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김봉석의 하드보일드 소설 탐험 1
김봉석 지음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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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약간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요.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는데도 사람과 사람사이란건 여전히 힘들기만 합니다. 어느 책 구절처럼 너무 멀면 춥고, 너무 가까우면 탈이 나는것이 사람사입니다. 그 거리를 별 힘들이지 않고 잘 조정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노력해도 어렵기만 한 사람이 있습니다. 사회생활 하루 이틀 한것도 아니고, 사람도 만날만큼 만났는데 왜 이런건 배워지지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힘이 되준 책입니다. 처음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고 서평을 보니 그것도 마음에 들어서 바로 산 책입니다. 이른바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아껴둔 책이었던거죠.

이럴때야말로 위로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에 꺼내들었습니다. 내용이 정말 좋더군요. 제목만 보고 덜렁 샀을때 마음에 안 드는 경우도 허다한데 이 책은 내용이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팍팍한 세상과 험난한 삶에 위안이 되더란 말이죠.

좋은 말을 해줘서 위로가 된게 아닙니다. 동화책마냥 따뜻하고 푸근한 위로의 말이 이제 더 이상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나이입니다. 세상이란건 원래 그런거야. 그래도 묵묵히 가야 하는거고, 남들도 그렇게 간다구, 징징대지마 - 라고 호통을 치는게 더 마음에 와 닿을때가 있습니다. 남들도 그렇게 힘들게 삽니다, 힙내세요 - 라는 부드러운 위로가 아닙니다. 삐뚤어진 목소리로 침을 퉤 뱉으며 인생 다 그런거지 뭐 - 라고 툭 던지듯이 하는 말이라고나 할까요. 반쯤 포기한듯이 이러고 사는거지 하는듯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한다거나 내팽겨친다거나 그런게 아닙니다.

노력한 만큼 안 돌아올수도 있고, 해도 해도 안되는 일이 있지만, 그런게 인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른바 어른의 위로라는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하드보일드라는건 말하자면 추리소설의 일종입니다. 일개 추리소설에서 무슨 그런 심오한 의미를 가지냐고 할지 모릅니다. 저는 솔직히 추리소설을 일종의 퍼즐게임처럼 즐기는 사람입니다. 퍼즐게임을 좋아하거든요. 증거를 수집하고 증언을 모아서 해답을 내놓는 것, 마치 직소 퍼즐을 맞추듯이 하나하나의 조각을 모아서 사건을 성립시키는 과정을 좋아해서 추리소설을 보는 사람인지라 솔직히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를 그다지 즐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하드보일드라는 장르에서 느껴지는 비정함이 입맛 씁쓸하지만 이게 진짜 이야기지-라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거든요. 맞아, 세상이 이렇지-라는 깨달음을 줄때가 있다고나 할까요. 그런 깨달음이 오히려 달콤한 위로보다 더 위안이 될때가 있습니다.

힘든 순간 한 구절 한 구절이 위안이 많이 됐습니다. 다 소개할순 없지만 몇 구절만 적어볼까 합니다.

 

세상은 잔인하지만, 무한한 경이를 품고 있는 곳이다. 그것을 외면할 필요도 없다. 즐겁게 살고, 다만 이 비정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차갑고 딱딱하다고 해서 인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즐겁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다가 뒤통수를 맞고 대체 왜 이런 거냐며 울부짖기보다는 애초에 세상은 더러운 곳이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자신을 추스르며 걸어가는 게 좋다. 배신을 당하고, 이유 없는 악의에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나동그라졌다가도, 견디고 일어설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하다.

 

타인의 선의와 온정을 감사히 받아들이되, 그것에 매달리거나 기대지 말자.

자신을 굳건하게 세우는 것. 자신이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는 것. 그것이 이 비정한 세상을 살아가는, 최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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