한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으로 똘똘 뭉쳐있는 이놈의 한국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당당한 여성 인아. 그런 그녀를 마냥 잘했다 칭찬할 수는 없는 이유는, 바로 그녀의 이기심 때문에... 덕훈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혼자만의 행복을 고집했던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러기엔 덕훈의 상처가 너무 컸다.

자신의 행복을 찾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슬픔을 헤아리고 그를 배려하는 것.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둘 사이에서의 외줄타기는 그래서 항상 긴장감이 넘친다. 자칫 균형을 잃는다면 그대로 무너저 버릴 수밖에 없으므로. 보기만 해도 아찔한 줄타기의 경지를 넘어, 나, 이 한 세상 그 줄 위에서 훨훨 날며 보는 이를 즐겁게 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