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표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부끄러움, 실패 없는 청춘은 청춘이 아니라고 했다. 지금 나는 충분히 부끄럽다. 그리고 나의 어리석은 방황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저항했고 사람들과 부딪쳤다. 그렇다. 그 과정에서 나는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좀 더 차분하지 못했고 나의 격렬한 감정들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표현 방법의 문제일 뿐이었다. 그것은 세상의 불합리함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자의 미숙함이었다. 지금의 나는 좀 더 성숙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성숙함에는 완성이 없다는 사실까지도 나는 알게 됐다.


내가 걷고 있는 길도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현실이다. 따라서 거창한 이념과 신념 따위로만 먹고 살 수는 없다. 그런 점을 생각했을 때 현재 나의 현실을 매우 불안하다. 어쩌면 이것은 큰 도박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인생 전체를 건 도박이다.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원숭이 조련사, 리코딩 엔지니어, 정육 기술자, 매사냥 기술자 등 이들의 청춘도 지금의 나처럼 험난했다. 그리고 그 청춘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들도 처음부터 지금의 명성과 기술, 자신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양아치 생활을 한 자도 있었고 돈이 없어 제대로 끼니를 때우지 못한 자들도 있었다. 가진것은 오로지 자신의 열정과 젊음뿐이었다.


내가 과연 그런 뜨거움을 갖고 있는지 회의가 든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뜨겁기만 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능력 없는 열정, 대책 없는 이상은 자살과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내 모습이 그렇다.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나의 열정을 뒷받침 해 줄 탄탄한 스펙과 박식한 지식, 그리고 감탄할 만한 필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나의 청춘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나는 앞만 보고 나아가고 있다. 과연 잘 하는 짓인가. 이것은 청춘의 특권도 아니요 무식함으로부터 연유하는 허망한 배짱이 아닐까.


만일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래도 나의 청춘은 싱그럽게 빛날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든다. 이 도박에서 지더라도 ‘그래 나는 내 청춘을 후회 없이 보냈어’라고 자신할 수 있을지 나는 장담할 수 없다. 저자는 청춘에는 모든 가능성이 있지만 실패의 가능성도 또한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패하지 않는 청춘, 즉 정해진 길을 무난히 걸어가는 젊은이들을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실패한 청춘이 방황 없던 청춘보다 진정 가치 있는 것일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가 사는 곳은 현실이다.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는 이상은 허무에 불과하다. 우리가 현실에 허덕이면 우리의 이상도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정답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답을 알았다 해도 그 때는 이미 모든 것을 돌릴 수 없을 만큼 연로한 상태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그저 꾸역꾸역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자신할 수 있는 것은 나는 다른 사람과는 분명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내 안의 불만을 좀 더 당당하게 표출하고 싶고 그것으로 인해 세상이 뒤집어 지길 바란다. 이것은 저자로부터 칭찬을 받기 위한 것도 아니요, 철없는 꼬마의 철부지 반항도 아니다. 정답 없는 인생을 제대로 살아 보겠다는 나의 몸부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