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낮잠 - 사진, 여행, 삶의 또 다른 시선
후지와라 신야 글.사진, 장은선 옮김 / 다반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 표지를 볼때마다 생각합니다. 편집자가 정말 훌륭하구나-하고요. 표지와 사진과 내용이 전혀 제각각이라는걸 알아차렸을때조차도, 보통같으면 화가 났을 순간인데도 이거 디자인 진짜 절묘하게 했구나-라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표지의 사진은 천사의 눈썹이라는 챕터에 나오는 사진입니다. 책 안에는 이 사진은 나와있지 않고 이 사진에 대한 설명만 나와있습니다. 내용은 인생의 낮잠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요. 인생의 낮잠이라는 제목의 챕터는 따로 있는데 이 사진과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입니다. 저런 분위기랑 비슷하지도 않은 내용이죠. 그런데 이 둘이 합쳐져서 정말 멋진 표지와 제목이 나왔습니다. 저 사진과 제목, 정말 절묘하지 않나요. 이런것이 바로 편집자의 능력이라는 생각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물론 저 사진을 보고 상상한 내용과 저 제목을 보고 상상한 내용이 하나도 본문의 내용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한 부분도 있었지만 제 상상과 똑같은 책이었다면 오히려 재미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는 실망이랄수 없는건데 정작 실망한 건 다른 점입니다. 사진작가라고 소개에 나오길래 책에 다수의 사진이 나올걸로 예상했었거든요. 그것도 아마추어가 아니아 전문작가이니 멋진 사진이 있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사진이 몇 장 없습니다. 그나마 사진 전용의 종이가 아니기 때문인지 화질이 좋지 않아서 그다지 멋진 사진이라고 느껴지지도 않더군요.

거기다 여행과 사진에 대한 에세이인줄 알았는데 절반 정도는 여행과도 사진과도 별반 상관없는 내용입니다. 아예 상관없는건 아니지만 여행 에세이랄수는 없습니다. 분명히 여행지에서의 일을 말하고 있지만 이건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그 점을 제외하고 그저 작가의 삶에 대한 에세이라고 보면 훌륭한 에세이집입니다.

딱 제가 좋아하는 문체와 분위기입니다. 넘치거나 모자라는 것 없이 일상과 여행지에서의 삶을 담담하고 유려하게 풀어가는 글솜씨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 이렇게 약간 심심한듯한 에세이를 좋아하거든요. 이 분야의 대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분만은 못해도 제 마음에 드는 에세이더군요.

이 분의 다른 책,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고 구매한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직 찾지를 못했습니다. 찾아보고 이 책도 괜찮다면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대열에 넣어야지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 애정하는 작가의 목록이 점점 길어지는것이 개인적으로 기쁜일이지만 제 지갑사정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네요. 대부분의 책을 중고로 사는데도 불구하고 감당이 안될 지경입니다. 놓아둘 장소는 더더욱 감당이 안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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