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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멕시코의 반 고흐.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프리다 칼로의 인생과 작품은 고흐만
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엽기적이고 자극적이다. 18세, 교통사고로 인해 쇠파이프가 그녀의 가녀린 몸을 관통한 후 평생 장애의 삶을 살아야만 했던 프리다 칼로. 사고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천장에 거울을 달아줬고 그녀의 아버지는 프리다 칼로에게 유화물감을 선물했다. 그녀의 작품세계는 그렇게 잔인하게 시작됐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작품은 그녀의 외모만큼이나 강렬하고 고통스럽다. 결국 사고 후유증으로 47세의 나이에 다리를 자르고도 끝내 처절한 인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녀다 .
프리다 칼로
극렬한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아픔은 때론 예술로 승화되는가 보다. 예술가의 피눈물을 머금고 탄생한 작품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바라만 보아도 위로와 힘을 얻는다. 고흐의 작품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밤의 까페테라스]. 방에 걸어놓고 멍하니 들여다본다. 시끄러운 사람들의 왁자지껄함 속에서 외로움을 날려버리기도 하고, 노란 빛 조명을 바라보며 따뜻함을 느끼기도 한다. 책에서 본 에드워드 번 존스의 [밤]이라는 작품을 통해서는 길을 잃고 헤매는 내 모습을 발견했고 [거울 앞에 선 여자 모델]을 통해서는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부드러움 속에서 마음껏 허우적거리는 나를 보게 됐다.
밤의 까페테라스
작가의 한숨과 갈망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일까. 그림에 문외한인 나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괴로움과 폭발할 것만 같은 답답한 시간들이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그림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유명하고 인기있는 전시회가 아니더라도 서울시립미술관의 작은 작품들.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작가들의 요람인 인사동을 정신없이 쏘다니는 내 모습을 보게된다. 세상살기가 힘들다고 느낄 때면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떤다. 그래도 상처에 새살이 돋지 않으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를 받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이 힘에 부쳐 휘청거릴 때면, 나는 친구들도 여간해서는 만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가도 음악 소리조차도 시끄럽고 귀가 따갑기 시작할 때가 있다. 그러면 미술관으로 향하게 된다. 그림 앞에 서서 나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나를 보듬는다.
억지로 되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요즘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쓰고 발버둥을 쳐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간다. 억지로 웃고 괜찮은 척 넘어가는 것이 힘든 그런 때는, 그저 마음껏 지나친 고독에 허우적거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물론, 빨리 침묵의 시간을 지나 예전의 나로 돌아가기를.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림을 바라보며 화가들의 위로를 받지 않아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