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여행과 고양이 - 최병준의 여행공감
최병준 지음 / 컬처그라퍼 / 201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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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볼때면 매번 하는 후회중 하나가 내용 좀 보고 사자-입니다. 전 그냥 감으로 책을 사는 편인데 말이 좋아 감이지 사실은 표지와 제목만 보고 올~느낌 좋은데, 재밌어보인다-라면서 책을 사는 사람입니다. 표지 디자인과 제목이 저에게 좋게 느껴진다면 그 편집자가 나랑 비슷한 코드를 가진 사람일꺼라고 믿는거죠.

허나 실제로는 표지 디자인이 좋다고 내용이 좋은것은 아니며, 제목이 멋지다고 내용도 멋진것은 절대 아닌법이라,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그때마다 후회하며 제발 미리보기 좀 하라니까-라며 스스로를 책망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고른 책들이 다 표지랑 제목만 보고 골랐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기쁩니다. 인생의 낮잠도 그렇고, 이 책과 여행과 고양이도 그렇고요.

표지의 사진과 제목이 정확히 일치하는 이 책. 책과 여행과 고양이. 이 셋은 저의 로망입니다. 읽은 않은 세상의 많은 책과 가보지 못한 온갖 곳들 그리고 키우지 못하는 고양이는 언제나 저를 설레게 하는 것들이죠. 물론, 셋 다 현실로 이루기에 힘든 것들이구요. 세상에는 읽지 못한 책들이 언제나 훨씬 많을테고, 여행은 사실 실제 가는건 너무 고생스러워서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고양이는 엄마의 반대와 저의 털알레르기로 말미암아 키우기 요원하구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이 세가지가 등장하는 책을 어떻게 사보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첫 챕터인 공항부터 마음에 딱 들더군요.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의 일주일이 등장하는 순간 배로 마음에 들었구요. 솔직히 이 책에서 인용하는 책들의 대부분을 제가 본 책이라서 그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는 점, 인정합니다. 웬지 동질감이 느껴져서 더 좋더라구요. 거기다 읽은 책이 비슷하다는건 서로의 코드가 비슷하다는 점이니까요.

게중 특히 마음에 든 챕터는 고양이에 대한 챕터입니다. 세상에는 고양이같은 여행이 있다구요. 제가 진짜 추구하는 여행이 바로 고양이 여행입니다. 게으르게 뒹굴거리며 현지인 흉내내기. 이게 바로 제가 꿈꾸는 여행이죠. 무거운 배낭에 발 부르트게 걷는 고생스러운 여행은 까놓고 말해서 싫어합니다. 20대때야 그런 여행도 좀 가봤습니다. 외국은 아닙니다만, 나름 배낭지고 산도 오르고 텐트에서 자보기도 했죠. 결론은 제가 그런 여행을 안좋아한다는 걸로 났습니다. 그 사실을 안 후로는 1박을 넘어가는 여행은 일절 안갔습니다. 고양이 여행은 돈이 많이 들거든요.

지금이야 갈려면 갈수도 있는데 우리 강지들땜에. 몇박 몇일을 엄마한테 오롯이 맡겼다간 돌아오자마자 이 놈들 갖다 버리자고 난리 날것이 뻔합니다. 고생 싫어하는 제 성격이 어디서 왔겠습니까? 다 물려받은겁니다. 솔직히 저도 그 돈으로 책이나 더 사보자 싶은 마음이 더 크구요. 모든걸 다 누리기에는 가진게 정해져있으니 전 하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바로 책이죠. 나머지 여행과 고양이는 책으로 대리만족하며 살고있고, 그 점이 더 좋다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멋진 책을 읽다보면 내가 무언가를 놓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이라도 어딜 가볼까 하는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대기도 하죠. 이국의 땅 어딘가에 날 기다리는 모험과 로맨스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망상을 잠깐, 아주 잠깐 하지만 결국 다시 주저않고 맙니다. 게을러서 말이죠. 날 들뜨게 했던 책을 다 읽고 옆으로 던지며 이불 위에서 한바퀴 대굴 굴러서 다음 여행 책을 집어들며 말합니다, 걍 내 방 안 여행이 최고야, 내 방 여행을 주제로 한 책도 있다구(아, 물론 이 작가분의 경우 자의는 아니었죠)-라고요.

멋진 여행기, 읽고 나도~~라고 외치며 용감하게 떠날수 있다면 그것도 좋지만 이야~ 정말 멋졌어요, 꼭 여행을 갔다온거나 마찬가지야-라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ps. 사실 제가 읽은 책중 가장 제가 강력하게 여행의 욕구를 일으킨 책은 여행서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얀 이야기죠. 그것도 본문이 아니라 후기 부분입니다. 얀과 카와카마스의 관계에 대해 말하는 그 후기는 제가 아는 한 어느 여행서보다도 강력한 부름을 일으켰더랬죠. 물론, 실제로 떠나지는 않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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