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관부 일기
아오키 신몬 지음, 조양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으로 만든 굿바이라는 영화를 먼저 봤는데 솔직한 감상은 그저 그렇네였다. 일본은 크게 감정이나 일상의 기복이 없는 잔잔한 영화를 잘 만드는 경향이 있다. 쉘 위 댄스나 카모메 식당같은 그런 영화들. 볼때는 심심한데 문득문득 기억이 나면서 참 잘만들었네라는 느낌을 주는 영화들이 있는데 그런 영화는 결코 서양에서는 만들수 없는 그런 영화들이다. 그런 기대에서 본 영화지만 그 영화는 솔직히 내게 큰 감동을 주지 못했고 다시 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원작쪽은 어떤가싶었다. 비교하자면 둘 다 비슷하다. 몇 군데 괜찮은 곳도 있고 이런 점은 생각해봐야 할 점이군 싶은 곳도 있었지만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거기다 책의 1/3정도가 불교에 대한 해설로 채워져 있는데 평소 불교의 교리를 좀 알거나 신자라면 몰라도 전혀 그쪽에 관심이 없다거나 처음본다라고 하면 내용이 따라가기에 약간 힘들수있다. 첫째로 책에서 말하는 아미타여래가 기본적으로 뭘뜻하는지조차 모르는지라 나로서는 그 쳅터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성경이야 기독교신자가 아니라도 워낙에 서양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그쪽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다면 대충의 내용은 다 알겠지만 불교는 다르지 않는가. 무슨 뜻인지도 모를 말을 졸음을 참아가며 읽었다.  

사실 납관부라는(일본어 사전에도 없다고 저자가 부르짖는 단어다) 일 자체가 이제는 참으로 생소한 일이다. 친지가 죽지 않는 이상 장례절차에 신경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대부분의 사람이 병원에서 죽고 그 병원 산하의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을 하고 바로 화장장이나 장지로 가는 형편이다. 병원이 죽음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이런 세태에서 죽음을 진지하게 똑바로 보지 못하고 마치 나쁜것인양 취급하며 떠밀리듯이 죽어간다는 대목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무엇이 잘 죽는것일까. 어떻게 죽는것이 좋은가. 아직 젊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죽음 후를 걱정해본적은 없다. 천국도 지옥도 별 걱정은 안한다. 단지 죽음의 순간은 좀 걱정이 된다. 너무 아프거나 지나치게 오래 끌거나 할까봐...내가 문학작품에서 본 최고의 죽음은 황금나침반에 나오는 대목이다. 모든 영혼들이 그저 원소 흩어져 우주의 일부가 되는 것. 그것이 슬픈 일이 아니라 기쁜 일이라는것. 나 역시 죽음의 순간에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막상 그 순간이 닥치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소재가 그러니만큼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쉬운 책도 아니다. 그래도 생각할꺼리를 던져주는 책이기는 하다. 납관이라는 일은 어떤 일(!)인가하는 약간은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호기심으로 이 책을 택한 나를 약간 부끄럽게 하는 진지한 책이기도 하다. 너무 진지해서 어려운 책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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