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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인문학 - 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
얼 쇼리스 지음, 이병곤.고병헌.임정아 옮김 / 이매진 / 2006년 11월
평점 :
덕이란 무엇인가? 옳고 그름은 무엇으로 판단하는가? 나도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생각하는 교육을 받지 못했고 그것은 내 후배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쉽게도 앞으로 한동안은 이 땅에서 이런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다. 교육을 받고 많은 것을 배워야 사고할 수 있으며 자신의 권리도 주장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클레멘트 코스를 마친 후 한 수강생이 ‘나는 이제 나 자신이 명예롭다고 생각한다’라고 한 말이 나의 주장을 뒷받침 해준다.
얼 쇼리스는 인문학 교육은 생각하고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며 이것은 곧 가난한 사람들을 정치 영역,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얼 쇼리스가 말하는 정치란 선거와 같은 단편적인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함으로써 공동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즉, 빈곤층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이들을 위험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사회 구조를 비판할 것이며 억압받고 있는 자신들의 상황을 개선하려 들 것이다. 혼란과 분란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서는 누구든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제 빈곤층도 단지 불필요하고 무용한 덩어리가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석연치 않은 부분은 이런 성찰로 인해 어떻게 빈곤을 탈출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인문학 교육이 빈곤층의 자존감과 자기 통제력을 높이며 정신적인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이것이 물질적 풍요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저자는 클레멘트 코스 수료 후 정식 대학의 진학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한 이들은 공적인 영역으로 편입된다고 말한다. 이들이 빈곤에서 탈출하는 데는 오히려 대학이라는 제도가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대학이라는 제도의 힘이 없다면 인문학의 힘으로만 이들이 가난에서 탈출하고 신분을 상승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다. 책에서는 코스 수료 이후 학생들의 삶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아 아쉽다.
인문학 교육 후 빈자들은 권리를 주장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이들은 위험한 사람이 됐고 자신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와 정부에 복지제도나 보조금 따위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들이 가난을 탈출하기란 역부족이다. 경쟁사회에서는 역시나 기술과 같이 경쟁력 있는 노동력을 갖춰야 돈을 벌수 있다. 얼 쇼리스는 수강생들이 자기 통제력을 갖게 되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며 범죄의 유혹에서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찌보면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라며 그들을 또다시 치열한 경쟁의 현실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