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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매우 섬세한 감수성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연애를 하면서 우리들이 그저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일상에서 작가는 의미를 찾아내고 인간의 허점을 발견하니 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작가가 25살, 젊은 나이에 이 책을 썼다는 점이다. 많은 것을 알고 많은 것에 대해 생각할수록 인생이 더욱 풍부해 지고 깊어진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나는 아직도 무의미하게 넘기는 일들이 많으니 말이다. 생각을 좀 더 날카롭게 다듬어야겠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사물에 대해 깊게 생각해야겠다.
사랑을 많이 해 봐야 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을 성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자신도 몰랐던 나의 단점과 부족함은 연애를 하면서 속속들이 드러난다. 소설의 주인공도 ‘나는 클로이가 제공하는 내 인격에 대한 통찰들 덕분에 성숙할 기회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나는 사랑을 통해 내가 조급한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변덕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좀 더 진중하고 침착하며 감정에 무던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다 우울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작가는 사랑의 시작부터 초기 단계와 절정, 그리고 권태와 이별까지 각 단계를 상세히 묘사한다. 그리고 단계에 따른 인간의 심리도 날카롭게 꼬집어 낸다. 특히 ‘우리는 인간 감정의 고정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말이 다가왔다. 나 자신도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변하고 같은 일이 재미있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다. 그런데 왜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항상 뜨거워야 하며 설레야 한다는 그런 강박관념에 매여 있었을까. 오랜 시간이 지나 서로에게 무덤덤해지고 함께 하는 시간이 권태로워지기 시작한다. 대신 말하지 않아도, 얼굴 표정만 봐도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지나 뜨거움이 엷어지는 대신 신뢰와 믿음은 더욱 탄탄해진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의 한 종류다. 이 평범한 진리를 알지 못해 나는 많은 순간을 괴로워했던 것이 기억난다. 왜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지,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이 절실히 다가왔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한 단계 성숙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사랑뿐만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와 자신의 감정, 그리고 인생에 대한 성찰 등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사는 방법을 알고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지만 사는 것도 자전거 타기나 피아노 연주하기처럼 하나의 기술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지혜로워지려고 노력하기 시작한다.’ 이 말처럼 나도 좀 더 지혜로워지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삶이 혹독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사는 방법을 미리 유전자에 새기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더욱 힘들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이 자전거 타기와 같은 기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혜로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넘어지는 단계인가 보다. 이 훈련을 통해 앞으로의 많은 날들을 좀 더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