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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3월
평점 :
'악수도 벼랑에서 목숨처럼 해달라'던, 은서와 세의 터질 것 같은 절절함을 이해했다면 당신도 상처가 많은 사람... 어쩌나. 은서와 세를 보며 마치 나인 것 같아 나도 엉엉 소리내 울었으니. 차라리 이게 무슨 소리냐며 아무것도 모르는 채 넘어갈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언제나 마음을 더 많이 준 사람이 아플 수밖에 없는 걸까. 진작 알았더라면 쉽게 마음을 내주지도, 온전히 마음을 쏟지도 않았을 것을. 그렇게 고통스러운 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멍청하고 헤프게, 그러지 않았을 것을...
크게 아파보고 나니 그동안 나에게 관심을 주었던, 그러나 내가 알아주지 않았던 이들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이제서야 이해가 간다. 또 내가 애정을 쏟았을 때 나에게 마음을 주었던 이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 것만 같다. 마음을 주고 받는 것.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일인지...
"나, 인생에 대해 너무 욕심을 냈구나.
한 가지 것에 마음 붙이고 그 속으로 깊게 들어가 살고 싶었지. 그것에 의해 보호를 받고 싶었지. 내 마음이 가는 저이와 내가 한 사람이라고 느끼며 살고 싶었어. 늘 그러지 못해서 무서웠다. 그 무서움을 디디며 그래도 날들을 보낼 수 있었던 건 그럴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어서였지. 하지만 이제 알겠어. 그건 내가 인생에 너무 욕심을 낸 거였어."
욕심이 아니었으면. 행여 욕심이라 하더라도, 마음껏 욕심내고 마음껏 쏟아도 그로 인해 아프지 않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고 싶다. 서로 주고 받는 말 한 마디, 눈빛으로 통하는 따뜻한 웃음을 귀히 여기고 애지중지 여길 그런 사람... 오히려 상대방의 관심에 감사할 줄 알고 그 마음이 미안해 서로 더욱 애지중지 여기는 그런 사랑...
욕심일까? 그럼 어쩌나... 내 마음 전부 주어야 외롭지 않게 생겨먹었는데. 어느 곳에 마음 쏟아야 할지 몰라 내 마음, 나 혼자 만지작 거리며 서성이고 있으니 서러워 눈물이 핑... 하고 돈다.
p.s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자꾸만 울고만 싶어서, 목만 메고 정리는 안 되서 유달리 참 쓰기 힘든 서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